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풀

3장 불멸의 코일

유전자는 인체의 제조를 간접적으로 제어하는데, 그 영향은 엄격하게 일방통행이다. 이것은 획득 형질이 유전되지 않음을 뜻한다. 생애에 수많은지식과 지혜를 얻었더라도, 유전적 수단으로는 그중 단 한 가지도 자식에게 전해지지 않는다. 각각 새로운 세대는 무無에서 시작해야 한다. 왜냐하면 몸은 유전자를 불변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유전자가 이용하는 수단이기때문이다. - P76

앞에서 설명한 대로 1개의 세포가 2개로 갈라지는 정상적인 세포 분열에서 그 각각의 세포는 46개의 모든 염색체 사본을 전부 받는다. 이처럼 정상적인 세포 분열을 ‘체세포 분열‘이라고 한다. 이외에도 감수 분열‘ 이라고하는 다른 형태의 세포 분열이 있는데 이는 생식 세포, 즉 난자 또는 정자를 만들 때에만 일어나는 세포 분열이다. 난자와 정자는 염색체를 46개가아닌 23개밖에 갖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우리의 세포 중에서 특이한 존재이다. 물론 이 수는 46개의 절반이 수정에 의해 융합되어 새로운 개체를 만 - P80

들기에 안성맞춤인 수이다. 감수 분열은 정소와 난소에서만 일어나는 특수한 형태의 세포 분열인 것이다. 거기에서는 46개의 염색체의 완전한 두 세트를 갖는 1개 세포가 분열하여 한 세트에 23개의 염색체를 갖는 생식 세포가 된다(설명에서는 인간의 경우의 수를 쓰기로 한다). - P81

우리가 용어를 정의하는 데 있어 우리의 목적에 따라 우리가 좋아하는방식으로 정의하면 그뿐이다. 다만 정의는 분명히 오해의 여지가 없어야한다. 여기에서 사용하고 싶은 정의는 윌리엄스의 정의이다. 그에 의하면유전자는 잠재적으로 자연 선택의 단위로서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만큼 긴세대에 걸쳐 지속되는 염색체 물질의 일부로 정의된다. 앞장에서 사용한 말로 표현하면, 유전자는 복제 정확도가 뛰어난 자기 복제자라고 할 수 있다. 복제 정확도라는 것은 복제 형태의 수명의 길이를 나타내는 다른 표현이다. 여기서는 이것을 단순히 수명도라고 하기로 한다. 이 정의는 어느 정도 정당화를 요구한다. - P83

엄밀히 말해서 이 책의 제목은 ‘이기적 시스트론‘도 ‘이기적 염색체‘도아닌 어느 정도 이기적인 염색체의 큰 도막과 더욱 이기적인 염색체의 작은 도막‘이라고 붙여야 마땅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은매혹적인 제목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유전자를 여러 세대 동안 존속할 가능성이 있는 염색체의 작은 도막이라고 정의하고, 이 책의 제목을 ‘이기적유전자‘라고 한 것이다. - P90

개체는 안정된 것이 아니다. 정처 없이 떠도는 존재이다. 염색체 또한 트럼프 놀이의 카드처럼 즉시 섞이고 곧바로 잊어버리게 된다. 그러나 섞인카드 자체는 살아남는다. 바로 이 카드가 유전자이다. 유전자는 교차에 의해서 파괴되지 않고 단지 파트너를 바꾸어 행진을 계속할 따름이다. 물론유전자들은 계속 행진한다. 그것이 그들의 임무이다. 유전자들은 자기 복제자이고 우리는 유전자들의 생존 기계인 것이다. 유전자는 지질학적 시간을 사는 거주자이며, 영원하다. - P93

개개의 세부적인 것에 치우치지 않고 모든 우세한(예컨대 수명이 긴) 유전자에 공통되는 어떤 보편적인 특성을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반대로 어떤유전자를 ‘열세‘의 단명한 유전자라고 간단히 구별할 수 있는 특성도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이 같은 보편적인 특성 중에서도 이 책에 특히 관계 깊은 특성은 바로 유전자 수준에 있어 이타주의는 열세하고 이기주의는 우세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정의한 이기주의와 이타주의에서 이처럼 열세하거나 우세할 수밖에 없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유전자는 생존 중에 그대립 유전자와 직접 경쟁한다. 유전자 풀 내의 대립 유전자는 다음 세대의염색체상의 한 자리를 놓고, 이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해야 하는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대립 유전자를 희생하여 유전자 풀 속에서 자기의 생존 기회를 증가하도록 행동하는 유전자는 어느 것이든, 오래 살아남는 경향이 있다. 유전자는 이기주의의 기본 단위인 것이다. - P95

이 장의 중심 과제로 돌아와 자연 선택의 기본 단위로 가장 적합한 것은종도 아니고 개체군도 아니고 개체도 아닌 유전 물질의 약간 작은 단위(이 - P99

것을 유전자라고 부르면 편리하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이 논의의 기초가 되는것은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유전자가 잠재적으로 불멸인 데 대하여 몸 이외의 다른 상위의 단위는 일시적인 것이라는 가정이었다. 이 가정은 두 가지의 사실, 즉 ‘유성생식‘과 ‘교차‘ 및 ‘개체‘는 죽는다는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명백한 것이지만 우리는 그것들이 왜 사실일 수밖에 없는가라는 의문을 끊임없이 제기한다. 왜 우리와 대부분의 다른 생존 기계는 유성생식을 하는 것일까? 우리의 염색체는 왜 교차하는 것일까? 그리고왜 우리는 영원히 살지 못하는가? - P100

‘우수한 유전자‘의 가장 일반적인 특성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이미 언급했다. 그리고 ‘이기성‘이 그중 하나임을 확인했다. 그러나 성공한 유전자가 가지는 또 하나의 일반적인 특성은 자기 생존 기계의 죽음을 적어도생식 활동 뒤로 미루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이다. 분명한 것은 당신의 사촌과 증조부 가운데 유아기 때 죽은 자가 있다 해도 당신의 조상은 단한사람도 유아기 때 죽지 않았다는 것이다. 젊어서 죽지 않은 자야말로 조상이라고 할 수 있다. - P101

어떤 사람들은 진화를 지나치게 유전자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에 반대한다. 그들의 말에 의하면 결국 실제로 살거나 죽거나 하는 것은 유전자 전부를 가진 개체다. 이 점에 관해 이견이 없다는 것은 이 장에서 충분히 설명했으므로 더 이상의 논의는 필요 없을 듯 싶다. 경기에 이기고 지는 것은보트 자체인 것과 마찬가지로 살거나 죽거나 하는 것은 개체이고, 자연 선택이 직접 나타나는 것은 항상 개체 수준이다. 그러나 개체의 죽음과 번식이 선택적으로 생기는 결과는 아니기 때문에 오랜 동안 유전자 풀 내의 유전자 빈도가 변하는 것으로 나타나게 된다.
조건부이기는 하지만 유전자 풀은 원시 수프가 옛날의 자기 복제자에 대해 하고 있던 것과 같은 역할을 현대의 자기 복제자에게 하고 있다고 할 수있다. 성과 염색체 교차에는 현대판 수프의 유동성을 유지시키는 효과가있다. 성과 교차에 의해 유전자 풀은 잘 섞여지며 유전자는 부분적으로 옮겨 다닌다. 진화는 유전자 풀 속에서 어떤 유전자는 수를 늘리고, 어떤 유전자는 수를 줄이는 과정이다. - P107

4장 유전자 기계

복잡한 세계에서 예측하는 일은 불확실한 결과를 동반하는 것이다. 생존기계가 내리는 결정은 모두 도박이다. 이때 평균적으로 이로운 결정을 내리도록 뇌에 미리 프로그램을 짜 놓는 일이야말로 유전자가 할 일이다. 진화의 카지노에서 쓰이는 통화는 생존이다. 엄밀히 말하면 그것은 유전자의생존인데, 여러 가지 면에서 볼 때 개체의 생존을 유전자 생물의 근사치로보아도 좋다. 만약 당신이 물을 마시러 물가로 간다면 물가에 접근하는 사냥감을 숨어서 기다리는 포식자에게 먹힐 위험이 크다. 그렇다고 해서 물가로 가지 않으면 결국 목말라 죽을 것이다. 어느 쪽을 택하든 위험이 따르지만 장기적 안목에서 자기의 유전자가 살아남는 기회를 최대화하도록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아마도 최선의 수단은 목마름을 참을 수 있는 데까지참다가 못 참을 지경일 때 물가로 가서 오랫동안 견딜 수 있도록 물을 잔뜩마시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물가에 가는 횟수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이경우에는 물을 마실 때 오랫동안 머리를 숙이고 있어야 한다. 이를 대신할만한 가장 좋은 방법은 물을 조금씩 마시는 것일지도 모른다. 즉 물가 옆을뛰어가는 도중에 재빠르게 조금씩 마시는 것이다. - P124

이타주의와 이기주의는 도대체 이 모든 것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여기에서 이타적이든 이기적이든 간에 동물의 행동이 유전자의 제어하에 있다고 하는 주장은 단지 간접적인 의미에서뿐만 아니라 매우 강력한 의미의견해를 확립하려는 것이다. 생존 기계와 신경계를 조립하는 방법을 지령하는 것에 따라 유전자는 생존 기계의 행동에 궁극적 영향력을 미친다. 그러나 행동에 영향을 준 다음에 무엇을 할 것인가를 순간순간 결정해 가는 것은 신경계이다. - P13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