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들판을 걷다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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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단편 <작별 선물>이 가장 강렬했다. 예상치 못하게 훅 들어와 사람을 놀래킨다. 마치 별일 아니라는 듯. 그렇게 믿어야 견딜 수 있는 삶. 황량한 아일랜드의 바람과 바다와 들판이 그려지는 듯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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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에게서 여자들로‘ 향하는 길은 먼저 스스로 자신의 자궁과 만나는 것에서 시작한다. 먼저 나와 만나야 한다. 남자의 문화, 즉 다른 경쟁자들과 경쟁하는 가운데서 자아를 찾을 수밖에 없게끔 하는 그런 문화를 뛰어넘어야 한다. 이것이 가장 첫째 조건이다. 나의 자궁에 깃든자연, 그 생명력과 자신을 하나가 되게 한다는 것은 풀 한 포기와 내 목숨을 걸고서 마주했던 옛 선조들의 그 모습 그대로 한다는 것이다. 내가 품고 있는 모든 것을 걸고 즉 나의 서랍을 모두 다 열어 놓은 채로, 내가 있는 상황이나 자연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이다. 그런 중에 자신을 확실히 찾을 수 있다.
"여성해방운동을 하려면 아픈 사연이 있어야 하죠?" 같은 물음은먼저 스스로의 자궁을 향해 던져야 한다. 그러고 나서 당연히 부정해야 한다. "자식을 죽인 여자들을 두고 우리는 무엇을 볼 수 있을 것인가?" 바로 이 물음에 우리의 가능성이 달려 있다. -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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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호스티스를 시작해 밤 12시에 집으로 돌아오는 생활을 하게 됐다. 그렇게 일을 마치고 집에 오면 앞서 말한 자칭 ‘혁명가‘ 남자가 동지들과 함께 논의를 하다가 내게 "밥 좀 해 줘." 하면서 참 쉽게도 부탁을 했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진짜 맹추 같다 싶은데 당시에는 그 남자가 좋아하는 여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 마치 ‘밥을 지어야지‘하고 명령하는 듯했다. 고개를 약간 갸우뚱하면서도 난 밥 짓기를 서둘렀다.
생각해 보면 여자는 신좌익 운동 내부에서 암컷으로 살았다. 등사판 허드렛일부터 시작해서 혁명가를 자처하는 남자들의 활동 자금을 모으려고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었고, 가사 육아 빨래 등 수면 아래에 있는 거대한 빙산처럼 많은 일들을 했다. 일상을 꾸리기 위해 하는이 무겁고도 부담스런 일들을 암묵의 폭력으로 강요당한 것이다. 폭력은 금세 알 수 있는 물리적인 폭력만이 다가 아니다. "자 이제부터는 트로츠키 Leon Trotsky 식으로 한번 논리 전개를 해 봐." 하거나 "프롤레타리아로서 의식이 낮다"든가 하는 말로 위협하고, 싫은 내색을 보여도 - P145

벽에 걸린 꽃마냥 취급하고서는, 모두가 하찮게 여기는 일만 묵묵히 하게끔 하는 것도 폭력이다. -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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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sters: A Graphic Novel (Paperback) - 『씨스터즈』원서
레이나 텔게마이어 / Scholastic Inc.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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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집에나 있을 법한 자매들 간의 다툼과 갈등, 성격 차이, 그리고 화해를 교차하는 과거와 현재를 통해, 가족 로드 트립을 통해 보여준다. 작가가 어릴 때 동생에게 못되게 군 것을 사죄하는 의미에서 쓰고 그린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아니면 책과는 달리 아주 다정한 자매였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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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복

누군가를 모욕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었다. 그는 어느 날 밤 침대에 누워서 아내가 자는 줄 알고 어둠 속에서 이 말을 소리 내서 했는데, 아내는 때로 누군가를 모욕하지 않기가 더 힘들다고, 그리스도인이라면 극복하도록 노력해야 할 약점이라고 대꾸했다. 그는 아내의 숨소리가 달라진 뒤에도 한참 동안 잠 못 이루고 누워서 그 말을 곰곰이 생각했다. 무슨 뜻이었을까? 여자의 마음은 유리로 만들어졌다. 너무 투명하지만 또 너무 쉽게 깨졌다. 더 단단한 다른 유리 같은 생각에 졌다. 남자를 매료하는 동시에 겁을 주기에 충분했다. - P166

퀴큰 나무 숲의 밤

그녀는 앉고 싶지 않았다. 벽에 죽은 사람들의 사진이 걸린저 끔찍한 자리에 앉아서 뱀 튀김을 먹고 싶지 않았다. 글쎄, 무엇을 기대한 걸까? 여자가 크리스마스 아침에 잠옷 바람으로 남자의 집에 따라 들어가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하지만 바싹 구운 생선살과 토스트 냄새가 났고 찻주전자에서 피어오르는 김이 보였다. 어제 그녀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우리를 움직이게 만드는 건 심장이 아니라 위야. 그녀가 생각했다. 그녀는 어두운 방이라 얼마나 더러운지 안 보여서, 아무것도 모르고 먹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조지핀이 식탁 밑에서 자기 몫의 버터를 바른 토스트를 앞에 두고 앉아 있었다. -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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