문득 생각했다. 세상 흔한 것들이 나를 돌보고 있다. 항상곁에 있어 존재를 잘 느끼지 못하는 것들. 이를테면 나무와풀과바람, 흙과 물과 공기, 바위 같은 것. 흔한 것이 흔한 이유는 오히려 꼭 필요해서 흔해지지 않으면 큰일이니까 흔하게 된 것이 아닐까. 그래서 우리는 자주 잊고 산다. 우리가 무시하는 흔한 것들 덕에 무사히 살 수 있다는 사실을. - P49

왜 여유에는 ‘찾는다‘는 말을 붙일까? 술래가 "여기 있네!"하고 찾아내면 머쓱하게 튀어나오는 숨바꼭질처럼, 여유는 여기저기 들추어 찾아내는 능동적 감정이라서 그런 걸까? 시간이 아무리 많거나 넓은 공간에 혼자 있어도 여유는 그냥 생기지 않는다. 백조의 여유로운 모습을 물아래 수많은 발길질이 만들어내듯, 여유는 거만하게 ‘부리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찾는‘ 것이다. - P53

수월하지 않은 상황은 언제든 나타난다. 그럴 때 중요한 것은 대처하기 위한 힘을 바깥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불씨는 항상 내부에 있음을 깨닫는 것이다. 그 불씨가 불꽃이 되도록 모으는 것이다. 힘은 항상 내면에서 출발하며 모여서 완성된다는 사실을 얼음과 펭귄에게서 배운다. - P67

손톱, 발톱, 그리고 머리카락 같은 털. 매번 적절히 깎아줘야 하는 것들이라서 그때마다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된다. 거울을 보거나 키보드를 누르다가 또는 양말을 신다가 문득 벌써 깎아야 할 시간이 되었네, 한다. 남성 듀오 ‘어떤 날‘의 노래 <출발>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하루하루 엇비슷하게 살아가다가 은근히 자라난 손톱을 보니 뭔가 달라져 가고 있음을느끼게 된다고. 자라는 손톱을 보며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건아닌 듯싶다. - P74

소통 관련 강연 전문가 김창옥 씨의 강연 영상을 보았다. 무뚝뚝한 아버지와의 소통을 이야기했는데, 그동안 하지 않던 배웅을 하겠다고 공항에 나온 아버지에 대한 어색함, 그리고 그때 새롭게 보인 아버지의 뒷모습에 대해 말하며 그는 덧붙였다. 누군가의 뒷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면 사랑이 시작된거라고. 아이들의 뒷모습이 보이면 엄마가 된 것이고, 학생들의 뒷모습이 보이면 선생님이 된 것이고, 남편과 아내의 뒷모습이 보이면 부부가 된 것이라고 했다. - P83

국어시험에 곧잘 나오는 문제가 있었다. ‘~로서‘와 ‘~로써‘의 구별 문제. ‘~로서‘는 자격을, ‘~로써‘는 수단을 나타내는말이라서 ‘판사로서 재판하고 판결로써 결론을 낸다‘와 같이써야 맞다. 그런데 ‘부모로서‘라는 말이라면 느낌이 좀 다르다. 자격이라기보다는 의무에 훨씬 가깝게 느껴진다. - P138

아침에 일어나서 시작하는 하루는 어제의 내가 패스한 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비몽사몽 패스받은 시간을 몰고 나가 이리저리 뛰다 보면, 어느덧 내일의 나에게 시간을 패스해야 할 밤이 찾아온다. 시간을 잘 패스해 보내는 것이밤에 할 일이라면, 엉뚱한 곳에 질러놓았을 때 내일의 내가 고생하겠다. 그렇게 자주 후회하고 가끔 기대하며 밤과 아침 사이 패스가 연속되는 삶을 살아간다. - P141

내 생활이 밝을 때는 다른 이의 어둠이 잘 눈에 띄지 않는다. 밝음에 익은 눈에는 어둠은 그냥 컴컴하게만 보인다. 어둠 - P162

속에 있는 많은 사물은 같이 어둠 속에 몸을 담가야 비로소제 모습을 드러낸다. 어두운 길에 천천히 적응하며 한참 걷고 나면 알게 된다. 어둠은 솔직함과 통한다는 것을, 어둠 속에서는 시각 외에 다른 모든 감각이 더 예민해지며, 사람의 마음도 마찬가지로 어둠 속에서 더 열린다는 것을. - P163

살면서 맺는 관계도 가만히 보면 숨은 그림이나 다른 그림을 찾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처음엔 눈에 잘 띄지않지만 계속 들여다보면 문득 드러나는 숨은 그림처럼, 어떤이와 오랜 시간을 보내다 보면 발견하게 되는 그림이 있다. 이런 성격이 있었는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미처 몰랐던. 잘 살피지 않으면 발견할 수 없었을, 당신에게 숨은 여러 모습의 그림들. 나는 그것들을 얼마나 찾아냈을까, 또 아직 남은 그림들은 얼마나 될까? 어쩌면 나는 내 안에 감춰진 숨은그림조차 못 찾고 있는 건 아닐까?
지금 내가 그리고 있는 그림은, 옛날에 생각했던 그림과 무엇이 다른지 살펴보는 일 역시 나 자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겠다. - P176

대학 때 받은 교양 미술 수업 생각이 났다. 담당 강사가 두장의 슬라이드 그림을 보여주었다. 먼저 르누아르의 <무도회>그림. "매일 같이 열리는 이런 무도회. 옷이 참 화려하죠? 혹시 이런 옷들은 매일 누가 세탁하는지 생각해 봤나요?" 그다음 슬라이드, 도미에의 <세탁부>가 나타났다. 강가에서 빨래를 마친 후 아이의 손을 잡고 돌아가는 어머니의 고단한 모습이 무채색으로 투박하게 그려져 있었다. 무도회의 화려한옷은 아마 저 커다란 빨래 꾸러미 안에 있겠다. 동시대의 두화가는 색채만큼이나 서로 다른 세상을 보고 있었다. -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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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Dog's Purpose: A Novel for Humans (Mass Market Paperback) - 영화 '베일리 어게인' 원작 소설
W. 브루스 카메론 / Forge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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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번의 다른 생을 살았으나 Ethan이라는 소년과 함께 한 생을 가장 사랑하여 다음 생에서도 마침내 그를 찾아낸 Bailey이자 Buddy. 그렇지만 그 Dog의 Purpose가 그 소년의 행복이어야 하나? 오롯이 Dog 자신의 행복이면 안되는 것인가? 개의 관점으로 포장한 인간의 관점인 것 같아 불만. (내 영어 실력에 대한 불만 포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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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4-04-14 14: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영화로 만들어진 거 아시죠? 저는 재밌게 봤던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하아. 암튼 그렇게 싫은 느낌이 없는 것 보면 중간은 하는 영화였던 것 같아요. 책을 읽으셨다면 영화도 보시길.^^

햇살과함께 2024-04-14 16:53   좋아요 0 | URL
네 영화 두편 있죠~ 저희 아이들도 둘 다 좋아하던 책과 영화에요. 아무래도 제 짧은 영어실력의 문제인 듯요 ㅎㅎㅎ
 

ESS

5장 공격 - 안정성과 이기적 기계

메이나드 스미스가 제창하고 있는 중요한 개념은 ‘진화적으로 안정된 전략evolutionarily stable strategy, ESS‘ 이라고 불리는 것인데 그는 이 개념이 원래 해밀턴W. D. Hamilton과 맥아더R. H. MacArthur의 착상이라고 한다. ‘전략‘이라는 것은 미리 만들어진 프로그램의 행동 방침이다. 전략의일례를 들어보면 "상대를 공격하라. 그가 도망치면 쫓아가고, 응수해 오면도망쳐라" 이다. 이러한 전략의 중요한 점은 개체가 이를 의식적으로 고안해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기서 동물을 근육을 제어하는 미리 만들어진프로그램의 컴퓨터를 갖는 로봇 생존 기계라고 생각해 온 것을 상기하기바란다. 이 전략을 한 세트의 단순한 명령으로 축약하여 말로 표현하는 것은 이것을 활용하는데 편리한 방법이다. 알지 못하는 어떤 메커니즘에 의해동물은 마치 이들의 명령에 따르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 P145

이 사실은 우리의 가상 사례의 임의 득점 시스템을 사용하여 설명할 수있다. 매파 7/12, 비둘기파 5/12로 된 안정된 개체군 내의 한 개체의 평균득점은 6인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그 개체가 매파이든 비둘기파이든같다. 그런데 이 6이라는 것은 비둘기파 개체군 내의 비둘기파 개체의 평균 득점(15)보다 훨씬 낮다. 전원이 비둘기파로 되는 것을 동의만 한다면 어느 개체나 유리해질 것이다. 단순한 그룹 선택설에 의하면, 전원이 비둘기파로 되는 것을 동의하는 집단은 어느 것이나 ESS에 머물러 있는 경쟁자집단보다 성공할 확률이 높다(실제로 전원 비둘기파로 되려고 합의된 집단이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집단은 아니다. 매파 1/6과 비둘기파 5/6인 집단에서는 싸움당평균 득점이 16이다. 이것이 가능한 최선의 합의이지만 당장의 목적에서는 무시해도좋다. 전원 비둘기파가 되는 단순한 합의에 대해서도 각 개체는 15점의 평균 득점을가질 수 있고 이 집단은 ESS 집단보다 모든 단일 개체에게 훨씬 좋다). 따라서 그룹선택설은 매파가 7/12의 비율로 포함되어 있는 집단은 전원 비둘기파보다덜 성공적일 것이기 때문에 전원 비둘기파로 되는 합의를 향해 진화할이라고 예언함에 틀림없다. - P149

불행하게도 현재 자연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의 비용과 이익을 실제의 수치에 맞추어 보기에는 인간의 지식이 너무도 부족하다. 그러므로 우라는 임의로 정한 수치에서 간단히 결론을 내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우리에게 중요한 일반적 결론은 ESS가 진화하는 경향이 있을 것이라는것, ESS가 집단의 합의에 따라 달성되는 최적 상태와 같은 것이 아니라는것, 그리고 상식은 사실을 잘못 이해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 P154

철저하게 거짓말을 하기보다는 오히려 무표정한 얼굴을 하는 편이 좋은것은 왜 그럴까? 역시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안정된 전략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개체가 지구전에서 정말로 장시간 버틸 작정일 때에만 목의 털을세운다고 생각해 보자. 상대의 대응되는 계략이 진화될 것이다. 즉 상대가목털을 세우면 즉시 포기하는 작전이 된다.
그러나 여기서 거짓말이 진화되기 시작한다. 실제로는 장시간 버틸 작정이 없는 개체가 어떤 지구전에서나 털을 세워 쉽게 승리의 이익을 얻게 될것이다. 이렇게 해서 거짓말쟁이의 유전자가 퍼져 나갈 것이다. 드디어 거짓말쟁이가 대세를 차지하면 선택은 이제 그 속임수를 감지한 개체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이 때문에 거짓말쟁이는 다시 그 수가 감소할 것이다. 지구전에서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 진실을 말하는 것보다 진화적으로 안정된 전략이라고 할 수 없다. 무표정한 얼굴은 진화적으로 안정적이다. 결국 항복한다고 해도 그것은 돌발적이고 예측 불가능해야 한다. - P156

자기 종의 구성원 또한 고기로 되어 있다. 그러면 왜 서로 잡아먹는 일이비교적 드물까? 검은머리갈매기의 경우에서 보았듯이 성숙한 갈매기는 때때로 자기 종의 새끼를 먹는다. 성숙한 육식 동물이 자기 종의 다른 성숙한개체를 먹으려고 적극적으로 추격하는 일은 결코 없다. 왜 없을까? 우리는여전히 진화에 있어서 ‘종의 이익‘이라는 견해에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사자는 왜 다른 사자를 사냥하지 않는가?"와 같은 아주 타당한 질문을 하 - P164

지 않는다. 또 거의 들을 수 없는 좋은 질문 중에 "영양은 왜 반격하지 않고사자로부터 도망치는가?"라는 것이 있다.
사자가 사자를 잡아먹지 않는 것은 그것이 그들에겐 ESS가 아니기 때문이다. 동종끼리 서로 잡아먹기 전략은 앞의 예에서 매파형 전략과 같은 이유로 불안정하다. 또 보복의 위험도 너무 크다. 그러나 이것은 다른 종간의다툼에는 별로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대개 먹이가 되는 동물이 보복을 하지 않고 도망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것은 다른 종의 두 개체간의상호 작용에 있어 같은 종의 구성원보다 큰 비대칭이 조립되어 있다고 하는 사실에 근거한다. 서로간의 다툼에서 큰 비대칭이 있을 때의 ESS는 항상 그 비대칭에 의존하는 조건부 전략으로 되는 것 같다. 다른 종간의 다툼에서 이용되는 비대칭은 얼마든지 많이 있으므로 "작으면 도망가라, 크면공격하라"는 식의 전략이 훨씬 진화되기 쉽다. 예컨대 사자와 영양은 다툼에 본래 존재하던 비대칭이 계속해서 증대하도록 강조해 온 진화적 분기뼈에 의해 일종의 안정 상태에 도달해 있다. 그들은 각각 추격의 수완과 도주의 술책에 고도로 숙련되어 있다. 사자에게 맞서는‘ 전략을 취하는 돌연변이의 영양이 있다 해도 그는 지평선 너머로 사라져 도망치고 있는 영양보다 성공적일 수 없을 것이다. - P165

유전자 풀은 유전자의 장기적인 환경이다. ‘우수한‘ 유전자란 맹목적으로 선택되어 유전자 풀에서 살아남은 것이다. 그것은 이론이 아니다. 그것은 관찰된 사실도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동어반복이다. 흥미로운 사실은유전자가 우수하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라는 것이다. 이에 대한 첫 시도로서 유전자가 우수하다는 것은 유능한 생존 기계, 즉 몸을 만드는 능력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이제는 이 진술에 단서를 달지 않을 수 없다. 유전자 풀은 하나의 진화적으로 안정된 유전자 세트이다. 어떠한 새로운 유전자에 의해서도 침입될 수 없는 유전자 풀로 정의된다. 돌연변이나 재조합이나 이입에 의해 생기는 새로운 유전자는 대부분이 자연 선택에 의해 벌을 받아 즉시 도태되고 진화적으로 안정된 유전자 세트는 복원된다. 때때로 어떤 새로운 유전자가 그 세트에 침입하는 데 성공하여 유전자 풀 내에퍼져 나가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불안정한 과도기를 거쳐 드디어 하나의 - P168

새롭고 진화적으로 안정된 조합을 이룬다. 작은 진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 P169

6장 유전자의 친족 관계

이기적 유전자의 목적은 무엇인가? 그것은 유전자 풀 속에 그 수를 증대시키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개개의 유전자는 기본적으로 그것이 생존하고 번식하는 장소인 몸의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도와주고 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유전자가 다수의 다른 개체 내에 동시에 존재하는 분산된존재라고 하는 것을 강조하고자 한다. - P172

단순한 오류가 아니라 이기적 유전자론을 부정하는 증거라고 생각될 만한 극단적 오류의 예가 하나 있다. 새끼를 잃은 어미 원숭이가 다른암컷으로부터 새끼를 훔쳐서 그 새끼를 보살펴 준다는 것이 그것이다. 나는 이것을 ‘이중 오류‘ 라고 본다. 왜냐하면 이 양모는 자기의 시간을 낭비할 뿐만 아니라 경쟁자인 암놈이 새끼를 키우는 부담에서 벗어나게 해주며, 더 빨리 다음 새끼를 낳도록 해 주기 때문이다. 이것은 철저하게 연구할 가치가 있는 중대한 예라고 생각된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그것이 어느 정도의 빈도로 일어나는가? 양모와 양자 사이의 평균 근친도는 어느 정도인가? 자식을 잃은 진짜 어미의 태도는 어떠한가? 새끼를 양자로 뺏기는것은 최종적으로 진짜 어미의 이익인가? 어미들은 일부러 미숙한 젊은 암놈들을 속여서 자기 새끼를 양육시키려고 할 것인가?(양모와 새끼 도둑이 값 - P191

진 양육 기술을 획득하는 것으로 이익을 얻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등이다. - P192

이러한 이치로 이타주의의 진화에서는 ‘진짜‘ 근친도가 어느 정도인가 - P195

하는 것은 동물이 어느 정도 근친도를 잘 추정할 수 있는가 하는 것만큼 중요하지는 않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이 사실은 아마도 자연계에서 어미에 의한 보살핌이 형제자매의 이타주의에 비해 왜 그렇게도 빈번하고 헌신적인지, 또 동물이 왜 자기 자신을 몇 명의 형제 이상으로 높이 평가하는가라는 의문을 이해하는 열쇠가 된다. 여기서 말하려는 요점은 근친도에 더하여 확실한 지수‘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친자 관계는 유전적으로형제자매 관계 이상으로 가깝지는 않으나 그 정확도는 훨씬 높다. 보통은누가 자기의 형제인가보다는 누가 자기의 새끼인가라는 편이 훨씬 확실하다. 그리고 누가 자기 자신인가라는 것은 더욱더 확신할 수 있는 것이다. - P196

부모의 자식에 대한 이타주의가 형제간의 이타주의보다 더 흔하다는 사실로 이야기를 되돌려 보면 ‘식별의 문제‘에 의해 이것을 설명하는 것은 이치에 맞는 것처럼 생각된다. 그러나 이것은 부모 자식 관계의 기본적인 비대칭성을 설명하지 못한다. 부모 자식의 유전적 관계는 대칭적이고 근친도의 확신은 어떤 입장에서 상대를 본 경우에도 똑같이 큰 반면, 부모는 자식이 부모에게 대하는 것보다 훨씬 자식의 시중을 잘 든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부모 쪽이 나이도 많고 매사에 더 능숙해서 자식을 도울 수 있는 좋은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아기가 부모에게 먹이를 주려고 해도 아기는 실제로 그렇게 할 능력이 없다.
친자 관계에서는 형제 관계에는 해당되지 않는 또 다른 비대칭성이 있다. 아이들은 항상 부모보다 젊다. 이것은 항상 그렇다고는 할 수 없으나대개의 경우 자식의 평균 여명이 길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에서 강조한 대로 평균 여명은 동물이 이타적으로 행동할 것인가 아닌가를 결정할 때에가급적 정확히 ‘계산‘ 에 넣어야만 할 중요한 변수이다. 자식이 부모보다평균 여명이 긴 종에서는 자식의 이타주의 유전자는 불리한 입장에 서게될 것이다. 그것은 이타주의자 자신보다 노쇠하여 죽는 개체의 이익을 위해 이타적 자기 희생을 치르려고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부모의 이타주의 유전자는 그 계산식의 평균 여명의 항에 관한 한 그것에 상응하는유리함이 있을 것이다. -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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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양극화

인공지능에 대한 물음에 대한 물음_손화철

프랑스의 기술철학자 자크 엘륄은현대 기술이 자율성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탄하면서, 거기에 더해 기술(technique)과 구별되는 기술에 대한 담론(technologie), 즉 기술을 궁극적인 문제 해결의 전형으로 받아들이는 사회적 분위기가 사태를 악화시킨다고 보았다. - P22

생성형 인공지능 관련해서 자주 제기되는 문제로 할루시네이션 현상과 편향성 문제가 있다. 할루시네이션 현상은 챗GPT와 같은 대형언어모델(LLM)에서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정보를 제공하거나 엉뚱한 대답을 하는 경우를 말한다. - P23

인공지능의 편향성 문제는 인공지능이 학습 데이터의 편향을 반영한결과를 산출하는 현상을 말한다. ‘교수‘는 남성과, ‘청소‘는 여성과 더가깝게 연결짓고, 피부색으로 사람을 차별하는 일상의 편견이 우리가생산하는 데이터에 반영되기 때문에 그 데이터를 학습해서 나오는 결과에도 그런 편향이 묻어 있는 것이다. - P24

좀더 직접적인 경우로 인공지능의 기능을 위해 인권침해적 노동이용인되기도 한다. 주로 제3세계에 퍼져 있는 일명 ‘유령 노동자‘는 인공지능이 부적절한 내용을 산출하지 않게 하기 위하여 입력 데이터를 가공하거나 생성형 인공지능에게 가상의 질문을 던지고 부적절한 대답을삭제하는 일을 한다. 이들은 때로 끔찍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보거나읽어야 하고, 비정기적으로 불시에 부여되는 일감을 선착순으로 얻어내기 위해 상시 대기해야 한다. 작업의 질에 따라 보수가 달라지기 때문에 노동강도가 높지만, 실수도 반항도 용납되지 않고 노동자 인권은전혀 보장되지 않는다. 챗GPT에 포르노 소설을 쓰라는 것 같은 부적절한 쿼리(정보 요청 명령문)를 입력하면 대답을 유보하는 것은 기술적 탁월함이 아닌 비인간적인 노동의 결과다. - P26

현대 기술사회의 사고방식을 ‘기술의 패러다임‘이라 이름 붙일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일을 문제풀이 방식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 P30

"모든 문제에는 해결책이 있고, 그 해결책은 언젠가 발견되며, 만약 해결책이 없다면 처음부터 문제도 없다"고 생각한다. 이 패러다임은 모든 물음과 생각거리를 재빨리 문제와 문제 해결의 조합으로 바꾸어버린다.
기술의 영역에 특화된 이런 사고방식을 교육, 정치 같은 인간 삶의다른 영역에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이는 기술에 대한 담론에서도마찬가지다. 기술에 대한 담론은 기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에대한 다양한 논의가 일정한 범위 안에서 맴돌며 더 깊고 넓은 차원으로나아가지 못하는 이유도 문제와 문제풀이의 틀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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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풀

3장 불멸의 코일

유전자는 인체의 제조를 간접적으로 제어하는데, 그 영향은 엄격하게 일방통행이다. 이것은 획득 형질이 유전되지 않음을 뜻한다. 생애에 수많은지식과 지혜를 얻었더라도, 유전적 수단으로는 그중 단 한 가지도 자식에게 전해지지 않는다. 각각 새로운 세대는 무無에서 시작해야 한다. 왜냐하면 몸은 유전자를 불변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유전자가 이용하는 수단이기때문이다. - P76

앞에서 설명한 대로 1개의 세포가 2개로 갈라지는 정상적인 세포 분열에서 그 각각의 세포는 46개의 모든 염색체 사본을 전부 받는다. 이처럼 정상적인 세포 분열을 ‘체세포 분열‘이라고 한다. 이외에도 감수 분열‘ 이라고하는 다른 형태의 세포 분열이 있는데 이는 생식 세포, 즉 난자 또는 정자를 만들 때에만 일어나는 세포 분열이다. 난자와 정자는 염색체를 46개가아닌 23개밖에 갖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우리의 세포 중에서 특이한 존재이다. 물론 이 수는 46개의 절반이 수정에 의해 융합되어 새로운 개체를 만 - P80

들기에 안성맞춤인 수이다. 감수 분열은 정소와 난소에서만 일어나는 특수한 형태의 세포 분열인 것이다. 거기에서는 46개의 염색체의 완전한 두 세트를 갖는 1개 세포가 분열하여 한 세트에 23개의 염색체를 갖는 생식 세포가 된다(설명에서는 인간의 경우의 수를 쓰기로 한다). - P81

우리가 용어를 정의하는 데 있어 우리의 목적에 따라 우리가 좋아하는방식으로 정의하면 그뿐이다. 다만 정의는 분명히 오해의 여지가 없어야한다. 여기에서 사용하고 싶은 정의는 윌리엄스의 정의이다. 그에 의하면유전자는 잠재적으로 자연 선택의 단위로서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만큼 긴세대에 걸쳐 지속되는 염색체 물질의 일부로 정의된다. 앞장에서 사용한 말로 표현하면, 유전자는 복제 정확도가 뛰어난 자기 복제자라고 할 수 있다. 복제 정확도라는 것은 복제 형태의 수명의 길이를 나타내는 다른 표현이다. 여기서는 이것을 단순히 수명도라고 하기로 한다. 이 정의는 어느 정도 정당화를 요구한다. - P83

엄밀히 말해서 이 책의 제목은 ‘이기적 시스트론‘도 ‘이기적 염색체‘도아닌 어느 정도 이기적인 염색체의 큰 도막과 더욱 이기적인 염색체의 작은 도막‘이라고 붙여야 마땅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은매혹적인 제목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유전자를 여러 세대 동안 존속할 가능성이 있는 염색체의 작은 도막이라고 정의하고, 이 책의 제목을 ‘이기적유전자‘라고 한 것이다. - P90

개체는 안정된 것이 아니다. 정처 없이 떠도는 존재이다. 염색체 또한 트럼프 놀이의 카드처럼 즉시 섞이고 곧바로 잊어버리게 된다. 그러나 섞인카드 자체는 살아남는다. 바로 이 카드가 유전자이다. 유전자는 교차에 의해서 파괴되지 않고 단지 파트너를 바꾸어 행진을 계속할 따름이다. 물론유전자들은 계속 행진한다. 그것이 그들의 임무이다. 유전자들은 자기 복제자이고 우리는 유전자들의 생존 기계인 것이다. 유전자는 지질학적 시간을 사는 거주자이며, 영원하다. - P93

개개의 세부적인 것에 치우치지 않고 모든 우세한(예컨대 수명이 긴) 유전자에 공통되는 어떤 보편적인 특성을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반대로 어떤유전자를 ‘열세‘의 단명한 유전자라고 간단히 구별할 수 있는 특성도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이 같은 보편적인 특성 중에서도 이 책에 특히 관계 깊은 특성은 바로 유전자 수준에 있어 이타주의는 열세하고 이기주의는 우세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정의한 이기주의와 이타주의에서 이처럼 열세하거나 우세할 수밖에 없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유전자는 생존 중에 그대립 유전자와 직접 경쟁한다. 유전자 풀 내의 대립 유전자는 다음 세대의염색체상의 한 자리를 놓고, 이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해야 하는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대립 유전자를 희생하여 유전자 풀 속에서 자기의 생존 기회를 증가하도록 행동하는 유전자는 어느 것이든, 오래 살아남는 경향이 있다. 유전자는 이기주의의 기본 단위인 것이다. - P95

이 장의 중심 과제로 돌아와 자연 선택의 기본 단위로 가장 적합한 것은종도 아니고 개체군도 아니고 개체도 아닌 유전 물질의 약간 작은 단위(이 - P99

것을 유전자라고 부르면 편리하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이 논의의 기초가 되는것은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유전자가 잠재적으로 불멸인 데 대하여 몸 이외의 다른 상위의 단위는 일시적인 것이라는 가정이었다. 이 가정은 두 가지의 사실, 즉 ‘유성생식‘과 ‘교차‘ 및 ‘개체‘는 죽는다는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명백한 것이지만 우리는 그것들이 왜 사실일 수밖에 없는가라는 의문을 끊임없이 제기한다. 왜 우리와 대부분의 다른 생존 기계는 유성생식을 하는 것일까? 우리의 염색체는 왜 교차하는 것일까? 그리고왜 우리는 영원히 살지 못하는가? - P100

‘우수한 유전자‘의 가장 일반적인 특성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이미 언급했다. 그리고 ‘이기성‘이 그중 하나임을 확인했다. 그러나 성공한 유전자가 가지는 또 하나의 일반적인 특성은 자기 생존 기계의 죽음을 적어도생식 활동 뒤로 미루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이다. 분명한 것은 당신의 사촌과 증조부 가운데 유아기 때 죽은 자가 있다 해도 당신의 조상은 단한사람도 유아기 때 죽지 않았다는 것이다. 젊어서 죽지 않은 자야말로 조상이라고 할 수 있다. - P101

어떤 사람들은 진화를 지나치게 유전자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에 반대한다. 그들의 말에 의하면 결국 실제로 살거나 죽거나 하는 것은 유전자 전부를 가진 개체다. 이 점에 관해 이견이 없다는 것은 이 장에서 충분히 설명했으므로 더 이상의 논의는 필요 없을 듯 싶다. 경기에 이기고 지는 것은보트 자체인 것과 마찬가지로 살거나 죽거나 하는 것은 개체이고, 자연 선택이 직접 나타나는 것은 항상 개체 수준이다. 그러나 개체의 죽음과 번식이 선택적으로 생기는 결과는 아니기 때문에 오랜 동안 유전자 풀 내의 유전자 빈도가 변하는 것으로 나타나게 된다.
조건부이기는 하지만 유전자 풀은 원시 수프가 옛날의 자기 복제자에 대해 하고 있던 것과 같은 역할을 현대의 자기 복제자에게 하고 있다고 할 수있다. 성과 염색체 교차에는 현대판 수프의 유동성을 유지시키는 효과가있다. 성과 교차에 의해 유전자 풀은 잘 섞여지며 유전자는 부분적으로 옮겨 다닌다. 진화는 유전자 풀 속에서 어떤 유전자는 수를 늘리고, 어떤 유전자는 수를 줄이는 과정이다. - P107

4장 유전자 기계

복잡한 세계에서 예측하는 일은 불확실한 결과를 동반하는 것이다. 생존기계가 내리는 결정은 모두 도박이다. 이때 평균적으로 이로운 결정을 내리도록 뇌에 미리 프로그램을 짜 놓는 일이야말로 유전자가 할 일이다. 진화의 카지노에서 쓰이는 통화는 생존이다. 엄밀히 말하면 그것은 유전자의생존인데, 여러 가지 면에서 볼 때 개체의 생존을 유전자 생물의 근사치로보아도 좋다. 만약 당신이 물을 마시러 물가로 간다면 물가에 접근하는 사냥감을 숨어서 기다리는 포식자에게 먹힐 위험이 크다. 그렇다고 해서 물가로 가지 않으면 결국 목말라 죽을 것이다. 어느 쪽을 택하든 위험이 따르지만 장기적 안목에서 자기의 유전자가 살아남는 기회를 최대화하도록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아마도 최선의 수단은 목마름을 참을 수 있는 데까지참다가 못 참을 지경일 때 물가로 가서 오랫동안 견딜 수 있도록 물을 잔뜩마시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물가에 가는 횟수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이경우에는 물을 마실 때 오랫동안 머리를 숙이고 있어야 한다. 이를 대신할만한 가장 좋은 방법은 물을 조금씩 마시는 것일지도 모른다. 즉 물가 옆을뛰어가는 도중에 재빠르게 조금씩 마시는 것이다. - P124

이타주의와 이기주의는 도대체 이 모든 것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여기에서 이타적이든 이기적이든 간에 동물의 행동이 유전자의 제어하에 있다고 하는 주장은 단지 간접적인 의미에서뿐만 아니라 매우 강력한 의미의견해를 확립하려는 것이다. 생존 기계와 신경계를 조립하는 방법을 지령하는 것에 따라 유전자는 생존 기계의 행동에 궁극적 영향력을 미친다. 그러나 행동에 영향을 준 다음에 무엇을 할 것인가를 순간순간 결정해 가는 것은 신경계이다.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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