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을 ‘객관적이고‘ 기술적인 범주로 보아서는 안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문학은 그저 사람들이 문학이라고 부르기로 제멋대로 정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도 안 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러한 종류의 가치판단들은 개인적 변덕과는 무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 가치판단들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처럼 분명히 흔들리지 않는 더욱 심층적인 신념의 구조들 속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까지 밝혀낸 것은, 문학은 곤충들이 존재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에서 존재하는것은 아니라는 사실, 나아가 문학을 구성하는 가치판단들이 역사적으로가변적이라는 사실뿐만 아니라, 또한 이 가치판단 자체도 사회의 이데올로기들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치판단들은 궁극적으로는 단지 개인적인 취향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회집단들이 다른 사회집단들에 대해 힘을 행사하고 또 그 힘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 의거하는 전제들을 가리킨다. 만일 이 말이 지나친 주장이요 저자 개인의 편견처럼 보인다면 우리는 영국에서의 ‘영문학(연구)‘의 발흥에 대한 설명을 통해 이것을 검증해볼 수 있을 것이다. - P26

여성해방론과 탈구조주의 사이에는 또다른 관계들이 있다. 탈구조주의가 파괴하려고 애쓴 대립쌍들 중에서 남녀 사이의 위계적인 대립이아마 가장 악성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확실히 그것이 가장 영속적인 것같다. 이제까지의 역사에서 좋이 인류의 절반이 결함많은 존재이자 낯선 열등동물로서 내동댕이쳐지고 종속되지 않은 때는 한번도 없었다. 물론 이 어마어마한 사실은 새로운 이론적 테크닉으로 당장 교정될 수는 없다. 그러나, 남성과 여성 사이의 갈등이 더없이 현실적인 것이었긴 하지만, 이 남녀적대 이데올로기가 형이상학적 환상을 어떻게 내포하고 있는가를 인식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남성에게 주어지는 물질적이고 심리적인 이득에 의해 그 이데올로기가 유지되었다면 또 한편으로그것은 시급히 검토할 필요가 있는 공포. 욕망 • 공격성 • 매저키즘. 불안의 복합구조에 의해서도 유지되었던 것이다. 여성해방론은 따로 떼어놓을 수 있는 쟁점, 여타의 정치적 사업들과 어깨를 나란히하는 특별한 ‘캠페인‘이 아니라, 개인적이고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삶의 모든 면을해명하고 탐구하는 차원에 서 있다. 여성운동의 메시지는 국외자들에의해 해석되었듯이 남성과 똑같은 권력과 지위를 여성이 가져야 한다는주장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그런 권력과 지위 전체에 던지는의문인 것이다. 그것은 세계가 더 많은 여성의 참여로 더 좋아지리라는것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역사의 ‘여성화‘ 없이는 세계가 살아남을 수없다는 것이다.
. - P184

여성해방론자들이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의지하는 프로이트 이론가 중의 하나가 프랑스 정신분석학자인 자끄 라깡(Jacques Lacan)이다. 그것은뫄깡이 여성해방을 앞서 말한 사상가였기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여성운동에 대한 라깡의 태도는 주로 오만하고 경멸적이었다. 그러나 라깡의 작업은 주체라는 문제, 사회 속에서 인간의 위치,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간과 언어 간의 관계라는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적절한 방식으로 프로이트를 ‘재해석‘ 한 대단히 독창적인 시도이다. 이중주체와 언어의 관계라는 문제는 라깡이 문학이론가에게도 관심의 대상이 되는 이유이다. 라깡이 자신의 『글』(Ecrits)이라는 책에서 하고자 했던바는 구조주의자와 탈구조주의자의 담론이론이라는 틀로 프로이트사상을 재음미하는 일이었다. 라깡의 시도는 우리를 때때로 당황하게 만들 만큼 불투명하고 수수께끼로 가득찬 체계이지만 탈구조주의와 정신분석학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는가를 알아보고자 한다면 간략하게나마 생각해보아야 하는 시도이다. -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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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량은 명량에서 깨어진 적선에 올라가빼앗은 쌀이었다. 모두가 적들에게 빼앗긴 연안 백성들의 쌀이었다. 내가 적을 죽이면 적은 백성을 죽였고 적이 나를 죽인다면 백성들은 더욱 죽어나갈 것이었는데, 그 백성들의 쌀을 뺏고 빼앗아 적과 내가 나누어 먹고 있었다. 나의 적은 백성의 적이었고, 나는 적의 적이었는데, 백성들의 곡식을 나와 나의 적이 먹고 있었다.
대낮에 오한이 오면서 임진년에 총 맞은 왼쪽 어깨가 쑤셨다. 바람이 없는데도 먼바다에서 물결이 일었다. 내일, 바다에는 비가 내릴 것이었다. - P117

그리고, 그 각자의 몫들은 똑같은 고통과 똑같은 무서움이었다 하더라도, 서로 소통될 수 없는 저마다의 몫이었을 것이다. 저마다의 끝은 적막했고, 적막한 끝들이 끝나서 쓰레기로바다를 덮었다. 그 소통되지 않는 고통과 무서움의 운명 위에서, 혹시라도 칼을 버리고 적과 화해할 수도 있을 테지만 죽음은 끝내 소통되지 않는 각자의 몫이었고 나는 여전히 적의 적이었으며 이 쓰레기의 바다 위에서 나는 칼을 차고 있어야 했다. 죽이되, 죽음을 벨 수 있는 칼이 나에게는 없었다. 나의 연안은 이승의 바다였다. - P135

그때 나는 세상이 견딜 수 없이 가엾고, 또 무서웠다. 나는 허망한 것과 무내용한 것들이 무서웠다. - P212

정유년 겨울에, 전쟁은 전개되지 않았다. 전쟁은 지지부진했다. 전쟁은 천천히 죽어가는 말기 암과 같았다. 적이 죽어가는 것인지 내가 죽어가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죽음을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희망을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언어로개념화되는 어떠한 미래도 생각하지 않았다. 희망은 멀어서보이지 않았고, 희망 없는 세상에서 죽음 또한 멀어서 보이지않았다. 보이지 않았지만, 살아 있는 나에게 내가 살아 있다는사실만은 의심할 수 없이 분명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날들 - P213

이 힘겹게 겨우겨우 흘러갔다. 저녁이면 먼 섬들 사이로 저무는 햇살에 갯고랑 물비늘이 반짝였고, 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며 소멸하는 날들은 기진맥진했다. -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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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입문자를 위한 구조주의 해설서이다. 수박 겉핥기 정도. 겉도 다 핥는 건 아니고 혀만 살짝 닿는 정도가 아닐까. 그렇지만 표지의 무시무시한 4인방의 이름과 구조주의라는 난해한 개념을 얇은 분량에 담아 읽기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책이다.

먼저, 구조주의의 땅고르기에 큰 역할을 한, 사고의 전환, 관점의 전환을 가져온 마르크스, 프로이트, 니체가 간략하게 언급되고, 구조주의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사람)인 언어학자 소쉬르의 언어학 개념에 대해, 그리고, 구조주의 4대장 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의 핵심적 관점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읽을 땐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되는 듯하지만(라캉은 그마저도 안 된다) 책을 덮으면, 아니 다음 페이지를 펼치면 앞의 내용은 머리 속에서 사라진다. 그저 몇 명의 이름과 몇 권의 책 제목만 남았다.

이 책을 읽으며 나의 무지에 대해 생각한다. 무지는 저자의 말 대로 단순이 모른다는 것이 아니라 알고 싶지 않음, 모르고 싶음의 성실한 축적의 결과다. 세상의 이치에 호기심이 없고 복잡하게 생각하고 싶지 않은 나는 무지한 사람이다. 계속 무지하게 살고 싶은 사람이다. [The Giver]의 구조화된 Sameness 사회 속에서 잘 살고 있다고 착각하며 성실하게 사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가끔 이런 책을 읽으며 나의 무지를 자각하는 순간들이 나쁘지만은 않다. 느리지만, 금세 잊어버리지만, 그 끈을 놓지 않아야겠다.

푸코의 ‘표준화', 레비스트로스의 증여의 관점에 관심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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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6-04-25 11: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도서관 책으로 읽었는데, 담에 꼭! 다시 하고 메모해 두었던 책입니다. 우치다 다쓰루도 제 컬럭션에 들어 있는 작가구요.
구조와 sameness에 대한 이야기 또 해 주세요~~~ 관심이 많아요, 제가^^

햇살과함께 2026-04-25 11:54   좋아요 2 | URL
저도 이 작가 책 더 읽어보고 싶어요! 제가 말해드리고 싶지만 말이 안나오는 ㅠㅠ 공부해서 머리에 구조를 좀 채워야겠어요 ㅠㅠ

서곡 2026-04-25 13: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부해서 머리에 구조를 좀 채워야겠어요 ㅠㅠ˝ 눈물과 미소가 동시에 나옵니다 ㄷㄷㄷ 응원해요!!! 햇살님 남은 이 달 잘 보내시길요~~~

햇살과함께 2026-04-25 20:49   좋아요 1 | URL
서곡님 응원 감사합니다^^ 어려워요 어려워~ 울고 있습니다 ㅎㅎ
 
The Giver Movie Tie-In Edition: A Newbery Award Winner (Paperback)
Lois Lowry / Houghton Mifflin Harcourt / 2014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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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디스토피아? 소설이라 이런 장르를 잘 읽지 않는 내가 배경을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아(가뜩이나 영어로 읽는 것이니) 영화가 있나 찾아보니 마침 티빙에 있어서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읽었다. 영화 먼저 보길 잘했다. 어떤 설정인지 파악이 되니 영어로도 잘 읽혔다. 다행히 영어도 무척 쉽다. 문장도 간결하고 어려운 단어도 많지 않다. 책 판형도 무척 작고 가벼워서 휴대하기도 좋으나 글자가 너무 작아 노안의 눈으로 오래 읽기 힘들다.


Sameness. 모든 것이 획일화된 사회, Feeing이 없는 사회, 미움도 없지만 사랑도 없고, 슬픔도 없지만 기쁨도 없고, 괴로움도 없지만 즐거움도 없고, 불행도 없지만 행복도 없는 사회. 전쟁도 없지만 축제도 없고, 배고픔도 없지만 음식 선택권도 없고, 추위도 없지만 눈도 없고, 더위도 없지만 햇살도 없고, Color도 없고, Music도 없고, Animal도 없다. 이 모든 것을 배제하고 오로지 통제가능한 상태로 안전하게 굴러가는 것이 목적인 사회.


유일하게 이 모든 과거의 것을 Memory로 가지고 있는 Giver와 그의 기억을 계승해야 하는 임무를 배정 받은 Receiver 조너스. 마치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혼자 눈뜬 자로 살아가는 것처럼. 이 모든 것을 알지만 말할 수 없고, 이해 받을 수 없고, 혼자서만 끌어안고 살아야 외로운 역할이다알지 못하던 때에는 최고의 사회였지만, 알게 되면 견딜 수 없는 끔찍한 사회가 된다. 우리가 찾는 것은 거짓된 평화가 아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폭력적이고 파괴적이고 불안정한 세상(특히, 트럼프와 함께 사는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누구라도 한 번 쯤은 이런 사회를 꿈꾸지 않을까.


흥미롭게 잘 읽었다. 로이스 로리 작가의 책을 더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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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6-04-23 19: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거짓된 평화를 거부하지만, 저는 자꾸 그 sameness에 끌리더라구요. 불평등에 대한 반감도 여전하구요. 그래도 조너스의 선택이 옳았다는 점에는 동의합니다. 저도 로이스 로리를 좋아해요^^

햇살과함께 2026-04-23 23:25   좋아요 1 | URL
저도 모른다면 sameness의 안정감에 취해서 잘 살 것 같아요. 조너스의 부모님처럼요. 연결된 다른 책도 읽어봐야겠어요^^

다락방 2026-04-23 21: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 번역본으로 오래전에 읽어 잘 기억나지 않는데, 단발머리 님도 햇살과함께 님도 좋다하시니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이번엔 영어로 도전해봐야겠어요.

햇살과함께 2026-04-23 23:27   좋아요 1 | URL
영어가 Housemaid 수준?이라 쉽게 읽으실 거에요^^
 

Finally he steeled himself to read the final rule again. Hehad been trained since earliest childhood, since his earliest learning of language, never to lie. It was an integral part of thelearning of precise speech. Once, when he had been a Four, hehad said, just prior to the midday meal at school, "I‘m starving."
Immediately he had been taken aside for a brief privatelesson in language precision. He was not starving, it was pointedout. He was hungry. No one in the community was starving, had ever been starving, would ever be starving. To say "starv-ing" was to speak a lie. An unintentioned lie, of course. Butthe reason for precision of language was to ensure that unin-tentional lies were never uttered. Did he understand that? theyasked him. And he had.
He had never, within his memory, been tempted to lie. Asher did not lie. Lily did not lie. His parents did not lie. Noone did. Unless .. - P89

Jonas reached the opposite side of the river, stopped briefly, and looked back. The community where his entire life had been lived lay behind him now, sleeping. At dawn, the orderly, disciplined life he had always known would continue again, without him. The life where nothing was ever unexpected. Orinconvenient. Or unusual. The life without color, pain, or past.
He pushed firmly again at the pedal with his foot andcontinued riding along the road. It was not safe to spend timelooking back. He thought of the rules he had broken so far:enough that if he were caught, now, he would be condemned. - 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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