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제아무리 ‘균형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 ‘지속가능 도시개발을 외치도 ‘투기와 난개발‘ 유령을 잡지 못하면 모두 첫일! 나는 20년 전부터 쉬지 않고 ‘투기와 난개발 예방조치 없이 진행되는 개발이란 ‘돈잔치’에 불과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이제는 외칠 힘도 소진됐다. 더 서글픈 것은, 이젠 더이상 보존할 땅 자체가 별로 없다는 것! 존경하던 노무현 대통령마저 행정도시로 "재미 좀 봤다"고 했을 정도이니 더이상 할 말도 없다. - P46

이 칼럼에서는 일본의 평화운동가이자 민주주의자인 오다 마코토(小田實) 선생의 "우리가 양심적인 인간이고자 한다면, 필요한 것은 하늘을 나는 새의 눈(鳥瞰)이 아니라 땅을 기는 벌레의 눈(蟲歐)이다" 라는관점이 인용돼 있다. 누구의 시선으로 바라보느냐가 중요하다는 얘기이다. 농촌에서 살게 되면서, 이 문구를 늘 생각하게 된다. - P47

대체로 농촌마을에서 개발 현안이 생기면, 이런 식이다. 법과 행정절차가 낯선 주민들은 공무원들이 일을 잘 해결해주기를 바라지만, 공무원들은 그 기대를 저버리는 경우가 많다. 인근 도시나 시내(읍내)권에 사는 공무원들에게는 농촌마을을 지키고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도 없어 보인다. 공무원사회에 존재하는 무사안일주의와 지역에 존재하는 온갖 인적 네트워크들은 업체 측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선출직인 지방자치단체장은 업체편에 서지 않으면 다행이다. 그러나 주민들 말을 듣는 편이라고 해도, 지방자치단체장이 공무원들을 통제하지는 못한다.
너무 고령화되어버린 농촌마을에서는 큰 문제가 생겨도 마을 일을 볼수 있는 사람이 극소수이다. 그나마 한두 명이라도 사회운동 경험이 있고주민대책위라도 꾸릴 수 있으면 다행이다. - P51

폐기물과 관련해서도 "자기 지역 폐기물은 자기 지역에서 처리한다"는 원칙부터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오히려 2019년12월 "폐기물의 안정적 처분 기반이 조속히 확보될 수 있도록 법령에 근거없이 인허가를 지연하는 사례가 없도록 협조하라"는 공문을 지방자치단체에 내려보내기까지 했다. 여러 지역에서 폐기물 소각·매립장을 둘러싼 갈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노골적으로 업체 편을 들어주는 공문을 보낸 것이다. 그리고 업체들은 이런 환경부의 공문을 근거로 소송에서 지방자치단체를 압박하고 있는 현실이다. 심지어 환경부의 머릿속에도 농촌, 농민, 농업은 전혀 없는 것이다. - P53

또한 지금 필요한 민주주의는, 선거라는 대의민주주의에 갇히지 않아야 하고, 민중의 자기통치라는 민주주의의 이상에 다가가려고 노력하는것이어야 할 것이다. 지금의 대의제가 농촌주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농촌을 식민지화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마을 자치가중요하고, 읍·면 자치가 중요하고, 자급과 자치가 중요하다. 그것을 가로막는 기득권세력을 비판하고 감시·견제하며, 대안을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에서부터 민주주의를 확장하고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시선이다. 내려다보는 자의시선이 아니라 ‘당하는 자‘의 시선, 폭격하는 자의 시선이 아니라 폭격당하는 자의 시선, ‘버리는 자‘의 시선이 아니라 ‘버린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자‘의 시선, 전기를 소비하는 자의 시선이 아니라 발전소와 송전선으로 고통받는 자의 시선…. 그런 시선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이 모든 얘기는 필자 스스로에게 하는 얘기이기도 하다.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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