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8월 마지막이구나. 8월 책 구매 올리는 것도 잊어버렸네.

<어떤 동사의 멸종> 한승태 작가는 <고기로 태어나서> 읽고 이 작가는 챙겨봐야겠다 했는데 작년에 이 책 나와서 읽어야지 하다가 이제서야 구매했다. 노동 에세이 3부작 중 1권 <인간의 조건>은 <퀴닝>이란 제목으로 재출간되었네.

<다다와 초현실주의>와 <이슬람 미술>은 옆지기 구매 요청으로 주문했다. 품절 제외 이 시리즈 다 모으고 있다. 심지어 <이슬람 미술>은 여동생 선물 주고 한 권 더 구매한 것.

8월이 끝나가지만 무더위는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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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생각했다. 어쩌면 모든 예술의 뿌리는, 또한 어쩌면 모든 정신의 뿌리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일 것이다. 우리는 죽음을 두려워하고, 덧없이 사라져가는 것 앞에서 몸서리를 치며, 꽃이 시들고 잎이 떨어지는 것을 보노라면 슬픔에 빠지는 것이다. 그럴 때면 우리 자신의 가슴속에서도 우리 역시 덧없이 스러져갈 것이며 조만간 시들 것이라는 확신이 느껴지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예술가로서 어떤 형상을 창조하거나 사상가로서 어떤 법칙을 탐구하고 생각을 정리할 때면 우리는 그 무엇인가를 거대한 죽음의 무도(舞蹈)로부터 구해 내려고 애쓴다. 우리 자신보다도 더 오래 지속될 무엇인가를 세우기 위해 애쓰는 것이다. 명인이 창조한 아름다운 마돈나 상의 실제 모델이 되었던 여성은 아마도 벌써 시들었거나 죽었을 것이며, 예술가 자신도 조만간 죽음을 맞을 것이다. 그러면 그의 집에는 다른 사람들이 들어와 살게 될 것이고, 그가 앉던 식탁에는 다른사람들이 앉아 식사를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그대로 남을 것이며, 조용한 수도원 예배당 안에서 - P245

그 예술 작품은 몇백 년 혹은 그보다 훨씬 오래도록 남아서 언제나 꽃처럼 아름답고도 슬퍼 보이는 똑같은 그 입으로 미소짓고 있을 것이다. - P246

방랑 생활의 천진함과 모성적(母性的)근원, 법칙과 정신으로부터의 일탈, 그리고 자기 자신을 버리고 늘 은밀하 - P300

게 죽음에 가까워지려는 방랑 생활의 속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골드문트의 영혼을 깊숙이 사로잡고 또 각인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내면에 정신과 의지가 살아있었고 또 그가 예술가라는 사실은 그의 삶을 풍요롭고도고단하게 만들었다. 사실 모든 생명은 분열과 모순을 통해풍요로워지고 꽃을 피우는 것이다. 도취의 상태를 알지 못한다면 이성과 냉철함이 무슨 소용이 있으며, 그 뒤에 죽음이 도사리고 있지 않다면 관능적 욕망이란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이성간의 영원한 대립이 없다면 사랑이란 또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여름이 가고 또 가을이 저물었다. 그러고서 골드문트는궁색한 몇 달을 간신히 넘겼으며, 달콤한 향기를 풍기는봄철에는 황홀경에 빠져 사방을 떠돌아다녔다. 계절은 너무나 빨리 흘러갔고, 언제나 그랬듯이 여름날의 높은 태양은 너무나 빨리 떨어졌다. - P301

「질문을 하니까 좋군. 하지만 상상을 하지 않고도 사고할 수 있는 것은 분명하네. 사고는 상상과는 조금도 상관이 없어. 사고는 형상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개념과 정의를 통해 이뤄지지. 형상이 작용하지 않는 바로 그곳에서부터 철학이 시작되지. 우리가 생도 시절에 그토록자주 다투었던 것도 바로 이 문제였지. 자네한테는 세상이형상으로 이루어져 있고, 나한테는 개념으로 이루어져 있었지. 나는 자네가 사상가로는 쓸모가 없다고 늘상 말했었지. 그리고 그것은 결점이 아니라는 말도 했네. 자네는 그대신 형상의 영역에는 능통했으니까. 이 문제를 자네한테명확하게 밝혀줄 테니까 잘 들어보게. 그때 자네가 세속의세계로 달아나지 않고 학자가 되었더라면 아마 불행해졌을수도 있어. 그랬더라면 자네는 신비주의자가 되었을 테니까. 신비주의자란, 다소 거칠게 요점만 말하자면, 상상의세계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사상가라 할 수 있지. 그러니까 도대체 사상가는 아닌 셈이지. 그들은 불행한 예술가들이야. 시를 못 짓는 시인, 붓이 없는 화가, 음을 터득하지못한 음악가인 셈이지. 그들 중에는 대단히 재능 있고 고귀한 정신의 소유자들이 있긴 하지만, 그들은 예외 없이모두가 불행한 사람들이라네. 자네는 바로 그런 사람이 될수도 있었던 거야. 그런데 천만다행으로 자네는 예술가가되어 형상의 세계를 터득한 것이지. 사상가가 되었다면 불 - P426

완전한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겠지만, 형상의 세계에서는자네가 창조자요 주인이 될 수 있네」골드문트가 말했다. 「나는 상상이 없이 사고하는 자네의그 사고의 세계를 영영 이해하지 못할까 두렵네」 - P427

「잘 모르겠는걸. 하지만 인생을 사는 문제에 대범하고절망을 물리치는 일은 그래도 자네 같은 사상가나 신학자들이 더 잘 해낼 것 같군. 여보게, 내가 오래전부터 자네를 부러워하는 것은 자네의 학식 때문이 아니라 평정한 마음 때문일세. 자네의 초연함과 평화가 부럽네」
「나를 부러워할 필요 없어, 골드문트. 자네가 생각하는그런 평화란 존재하지 않아. 물론 평화가 있긴 하지만, 우리의 마음속에 늘 깃들여서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 그런평화란 존재하지 않는 법일세. 이 세상에 존재하는 유일한평화는 잠시도 마음을 늦추지 않고 끊임없이 싸워서 얻어지는 평화, 나날이 새롭게 쟁취해야만 하는 그런 평화뿐일세. 그런데 자네는 내가 그렇게 싸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지. 공부할 때 싸우는 모습도, 기도실에서 싸우는 모습도본 적이 없어. 자네가 나의 그런 모습을 보지 않은 것은좋아. 자네는 그저 내가 자네보다 기분에 덜 좌우된다는것만 보고서 평화롭다고 생각하는 것이지. 하지만 그렇게보이는 모습도 실은 싸움과 희생을 통해 얻어지는 걸세. 인생을 제대로 사는 사람이라면 다 마찬가지겠지. 자네의경우도 그래」 - P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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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이지」 나르치스가 말을 이었다. 「너 같은 기질의 사람들, 그러니까 강렬하고도 섬세한 감성을 지녀서 영혼으로 느낄 줄 아는 몽상가나 시인들, 혹은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우리 같은 정신적 인간보다는 거의 예외없이 더 우월한 존재라고 할 수 있지. 그런 사람들은 말하자면 모성(母性)의 풍요로움을 타고난 존재들이야. 그들의 삶은 충만해 있고, 사랑의 힘과 체험의 능력을 부여받은 존재들이지. 그 반면 우리 같은 정신적 인간들은 너 같은 사람들을 곧잘 이끌어가고 다스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충만된 삶을 전혀 모르고 메마른 삶을 살게 마련이야. 과일의 단물처럼 넘쳐흐르는 삶의 풍요로움, 사랑의 정원과 예술의 땅은 바로 너희들의 것이지. 너희들의 고향이 대지라면 우리네의 고향은 이념이야. 너희들이 감각의 세계에 익사할 위험이 있다면 우리는 진공 상태의 대기에서 질식할 위험에 처해 있지. 너는 예술가고 나는 사상가야. 네가 어머니의 품에 잠들어 있다면 나는 황야에서 깨어 있는 셈이지. 나에겐 태양이 비치지만 너에겐 달과 별이 비치고, 네가 소녀를 그리워한다면 나는 소년을 그리워해………」
골드문트는 눈을 크게 뜬 채 나르치스가 마치 연설가처럼 자기 도취에 빠져들어 이야기에 열중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나르치스의 말 가운데 상당수는 마치 비수처럼 그의 폐부를 파고들었다. 마지막 대목에 이르러서는 창백한 얼굴로 눈을 감고 말았다. - P74

언젠가 그는 자기 자신에 대하여, 아니 그의 영세명성자(聖者)인 골드문트에 대하여 꿈꾼 적이 있다. 골드문트라고도 불리우는 크리소스토무스 성자는 황금의 입을 가진 존재였다. 그는 황금의 입으로 말을 했고, 그러면 그가 하는 말들은 꿈꾸는 작은 새가 되어 날개를 파닥이며 떼지어날아가곤 하였다. - P99

그런데 골드문트 자신은 어떻게 될까? 이십 년이 지나면 어떤 모습일까? 아, 모든 것이 불가사의했다. 아름다우면서도 슬프기만 했다. 사람은 아무것도 모르는 존재인 것이다. 사람은 인생을 살면서 이 땅을 누비고 다니기도 하고, 숲을 가로질러 말을 달리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뭔가를 요구하고 약속하고 그리움을 불러일으키기도하는 여러 가지 것들과 마주치기도 한다. 저녁 하늘의 별, 갈대숲처럼 푸르른 바다, 어떤 사람이나 혹은 소의 눈길, 이런 것들과 마주치는 것이다. 그러면 때로는 여지껏 한번도 보지 못했지만 오래전부터 그려오던 어떤 일이 바야흐로 벌어지는 듯한 확신과 함께 모든 것의 너울이 벗겨져 내리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러다가는 그런 순간도 지나가 버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되고 만다. 여전히 수수께끼는 풀리지 않고, 비밀의 마법도 풀리지 않으며, 결국은 늙어서 안젤름 신부님처럼 노회해 보이거나 다니엘 수도원장님처럼 지혜로워 보이더라도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며, 여전히 무엇인가를 기다리며 귀를 기울이고 있어야만 하는 존재인 것이다. - P118

나한테 너무 잘해 주었던 그 여자 역시 내 목표는 아니야. 그녀에게 가긴 하지만, 그녀 때문에 가는 것은 아니야. 가야만 하기 때문에,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기 때문에 가는 거야」
골드문트는 입을 다물고 한숨을 쉬었다. 두 사람은 서로 몸을 기대고 앉아 있었다. 누구도 파괴할 수 없는 우정이 느껴지자 슬프면서도 행복했다. 이윽고 골드문트가 말을이었다.
「내가 아무것도 모르고 눈이 멀었다고 생각하지는 마. 그렇지는 않아. 나는 가야만 한다고 느끼기에, 그리고 오늘 너무나 놀라운 일을 경험했기에 기꺼이 떠나는 거야. 그렇지만 순전히 행복감과 만족감에 젖어 달려간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내 생각에는 힘든 길이 될 거야. 그렇지만멋진 길이 되기를 바라고 있어. 한 여자에게 속한다는것, 자기 자신을 바친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잖아! 내가하는 말이 어이없게 들리더라도 비웃지는 마. 그런데 보라구. 한 여자를 사랑하고 그 여자에게 자신을 바친다는것, 그녀를 온전히 내 속으로 감싸고 또 그녀에게 감싸여있다고 느끼는 것은 네가 <사랑에 빠진 상태>라고 하면서 다소 비웃는 그런 상태와는 달라. 그건 비웃을 일이 아니야. 나에게는 사랑이 곧 삶으로 통하는 길이고 삶의 의미로 통하는 길이야. 아, 나르치스, 나는 네 곁을 떠나야만해! 나르치스, 너를 사랑해. 그나마 잠잘 시간도 없는데오늘 이렇게 시간을 내주어서 고마워. 네 곁을 떠나려니 마음이 무거워. 나를 잊지 않을 거지?」 -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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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
조앤 디디온 지음, 홍한별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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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십 평생을 함께 한 사람의 죽음 후 오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하기도 변하지 않기도 하는, 비애와 상실이란 이런 것이구나. 책을 읽으며 곁의 사람의 상실을 상상하니 고스란히, 슬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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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힘이 필요할 때 나는 달린다 - 정신과 의사가 말하는 달리기를 통해 얻는 것들
김세희 지음 / 빌리버튼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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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가 동적 명상이라는 말이 인상 깊다. 물론 달리는 동안 계속 명상 상태는 아니지만 그건 정적 명상도 마찬가지겠지. 달리는 순간순간의 변화하는 마음과 몸의 상태를 거리두며 바라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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