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서 모든 것들은 분리되어 있으면서도
하나의 질서를 따르니, 이는
하느님을 닮은 우주의 형상이지요.

거기서 하느님의 숭고한 피조물들은
영원한 힘이신 하느님의 자취를 봅니다. 그것이 바로 - P12

우주가 지향하는 목표랍니다.

창조된 모든 것들은 이런 질서 속에서
저들의 원천으로부터 적절한 거리를 두고
저들의 위치를 유지합니다. 이렇게

피조물들은 존재의 광활한 바다를 가로질러
다양한 항구들로 퍼져 가고, 그러면서도
제각기 자기의 본능을 지키고 있어요.

이 본능은 달을 향해 불을 가져가고
피조물의 심장을 움직이는 힘이 되며
세상을 묶어 하나로 만드는 본능을 말합니다.

그리고 이성을 지니지 않는 피조물뿐 아니라
지성과 사랑을 지닌 피조물들도
그 본능의 활의 당겨진 힘을 체험하지요.

그처럼 이 모든 질서를 관장하시는 하느님의 섭리는
빠르게 돌아가는 원동천을 감싸고 있는 하늘을
그 빛으로 언제까지라도 고요하게 만듭니다.

언제나 행복의 과녁에 똑바로 화살을
당기는 활의 힘에 실려 우리는 미리
운명 지어진 곳으로 날아오릅니다. - P13

그러나 흔히 형상이 예술가의 진정한
의도를 반영하지 않고
질료가 말을 듣지 않는 때가 있는 것처럼,

하느님의 피조물도 진정한 목표를 향해
날아갈지라도 때로는 빗나가는 힘을 받아서
경로를 벗어나기도 하지요.

하늘로 올라야 할 빛이 땅으로 떨어지듯이,
거짓된 욕망에 휘둘린 원초적 충동은
사람을 몰락시킵니다. 그대는 이제

이상하게 여기지 마세요. 그대가
날아오르는 것은 산에서 밑으로
흘러내리는 물과 전혀 다르지 않아요.

그대가 중력에서 벗어났는데 아래에 머문다면,
그것이야말로 살아 있는 불빛이 세상에서
웅크리고 있는 것처럼 이상한 일이지요."

그리고 그녀는 시선을 하늘로 향했다. - P14

"형제여! 하늘의 사랑으로 우리는 의지를 가라앉히고
오직 우리가 가진 것만을 바랄 뿐,
다른 것은 탐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더 높이 오르고자 원한다면,
그런 우리의 소망은 우리를 이곳에 배치해 두신
그분의 의지와 맞지 않을 거예요.

사랑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 보세요. 그러면
그러한 부조화는 이 천국의 하늘들에서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 거예요.

이곳에 있다는 것은 사랑 안에 있는 것이니까요.
이런 축복받은 상태의 본질은
하느님의 의지 안에 거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하느님과 함께하는 의지 외에는 어떤 의지도
없습니다. 이렇게 우리가 이곳의 전역에 걸쳐
층층이 존재하는 것은 그분의 의지를 따른 것입니다.

우리의 평화는 그분의 의지 안에 있어요.
그분이 창조하시고 자연이 만드는
그 모두가 모여드는 바다와도 같습니다." - P28

"그대는 두 가지 소망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군요. 너무 어려워
숨도 쉬지 못할 지경이군요.

그대의 생각은 이런 거지요. ‘선을 향한 나의 의지가
변함이 없다면 어떻게 다른 자의 폭력이
나의 정당한 공적의 가치를 깎아내릴 수 있는가?‘

또 다른 의문은 이런 것이겠지요.
‘플라톤이 주장하듯이, 죽음 이후에 모든 영혼은
제각기 자기 별로 돌아가는 것일까?‘

이런 의문들은 그대의 알고자 하는 의지에
똑같은 무게로 실려 있겠지요. 두 번째 의문이
더 해로울 텐데, 그것부터 다뤄 보지요. - P33

내가 밝히는 것을 마음을 열고
간직하세요. 지식이란 이해했어도
간직하지 않으면 가치가 없는 법이에요. - P42

내 말을 이런 의미로 받아 주시면 당신이
우리의 첫 아버지와 우리의 환희이신 그분을
믿는 믿음과 어긋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 분별력으로 부디 ‘네‘와 ‘아니요‘를 앞에 두고
가늠하다 지친 사람처럼 느리게 움직이도록
당신 발에 추를 달기 바랍니다.

긍정을 하든 부정을 하든 성급하게
판단을 내리다 보면 지극히 어리석은
결정을 내리기 쉬우니 하는 말이에요.

급하게 내놓는 의견들은 때로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서, 인간의 교만이
지성을 묶어 놓게 되거든요.

재주가 없이 진리를 낚으러 해안으로
떠나는 것은 불필요를 넘어서 나쁜 일입니다.
떠날 때보다 훨씬 더 나쁜 상태로 돌아올 거예요. - P114

고귀함은 금방 오그라드는 망토다. 날마다
다른 천으로 덧대지 않으면
시간의 가위가 조금씩 잘라 버린다. - P134

도시들도 시간에 따라 소멸하듯이
가문도 끊어진다는 것은 이상한 것도
아니고 이해하기 어려운 일도 아니리라.

너희의 모든 것은, 너희들 자신이 그러하듯,
죽음을 맞는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오랜 세월 이어지는
무엇에 숨어 있는데, 인생은 짧다.

달의 하늘의 회전이 해안을 쉴 새 없이
덮다가 벗기다가 하듯이, 운명도
피렌체와 더불어 그렇게 하는구나.

그러니, 시간에 감추어지고 시간 뒤로 사라진
저 고귀한 피렌체 사람들의
명성을 말한다고 이상하게 생각할 것 없다.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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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마을에서 세계로, 세계에서 마을로 열려있는, ’삶’ 자체가 목적인 에코페미니스트 마리아 미즈의 통합적이고 실천적이며 열정적인 자급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돈’과 ‘이윤’을 추구하며 소외된 노동을 하는 자본주의 노동자로서, ’좋은 삶이란 노동이 소외되지 않는 것‘이란 말이 주는 여운을 잊지 않아야겠다.

하지만, 여전히, ’대안은 없다’ 증후군을 벗어버리지 못한다. 이 삶이 아닌 다른 삶은 가능한가? 이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는 가능한가? 아니, 질문을 바꿔야 한다. 내가 다른 삶, 다른 세계를 감당할 자신이 있는가? 바꿀 의지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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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12-26 07: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아직 다 읽지는 못했지만 정말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마리아 미즈 개인의 삶이며 동시에 전 세계의 문제이기도 한 자본주의와 자급, 여성문제를 이야기하고 있어서요.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행동으로 옮기려고 하는 근사한 인간을 이 책을 통해 만나고 있습니다.

햇살과함께 2024-12-26 08:45   좋아요 1 | URL
저도 12월 마지막 여성주의책 즐겁게 읽었어요. 마리아 미즈는 자신이 추구하는 대로 살아간 정말 멋진 인간입니다. 좋은 책 추천해주셔서 감사해요!

단발머리 2024-12-26 10: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올해 12월의 이 책이, 우리 읽기 모임의 참 좋은 마무리다 생각하면서 읽고 있어요.
완독 축하드립니다. 저도 축하 받기 위해 고고씽! ㅋㅋㅋㅋㅋㅋㅋㅋ

햇살과함께 2024-12-26 13:43   좋아요 1 | URL
미리 축하드릴게요 ㅋㅋㅋ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세계는 상품이 아니다!

좋은 삶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창조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노동이 소외되지 않는 것이다.

13 세계화에 반대하는 국제 투쟝

우리는 "여성의 식량 안보를 위한 라이프치히 호소"를 작성해 2020년까지 산업형 농업과 세계 자유 무역을 통해 전 세계에서 기아를 종식하려는 식량농업기구의 전략이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며, 여성과자연은 피해자가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우리는 다음을 요구했다.

• 세계화 대신 현지화와 지역화
• 공격적 지배 대신 비폭력
•자연과 종의 완전성에 대한 존중
• 인간을 자연의 지배자 대신 자연의 일부로 이해
•생산 및 소비에서 생물학적·문화적 다양성 보호
•식량 안보에 대한 책임을 남성과 여성이 동등하게 공유 - P268

14 변방에서 주류와 맞서다

제1회 세계사회포럼(WSF)은 2001년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리에서 열렸다. 이 행사는 큰 성공이었다. 포르투알레그리에서는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는 표어를 만들었다. 이 표어는 전 세계로 퍼졌다. 이는 사람들이 더 이상 자본주의 ·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유일한 대안으로, 경제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자연의 법칙처럼 받아들이길원치 않는다는 신호였다. 포르투알레그리에서는 이 ‘다른 세계‘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이미 시작했다는 점이 명확해졌다. 시민들이 스스로 시의 재정 분배와 사용처를 결정하는 이 도시의 ‘참여 예산‘은 곧 전 세계많은 프로젝트의 본보기가 되었다. 나는 포르투알레그리와 2004년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세계사회포럼에 참석했다. 독일 아탁 회의 이후 아탁과 우리 사이에 최소한의 합의가 있지만 심대한 차이도 있음이 분명해졌다. 한 예는 아탁이 작성한 원칙 성명서로 여기서는 세계화에 저항하는 이들과 거리를 두었다. 아탁은 원칙적으로 자신들을 세계화에 대한 비판자로 간주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세계화에 대한 거부를 고수했다. 나는 이들 가운데 하나였는데, 진정 민주적•참여적 • 반자본주의적 · 환경 및 인간 친화적인 ‘세계 경제‘를 상상할 수 없었고 지금도 그렇기 때문이다. 개인이 그 혹은 그녀 고유의 삶에 대한 주권을 되찾을 어떤 가능성도 남겨두지 않은 채 소수의 최상위 엘리트에게 세계인의 일상생활을 직접, 깊이 좌우하는 권력을 주면 필연적으로 전체주의가 된다. 세계무역기구가 시행하는 정책과 다국적 기업의 사실상 세계 지배는 이미 일종의 전체주의와 우리를 기다리는 새 - P293

로운 전쟁을 시사한다. 나는 이런 새로운 경제 정책에 반발하는 전 세계 수많은 이들의 분노를 이해한다. 그들이 자신의 삶에 대한 주권, 즉일. 생계·물· 토지 · 인프라 · 문화 · 식량·주거· 종자 • 숲 • 공기 · 교육 · 건강·정책 · 경제에 대한 주권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한다. 그들은세계무역기구와 같은 국제 관료제나 다국적 기업 경영진에게 지배당하기를 원치 않는다. - P294

‘세계는 상품이 아니다! 이는 반세계화 운동에서 만들어낸 가장 중요한표어였고, 반세계화 국제 회의를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글로벌플레이어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보다 큰 힘으로 전 세계, 삶, 생명을이익만을 위한 상품으로 변화시키는 계획을 이어갔다. 이는 특히 서비스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에 반영되었다. 쾰른 폭행 피해 여성 쉼터를위한 운동을 처음 시작한 이래 관심사이던, 여성에 대한 착취와 폭력이이 협정을 통해 다시 나타났다. 여성은 무급 혹은 최저 급여를 받는 서비스 제공자의 전형이 되었다. - P295

지역 전체가 세계 농업 시장에 무릎을 꿇었다. 소규모 자급농들은 이제 자신, 지역, 수출 시장을 위해 타피오카를 재배하도록 강제당했다. 특히 돼지 사료용 타피오카를 가공하는 농산업은 유럽 육류 산업 확장에 주요한 역할을 했다. 태국 농민들은 빚을 지고, 농장을 팔고, 최후의수단으로 딸들을 팔아야 했으며 이들은 방콕과 태국 남부의 관광 천국에서 유럽과 미국 남성을 섬겨야 했다. 그러므로 정부, 유엔, 세계은행이 개발이라고 부르는 것의 종착역은 성매매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나는 방글라데시 다카에 있는 독일문화원장의초청을 받아 강연했다. 여기서도 젊은 여성에 대한 폭력이 급격히 증가했다. 태국과 마찬가지로 그 원인은 일차적으로 전통적 가부장제 구조로 거슬러 올라가며, 세계적 자본주의 자유 무역으로 인한 방글라데시의 경제 변화와는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연관성은 곧 명확해졌다. 일본, 한국, 독일, 미국 섬유 회사가 섬유 생산을 방글라데시로 이전했고 그 이유는 저렴하고 고분고분한 노동자들이었다. 이들은 젊고 숙련되지 않은 여성들, 심지어 불평 없이 옷을 꿰매는 어린이들일 때도 있으며, 서구 시장을 위해 밤낮으로 초과 및 교대 근무를 했다. - P297

1985년 유전자 및 재생산 기술에 반대하는 여성 회의가 더 많은 행사로 이어진 것과 마찬가지로, 2003년 서비스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에반대하는 여성 회의 또한 물·보건 의료 체계 · 교육 · 에너지 공급과 같은 서비스 부문 민영화와 삶을 상품으로 변형하는 것에 반대하는 새로운 활동을 낳았다. 그럼에도 이 회의 이후 나는 녹초가 되었고 이런 큰행사를 계속 조직하는 일이 의미가 있는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 P301

15 새로운 전망을 찾아서

"만일 세계적 자유 무역에 반대한다면 대안으로 어떤 경제와 사회를 제시하시나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사람들이 "대안은 없다" 증후군을 거부할 때 시작한다.

세계화 대신 지역화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는 2001년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리에서 열린 제1회 세계사회포럼의 표어였다. 국제 농민 네트워크인 비아 캄페시나(ViaCampesina)는 다음 표어를 공식화했다.

저항을 세계화하라
희망을 세계화하라 - P310

우리의 자급자족 마을이 잘 단장한 교외 도시처럼 보이는 것은 문자그대로 내 마음을 무너뜨린다. 마을에 농부가 단 한 명밖에 남지 않은것, 젊은이 대부분이 돈을 벌기 위해 무의미한 일자리를 찾아 떠난 것도 마찬가지다. 나는 산책하면서 단일 경작이 굽이치는 언덕을 점령하는 모습을 본다. 단일 경작으로 옥수수를 재배하는데 이는 어쩌면 유럽연합과 독일에서 특별 보조금을 주는 바이오디젤용 유전자 조작 옥수수일 수도 있다.
어린 시절 이후 쭉 나를 둘로 나누는, 향수와 먼 곳에 대한 동경 사이 오랜 긴장은 어머니의 마을에 돌아온다고 해서 풀리지 않았다. 나는오랫동안 ‘마을과 세계‘ 혹은 ‘세계와 마을‘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노력했다. 이런 긴장을 관리하려면 큰 힘이 필요하지만 나는 서로 다른방향으로 이끌리며 많은 것을 배웠다. 이는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살아갈 힘, 삶에 대한 열정을 주었다. - P316

에필로그-좋은 삶

내게 자급이란 이 세계의 모든 생명체가 좋은 삶을 누리고 좋은 관계를 맺으며 자연의 충만함과 함께하는 것이다. 자연은 우리의 적이 아니라 어머니다. 즉 우리는 모두 어머니 지구의 자녀이다. 인간은 자연의 주인이 아니다. 좋은 삶은 우리가 그녀의 아름다움, 놀라운 다양성, 풍부함, 야성, 힘, 그리고 생명을 창조하는 관대함· 창의성·능력에 경탄한다는 의미다. 여성으로서 우리는 이런 창조성을 공유한다. 우리 역시 생명을 창조하고 자라나게 할 수 있으며 우리의 아이들에게 이를 물려준다. 나와 어린이들에게 자연은 영원한 기쁨의 원천이다. 좋은 삶은이렇게 살아 있다는 기쁨을 경험하는 데서 시작한다.
이런 세계관에는 경제, 사회, 문화, 정치, 철학에 대한 새로운 개념이 필요하다. 이 새로운 삶의 철학은 ‘우리‘와 ‘타인‘을 더 나은 관계로이끌 것이다. 이기심 대신 관용이, 경쟁 대신 협력이 있을 것이다. 사유재산 대신 공유 재산(토지·물·공기 · 지식), 개인들의 고립 · 소외 · 분열 대신 협력, 이웃 및 외국인과의 우호 관계가 있을 것이다. 기쁨과 슬픔을함께 나눌 것이다. 자급은 자족· 상호성·공동체성(누구도 섬이 아니다), 즉공동체와 지구에 대한 책임을 공유함을 의미한다.
좋은 삶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창조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노동이 소외되지 않는 것이다. 오늘날 너무 많은 이들이 일을 집으로 여긴다. 좋은 삶은 일을 마친 후, 저녁, 주말, 휴일, 시험에 합격한 후, 차나 집을 산 후, 직장 생활을 마친 후, 혹은 일종의 내세에 오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만일 이것이 좋은 삶에 대한 우리의 철학이라면 좋은 삶은 절대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좋은 삶은 이 지구에서, 일을 마친 후가 아니라 일하는 동안 시작해 - P330

야 한다. 우리는 일의 과정, 우리가 돌보는 생명들, 즉 어린이·노인·동물·식물을 만지는 감각을 즐겨야 한다. 또는 나무든 채소든 흙이든 금속이든 천이든 우리가 일할 때 쓰는 재료를 만지는 감각을 즐겨야 한다. 음악, 미술, 글쓰기, 생각하기, 토론처럼 만질 수 없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이런 일을 통해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실제기술과 역량, 즉 ‘생활 능력‘도 배운다. 결국 우리는 머리만 있는 것이아니라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감각적 존재이다. 우리는 누구를 위해 일하는지 알고 싶어 하고 일의 부담뿐만 아니라 그 결과도 다른 사람과공유하길 원한다. 아무도 소외된 채 일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일은 부담일 뿐만 아니라 즐거움이기도 하다. 오늘날 좋은 삶은 무엇보다도 계속되는 스트레스와 짧은 시간에 많이 일해야 한다는 압박을 끝낸다는의미다. 따라서 우리 모두에게 먼저 필요한 것은 속도를 줄이는 것으로독일어로는 ‘엔츨로이니궁(Entschleunigung)‘, 즉 감속이다. 우리가 "이제충분해. 좋은 삶을 사는 데 이 이상은 필요하지 않아"라고 말하지 않는한 ‘감속‘은 없을 것이다. (은행가의 삶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을 좌우하는끝없는 탐욕은 결코 "이제 충분해"라고 말하지 않는 데 기인한다. 만족을 아는 것이 좋은 삶의 비결이다. 간디가 "우리의 필요는 충분히 채울수 있지만 우리의 탐욕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던 것처럼. - P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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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12-26 07: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완독이신가요?! 완독 축하합니다. 그리고 고생하셨습니다. 만세!!

햇살과함께 2024-12-26 08:40   좋아요 0 | URL
네~ 다락방님도 화이팅!
저는 이제 ‘천국‘으로 갑니다!!
 
The Truth about Stacey: A Graphic Novel(the Baby-Sitters Club #2) (Paperback, Revised, Full Color) The Baby-Sitters Club Graphix 2
Ann M. Martin / Graphix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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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betes 문제가 있는 스테이시의 고민과 부모, 친구와의 갈등. The baby-sitters club의 경쟁 상대로 나타난, 경험 많은 팀원으로 구성된 The baby-sitters agency. 솔직함과 진정성은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늘 그렇지는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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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여성과 일

베로니카와 클라우디아가 빌레펠트 대학교에서 개발사회학 연구원자리를 얻은 후에도 우리는 이 토론을 계속했다. 처음에는 우리의 접근방식을 ‘빌레펠트 접근 방식‘이라고 했으나 나중에 자급 접근으로 바꾸었고 지금까지 이렇게 부르고 있다. 많은 남성 동료가 우리의 자급 접근에 동의했지만 여기에 가사 노동을 포함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못했다.
이 논의에 따르는 많은 실제적. 이론적 문제를 명확히 하기 위해1978~1979년 빌레펠트에서 "자급, 개발, 축적"이라는 주제로 다양한국제회의가 열렸다. 나는 1979년에 이 회의에 한 번 참석했다.
이 회의 이전 이미 우리 셋은 가사 노동과 자본주의에 관해 논의하며 여성·농민·어린이·비농민 남성을 포함한 사람들의 자급 생산을 전자본주의적이라고 간주하지 말고, 자본 축적에 확실히 기여하는 비공식 부문의 일부로 보아야 한다는 예비 이론을 만들었다. 우리의 가설은무급 가사 노동, 식민지 사람들의 노동, 천연자원을 통한 자유로운 생산 역시 자급 생산에 속하며 자본 축적을 위해 착취당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 P175

"그것이 자본주의에서 여성의 노동이야." 베로니카는 말했다. "가사노동은 소위 비자본주의 부문에 표면적으로 속할 뿐이야. 자본주의는농민, 식민지, 자연을 대하는 것과 같은 식으로 (가사 노동을) 착취하고합리화하는 거야."
로자 룩셈부르크는 페미니스트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는 우리가
‘자급 생산‘이라고 부르는 것을 설명할 방법을 보여주었다. - P177

08 인도로 돌아가다

나는 이런 가내 공업이 자본주의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노동 형태임을 이해했다. 사실 이는 어떤 자본가에게나 최적이었다. 이것이 바로내가 이런 현상을 ‘노동의 가정주부화‘라고 한 이유였다.
심지어 자유화 · 민영화한 보편적 경쟁이 원칙인, 오늘날의 세계화한 경제에서도 이런 유형의 노동은 여전히 자본 축적에 수익성이 가장높다. 이제 남성들도 이런 ‘가정주부화한 노동을 해야 한다(Bennholdt-Thomsen, Mies and von Werlhof, 1983 참고). 유일한 차이점은 노동자들이오두막이 아닌 현대식 아파트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 미지의 기업, 외주를 맡긴 기업가, ‘자유로운‘ 세계 시장에 있는 소비자를 위해 온갖 노동을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누구도 ‘가정주부화한 노동‘에 대해 말하지 않고 대신 ‘유연한 노동‘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그게 더 괜찮게 들린다. 그러나 이런노동관계의 조직과 목적은 70년대 후반 나르사푸르의 여성 레이스 작업자들의 경우와 동일하다. ‘노동의 가정주부화‘는 자급과 자본 축적에 관한 우리의 논의에서 중요한 용어가 되었고 여전히 논쟁적 개념으로 남아 있다. - P182

사실 나는 결혼을 원치 않았다. 페미니스트로서 나는 결혼을 함정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도 생각이 같았기 때문에 우리는 혼인 신고 없이도관계를 유지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었고, 이는 우리의 관계가 장거리로제한되기 때문이기도 했다. 나는 그의 아내로서 인도로 영구 이주하거나 인도에서 의존적 아내로 살기 위해 독일의 유급 일자리를 포기하고싶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점은 정치적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나라로 이주하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만일 그랬다면 친구들이 제국주의 국가에서 왔다고 나를 비난했을 것이다. 나는 서구 인종주의와 제국주의에 대한 그들의 억눌린 증오를 마주하는 것이 두려웠고 이를 매일 경험하고 싶지않았다. 이것이 내가 결혼 후에도 독일에 머물며 1년에 한두 번 사랄만방문하기로 한 이유였다. 사랄 또한 인도를 떠나 독일로 이주하기를 원치 않았다.
이제 나는 우리가 관계 초기에 ‘장거리 결혼‘을 유지한 것이 옳은 일이었는지 자문한다. 사랄이 독일로 이주한 것은 1982년이었다. 그는 자신의 고국, 하이데라바드 독일문화원의 보수가 높은 교사직을 떠나 독일로 와서 실업에 직면했다. 모두 나를 위해서였다. - P202

09 자급 - 미래를 위한 관점

나와 친구들은 함께 연구하고 세계 정치와 경제의 발전 과정을 지켜보며, 자급 관점은 지배 체제에 대한 비판의 출발점으로 적절할 뿐만 아니라 세계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관점을 대표한다고 확신하게 되었다.일반적으로 자급은 빈곤, 저개발, 고난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베로니카 벤홀트톰젠, 클라우디아 폰 베를호프, 나는 이 용어를 초기 여성 운동의 맥락에서 자본주의의 특징, 즉 재화의일반 생산과는 모순인 노동 및 생산 방식으로 재정의했다. 1970년대 후반 나는 이 용어를 다음과 같이 규정했다.

자급 또는 삶의 생산은 삶의 직접 유지 외에 다른 목적이 없는 일을 모두포함한다. 자급 생산은 상품 및 잉여 가치 생산과 정반대에 위치한다. 자 - P205

급 생산의 목적은 ‘삶‘인 반면 상품 생산의 목표는 ‘돈‘으로, 이 돈은 더 많은 돈 또는 자본 축적을 ‘생산한다.
이런 생산 양식에서 삶은 말하자면 우연한 ‘부작용‘일 뿐이다. 자본주의 산업 체제의 전형은 무상으로 착취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자연이나 천연자원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여기에는 제3세계 농민의 노동뿐만 아니라 여성의 가사 노동, 자연의 모든 생산성 역시 포함된다(Mies and Bennholdt-Thomsen, 1999, pp. 20~21).

만일 인류가 상품 생산에만 의존했다면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고, 오늘날 그런다면 미래는 없을 것이다. - P206

199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정책은 세계 모든 시장의 개방을 목표로삼았다. 이는 가난한 국가의 농민뿐만 아니라 소규모 산업체도 망가뜨렸다. 이들은 서구와 달리 복지 국가로부터 지원받지 않는다. 다국적기업은 이들의 곤경을 자양분 삼아 섬유, IT, 자동차 공장을 세우고 세계에서 가장 낮은 임금을 지불한다. 이런 특별경제구역과 세계 시장용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최대 90퍼센트가 젊은 여성이라는 사실은임금 삭감의 본질은 성별 문제임을 보여주며, 이는 오늘날 성주류화(정책 기획의 초기 단계부터 성평등에 미치는 구체적 영향을 파악하고 이를 전제로 모든 - P208

일반 정책과 제도를 시행하는 것. 1995년 베이징 유엔여성회의를 계기로 전 세계로 확대했다-옮긴이)에 대한 많은 논의에도 불구하고 어느 때보다 그러하다. 가난한 나라 사람들은 살충제와 인공 비료를 거부하고, 오래된 형태의 생태 농업을 고수하고 재발견하며, 전통을 지키고, 의식적으로 다국적 기업을 거부함으로써 자급의 기반-물, 유전적·문화적 다양성을 빼앗기는 데 저항하고 있다. 인도의 반다나 시바(Vandana Shiva), 방글라데시의 파리다 아크테르(Farida Akhter), 아프리카 여성들은 여성이 저항을 조직하고 자급의 기반을 유지하는 최전선에 서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 P209

11 이후 운동과 캠페인

그러나 내게는 그렇지 않다. 내 삶에 걸쳐 처음에는 한 방향으로 가다가 상황에 따라 다른 방향으로 이어지는 ‘붉은 실‘이 있다. 나는 이실을 꾸준히 따라갔을 수도 있고 혹은 이미 ‘지났다‘고 생각하던 장소로 되돌아갔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나는 많은 문제에 내가 - P227

처음에 인식한 것보다 깊은 차원이 있음을, 그리고 같은 문제가 다른역사적 맥락에서 다시 나타날 수도 있음을 깨달았다. 예를 들어 "마리아, 종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질문, 유토피아와 지배 체제의 대안에 관한 질문, 과학과 기술이라는 복잡한 문제가 그렇다. 이렇게 문제가 반복되는 경험을 바탕으로 나는 다음과 같은 좌우명을 세웠다. 어떤 것도 결코 끝나지 않는다. 많은 페미니스트가 이렇게 다양한 논리와 체계를 미로나 구불구불한 강으로 묘사하려고 한다. ‘모든 면에서동시에(From all sides at once)‘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전 세계 페미니스트들이 사용하는 표현이다. - P228

유전학자인 쾰른 대학교의 페터 슈타링거(Peter Starlinger) 교수가 쾰른응용과학대학교에서 유전공학의 이득과 위험에 대해 강의했을 때, 나는 그에게 어느 시점에 자신이 핵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RobertOppenheimer)처럼 반응하는 것을 상상할 수 있는지 물었다. 오펜하이머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 폭탄을 투하한 후 핵분열을 발견하지않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 물음에 그는 "뭐, 후회하려면우선 그 일을 해야 할 겁니다"라고 답했다. 이 대답은 내게 주류 과학의 완전한 윤리적 파산을 보여주었다.
나는 과학이 여성 운동의 시작과 대조적으로 가치 중립성의 가정에따라 여성과 주체성을 배제하며 기초 연구에서는 원칙적으로 도덕성이없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도덕과 윤리의 역할은 과학 연구의 적용에 한정한다. 윤리는 이미 존재하는 모든 것을 정당화할 뿐이라는 유전자 아카이브의 평가는 정확했다. 먼 장래를 내다보는 윤리는 기초 연구에서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한다. - P235

12 여성 평화 운동에서 에코페미니즘으로

나는 성별에 따른 분업의 사회적 기원에 관해 처음 글(Mies, 1983b)을 쓰면서, 가부장적 자본주의 사회에서 남성과 여성의 관계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상응한다는 것을 분명히 알았다. 두 관계의 특징은 모두 위계, 폭력, 지배다. 유전공학 및 재생산 기술 반대를 비롯해 여성 운동과정에서 많은 사례를 통해 이 통찰을 확인할 수 있었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어떤 러시아 여성은 이렇게 말했다. "남성은 생명에 대해 생각하지 않아요. 그들은 그저 자연과 적을 정복하고 싶어 합니다"(Mies and Shiva, 1993, p. 15). 핵미사일의 자국 배치에 항의하던 시칠리아 여성들은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과, 자연 및 외국에 대한 폭력 - P258

이후 나는 "체르노빌이 여성과 자연에 초래한 결과에 관한 회의에참석해 일본 페미니스트들도 ‘어머니‘ 문제로 분열했음을 알았다. ‘좌파‘ 페미니스트들은 이들이 여성으로서가 아니라 어머니로서 자기들만의 원자력 기술 반대 시위를 조직했다고 비판했다.
‘어머니 문제‘로 많은 여성이 시몬 드 보부아르처럼 기술 진보를 여성 해방의 도구로, 비판 없이 바라보는 것이 명확해졌다. 보부아르가 - P260

생각한 해방은 여성이 월경, 임신, 출산을 의미하는 ‘야생의 성적 주기를 통제하고 정복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남성 세계의 문화적 성취배제당할 것이라는 이해에 기반한다. 보부아르는 통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술과 도구뿐만 아니라 여성과 그녀의 신체 사이 관계도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은 자신을 둘로, 즉 통제하는 머리인 ‘인간‘ 부분과 하체인 ‘동물‘ 부분으로 나누어야 한다. 이런 도구적 접근 방식에 대한 숭배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에게서도, 특히 자기 몸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는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놀랍고위험한 형태로 나타났다.
나는 지금도 기술과 진보의 문제를 고찰하고 있다. 보부아르의 도구적 해방 개념을 비판하자 내가 기술과 진보에 적대적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는 내가 환경 운동에 참여하고 서구식 소비 모델이 세계의곤과 환경 파괴의 원인이라고 고발하자 더 심해졌다. 나는 소비로의 해방: 생태적 페미니즘 사회를 향한 길》 (Mies, 1987a)이라는 소책자를 출판했다. 본의 소비자 이니셔티브가 이 책자를 출판했다. 나는 이런 비판이 오늘날 더 타당해졌다고 생각한다. - P261

몇 년 전 반다나가 남편, 세 살배기 아들과 함께 쾰른에 있던 나를방문했을 때 우리는 처음 만났다. 반다나는 미국에서 핵물리학을 공부하고 양자 이론에 관한 논문을 쓴 뒤 돌아오는 길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내 책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를 선물했다. 그녀는 나중에 썼듯이 이책으로 페미니즘에 눈떴다. 그때까지 그녀는 페미니스트도 생태주의자도 아니었다. 그녀는 우리의 공동 저서 《에코페미니즘》에 다음과 같이 썼다.

1970년대 핵물리학자가 되기 위해 공부하던 나는 여름 훈련 과정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고, 특권 있는 소수인 원자력 관련 기관의 일원이라는 데 ‘도취해‘ 있었다. 그러나 의사인 여동생은 핵의 위험성에 대한 내 무지를 폭로해 나를 현실로 돌아오게 했다. 우리는 핵 전문가로서 핵반응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알았지만 방사선이 생명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알지못했다. 방사선 감지용 배지와 보호복은 단지 회원제 클럽에 가입했음을 상징하는 의식용 복장에 불과했다. 신진 핵물리학자로서 내 무지를 깨달았을 때 나는 충격을 받았고 속았다고 느꼈으며 이론물리학 연구로 전환하게 되었다(Mies and Shiva, 1993, pp. 22~23). -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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