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뉴트럴하게 아이를 양육하고 있다거나 젠더 이분법이 임의적으로 생겨났다는 이야기를 꺼낼 때면, 그 얘기를 꺼낸 사람은 ‘젠더 논의를 아이들에게 강요한다‘는 비난을 종종 받는다. 사람들은 보지 못한다. 젠더 이분법이라는 ‘규범‘ 자체가 논의가 가능하고 또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 이분법을 해체하는 것은 사회가 부과한 무의미한 한계들을 자유롭게 넘어서는 일이라는 사실을. - P109

대명사 ‘they‘는 복수명사를 지칭하는 말이라서 문법적으로 올바르게 사용하려면 단수 형태로 쓸 수 없다고 하는 흔한 오해가 있어요. 이는 사실이 아니에요. 설립된 지 127년이 되었고 자리를 확실히 잡은 미국방언협회가 ‘they‘를 2015년 그해의 단어로 선정했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대명사 they‘에 대한 기존의 생각은 정말이지 사실과 거리가 있어요. - P115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여러분의 대명사가 당신에게 중요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에요. 대명사는 여러분의 젠더를 나타내주기도 하고 또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요. 이번 섹션의 메시지는 이거에요. 여러분이 존중하는 태도를 취한다는 전제 하에, 본인에게 가장 잘 맞는다고 여겨지는 대명사라면 무엇이든 사용하세요. 대명사는 호명하는 사람을 가장 잘 나타내야 하는 단어이고, 오직 그 사람만이 어떤 게 맞는지를 결정할 수 있어요. - P121

Male To Male/MTM 태어날 때 섹스 혹은 젠더가 여성(female)으로 지정되었지만, 본인의 젠더가 단 한 번이라도 여성이었던 적은 없다고 하는 사람, 이들은 단 한 번도 여성 젠더에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고, 이 때문에 FTM으로 정체화하지 않는다. 트랜지션을 하는 MTM들이 MTM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젠더가 트랜지션되는 것이 아니라 젠더가 표현되는 방식이 트랜지션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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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작가상 시리즈~~ 아직 4권은 못읽었네 올해가 가기 전에 다 읽어야겠다
선물용도 2권 사고 아틀라스도 사고(이건 내 책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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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트럼! 제가 스펙트럼에 깊은 애정을 갖는 이유는 이 세상을 흑백으로 나눌 수 없다고 매우 강력하게 믿기 때문이에요. 스펙트럼은 회색 지대와 애매모호하고 유동적인 부분을 아우르지요. 이런 것들이 모두 인간의 경험에 있어서 필수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스펙트럼이 정체성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데 특별히 유용하다고 여깁니다. - P49

젠더를 정의 내리기란 매우 어려우니, 젠더가 아닌 것을 짚어보는 걸로 시작하겠습니다. 섹스. 자, 섹스란 뭘까요? 우리 문화는 섹스와 관련한 셀 수 없이 많은 오해로 뒤덮여 있다는 이야기로 시작해 볼게요. 사회는 주로 섹스를 다음과 같은 맥락에서 정의 내려요.
"인간과 다른 생명체들이, 재생산 기능에 기초하여 분류되는 두 개의 주요한 범주(남성과 여성 male and female) 중 하나."(Oxford Dictionary, 2016) - P75

그렇지만 우리 문화에서 사람들은, 오직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에 자신을 끼워 맞추도록 끊임없이 강요받고 있어요. 한 사람의 섹스는 정부 서식과 신분 서류, 의료 기록, 투표지, 설문지, 데이트 사이트, 지원서에 표기되고 심지어 우리는 ‘태어날 때의 섹스‘를 기준으로 구분되어 있는 화장실을 사용해요. 사회가 섹스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분법적인 시각을 벗어나는 건 불가능해요. 우리 모두는 이에 동의하는지 또는 이러한 구분에 본인이 들어맞는지와 상관없이, 이를 받아들이도록 강요받고 있지요. - P85

나는 내 몸을 인식하는 문제에 있어서 특히, 줄곧 내면화된 트랜스포비아와 상대해왔다고 생각한다. 신체 부분과 젠더가 대등하게 연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도, 이상하게도 여전히 트랜스사람들을 ‘정상‘으로 보는 게 어려울 때가 있다. 이건 아마 내가 특정 신체를 정상적으로 바라보는 방식에 길들여졌기 때문일 것이다.
정체성에 상관없이, 우리 모두는 각자 미디어와 사회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려고 버둥거리는 것 같다. 가끔은 내 가슴이 느끼는 것과 일치하지 않는 생각이나 의견이 머릿속에 떠오르기도 한다. 예컨대, 그간 자라온 환경 탓인지 이따금 트랜스 사람들의 젠더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가 어렵다. 가슴으로는 그렇지않다고 느끼고 또 절대 입 밖에 낼 것도 아니라지만, 이런 생각은참 끈질기게도 머릿속에서 사라지질 않는다. 이와 관련해 내가 기장 좋아하는 구절이 하나 있다. "우리는 어떤 의견을 낼 때, 두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맨 처음 하는 생각은 우리가 그간 그렇게 생각하도록 길들여진 생각이다. 또 다른 하나가, 인간으로서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를 결정하는 생각이다." - P93

젠더정체성은 한 개인이 본인의 젠더(들)를 인지하는 방식이자, 어떻게 자신을 인지하는지에 관해 타인과 소통하고자 할 때 사용하는 언어(들)입니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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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이 책이 정말이지 (사람들을 수용하고 이들이 공동체를 찾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수많은 이름표로 가득 차 있지만, 이 용어들이 정체성을 규정하는 자료가 아니라 정체성을 기술해주는 자료라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 P44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 여러분이 이 책에서 자기 것이라고 생각되는 용어를 찾았다면 멋진 일이에요. 또 그렇지 않더라도 문제없답니다. 한 개인이 스스로를 특정 정체성으로 호명하거나 호명하지 않는 데에는 정말로 다양한 이유가 있으니까요. - P45

정체성 표지를 사용하거나 하지 않겠다는 개인의 결정은 완전히 사적이고, 유효하고, 또한 타인들로부터 존중받아야 합니다. -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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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제아무리 ‘균형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 ‘지속가능 도시개발을 외치도 ‘투기와 난개발‘ 유령을 잡지 못하면 모두 첫일! 나는 20년 전부터 쉬지 않고 ‘투기와 난개발 예방조치 없이 진행되는 개발이란 ‘돈잔치’에 불과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이제는 외칠 힘도 소진됐다. 더 서글픈 것은, 이젠 더이상 보존할 땅 자체가 별로 없다는 것! 존경하던 노무현 대통령마저 행정도시로 "재미 좀 봤다"고 했을 정도이니 더이상 할 말도 없다. - P46

이 칼럼에서는 일본의 평화운동가이자 민주주의자인 오다 마코토(小田實) 선생의 "우리가 양심적인 인간이고자 한다면, 필요한 것은 하늘을 나는 새의 눈(鳥瞰)이 아니라 땅을 기는 벌레의 눈(蟲歐)이다" 라는관점이 인용돼 있다. 누구의 시선으로 바라보느냐가 중요하다는 얘기이다. 농촌에서 살게 되면서, 이 문구를 늘 생각하게 된다. - P47

대체로 농촌마을에서 개발 현안이 생기면, 이런 식이다. 법과 행정절차가 낯선 주민들은 공무원들이 일을 잘 해결해주기를 바라지만, 공무원들은 그 기대를 저버리는 경우가 많다. 인근 도시나 시내(읍내)권에 사는 공무원들에게는 농촌마을을 지키고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도 없어 보인다. 공무원사회에 존재하는 무사안일주의와 지역에 존재하는 온갖 인적 네트워크들은 업체 측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선출직인 지방자치단체장은 업체편에 서지 않으면 다행이다. 그러나 주민들 말을 듣는 편이라고 해도, 지방자치단체장이 공무원들을 통제하지는 못한다.
너무 고령화되어버린 농촌마을에서는 큰 문제가 생겨도 마을 일을 볼수 있는 사람이 극소수이다. 그나마 한두 명이라도 사회운동 경험이 있고주민대책위라도 꾸릴 수 있으면 다행이다. - P51

폐기물과 관련해서도 "자기 지역 폐기물은 자기 지역에서 처리한다"는 원칙부터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오히려 2019년12월 "폐기물의 안정적 처분 기반이 조속히 확보될 수 있도록 법령에 근거없이 인허가를 지연하는 사례가 없도록 협조하라"는 공문을 지방자치단체에 내려보내기까지 했다. 여러 지역에서 폐기물 소각·매립장을 둘러싼 갈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노골적으로 업체 편을 들어주는 공문을 보낸 것이다. 그리고 업체들은 이런 환경부의 공문을 근거로 소송에서 지방자치단체를 압박하고 있는 현실이다. 심지어 환경부의 머릿속에도 농촌, 농민, 농업은 전혀 없는 것이다. - P53

또한 지금 필요한 민주주의는, 선거라는 대의민주주의에 갇히지 않아야 하고, 민중의 자기통치라는 민주주의의 이상에 다가가려고 노력하는것이어야 할 것이다. 지금의 대의제가 농촌주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농촌을 식민지화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마을 자치가중요하고, 읍·면 자치가 중요하고, 자급과 자치가 중요하다. 그것을 가로막는 기득권세력을 비판하고 감시·견제하며, 대안을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에서부터 민주주의를 확장하고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시선이다. 내려다보는 자의시선이 아니라 ‘당하는 자‘의 시선, 폭격하는 자의 시선이 아니라 폭격당하는 자의 시선, ‘버리는 자‘의 시선이 아니라 ‘버린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자‘의 시선, 전기를 소비하는 자의 시선이 아니라 발전소와 송전선으로 고통받는 자의 시선…. 그런 시선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이 모든 얘기는 필자 스스로에게 하는 얘기이기도 하다.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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