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쪽이 류가 바라는 일일까를 한동안 고민하다가, 둘 중어느 쪽도 류가 자신에게 바라는 건 딱히 없을 것 같다는생각이 들어서였다. 류의 유지를 받들어, 같은 생각은 해본적 없었고 애당초 유지라는 게 있지도 않았으며 방역업을시작한 뒤로 삶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 아닌 현재멈춤형이었다. 그녀는 앞날에 대해 어떤 기대도 소망도 없었으며 그저 살아 있기 때문에, 오늘도 눈을 떴기 때문에 연장을 잡았다. 그것으로 자신이 존재하는 이유를 확인하지 않았고, 자신의 행동에 논거를 깔거나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더오래 살려고 노력하지 않았고 일찍 죽기 위해 몸을 아무렇게나 던지지도 않았다. 오로지 맥박이 멈추지 않았다는 이유로 움직이는 그것은 훌륭하게 부속이 조합된 기계의 속성이었다. 류를 가끔 떠올렸고 그가 생전에 주의를 준 사항들에 자주 이끌렸지만, 제 몸처럼 부리던 연장으로 인해 손바닥에 잡힌 굳은살과도 같은 감각 외에는, 류를 생각하면서 온몸이 뻐근하게 달뜨고 아파오는 일이 더 이상 없었다.그녀는, 나이 들어가고 있었다. - P25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록산 게이의 칼럼 모음집을 읽기 시작했다. 희망보다는 가능성을 믿는다는 이야기에 깊이 감응했다. 나도 그렇다, 진작 그래왔다고 중얼거리며 서문을 읽었다. 희망을 나는 믿는 것 같지 않은데 그럼에도 세상을 보는 마음엔 늘 모종의 믿음이 남아 있고 이것이 뭘까, 이것을 다른 이들은 뭐라고 부를까, 궁금했던 적이 있었다. 가능성. 너무 평범한 말이라서 그 말을 발견하는 데 오래 걸렸다. 가능성을 믿는 마음, 그걸 믿으려는 마음이 언제나 내게도 있다. 언제나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가능성만을 바랄 수 있을 뿐인 세계는 얼마나 울적한가. 희망을 가지고 그것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믿기가 너무나 어려운 세계, 그 어려움이 기본인 세계는 얼마나 낡아빠진 세계인가.
너무 낡아서, 자기 경험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세계.
다만 이어질 뿐인. - P17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휴가 마지막 날이다.


휴가에는 짧게 집에 다녀왔다. 달팽이책방에 가려고 했으나 월요일 휴무라 다른 책방을 검색해 보니 집 근처에 숨숨북이라는 독립책방이 있어 책을 샀다. 컨셉진이라는 아주 작은 잡지가 있었는데, 달리기와 등산이라니, 딱 우리 취향이다 하고 샀다. 알라딘에서는 검색이 안된다. 조엔 디디온의 <상실>도 구매했다.

















수요일에는 서촌에 볼 일이 있어 갔다가 러닝편집샵 온유어마크에서 러닝화를 샀고 매장 맞은편이 마침 책방 오늘,이라 책을 샀다. 좁은 책방에 사람이 많아 입구에서 잠시 대기 후 들어갔다. 사려고 생각했던 한강 작가의 <빛과 실>과 황정은 작가의 <작은 일기>, 남편이 고른 켄 리우의 <어딘가 ...>를 구매했다.

















집에 가는 길에 오랜만에 교보문고 광화문에 들러 또 책을 샀다. 한길아트 시리즈 <미켈란젤로>














집에 가서는 1시간반 거리에 있는 주왕산을 다녀왔고 바닷가 달리기를 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돌이 2025-08-01 2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뭔가 여유있고 따뜻한 휴가같아요 바닷가 달리기도 좋네요

햇살과함께 2025-08-03 22:27   좋아요 1 | URL
바쁘고 신나는 휴가였습니다^^
 
















매운맛 읽고 순한맛 읽으면 순한맛이 재미없어질까 하여 순한맛부터 읽었지만, 결론적으로 어떤 맛일 먼저 읽든 상관없을 듯하다. 표지가 가장 강렬하다는 리뷰도 있던데(도서관 대출 책은 표지가 없어서 실물을 보진 못했다), 기담이라고 하기엔 너무 순하지 않나요. 올해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서 읽은 성혜령 작가와 성해나 작가가 함께 있어서 읽었는데, 순한맛의 원픽은 이주혜 작가고, 매운맛의 원픽은 성혜령 작가다. 역시 사람이 가장 무섭다. 조심해, 한 여름에도 서리가 내릴 수 있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든 열정이 다하고 쏜살 문고
비타 색빌웨스트 지음, 임슬애 옮김 / 민음사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단한 남편의 죽음 이후 여든여덟 살에 마침에 가족의 의무로부터 벗어나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레이디 슬레인. 마지막 희망을 보고 떠나서 다행이다. 조용한 노년을 기대하게 하는 책이다. 색빌웨스트와의 교감이 울프의 <올랜도>에 영향을 주었다는데 이 책 2부는 <댈러웨이 부인>을 생각나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