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해서 호스티스를 시작해 밤 12시에 집으로 돌아오는 생활을 하게 됐다. 그렇게 일을 마치고 집에 오면 앞서 말한 자칭 ‘혁명가‘ 남자가 동지들과 함께 논의를 하다가 내게 "밥 좀 해 줘." 하면서 참 쉽게도 부탁을 했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진짜 맹추 같다 싶은데 당시에는 그 남자가 좋아하는 여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 마치 ‘밥을 지어야지‘하고 명령하는 듯했다. 고개를 약간 갸우뚱하면서도 난 밥 짓기를 서둘렀다.
생각해 보면 여자는 신좌익 운동 내부에서 암컷으로 살았다. 등사판 허드렛일부터 시작해서 혁명가를 자처하는 남자들의 활동 자금을 모으려고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었고, 가사 육아 빨래 등 수면 아래에 있는 거대한 빙산처럼 많은 일들을 했다. 일상을 꾸리기 위해 하는이 무겁고도 부담스런 일들을 암묵의 폭력으로 강요당한 것이다. 폭력은 금세 알 수 있는 물리적인 폭력만이 다가 아니다. "자 이제부터는 트로츠키 Leon Trotsky 식으로 한번 논리 전개를 해 봐." 하거나 "프롤레타리아로서 의식이 낮다"든가 하는 말로 위협하고, 싫은 내색을 보여도 - P145

벽에 걸린 꽃마냥 취급하고서는, 모두가 하찮게 여기는 일만 묵묵히 하게끔 하는 것도 폭력이다. -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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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sters: A Graphic Novel (Paperback) - 『씨스터즈』원서
레이나 텔게마이어 / Scholastic Inc.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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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집에나 있을 법한 자매들 간의 다툼과 갈등, 성격 차이, 그리고 화해를 교차하는 과거와 현재를 통해, 가족 로드 트립을 통해 보여준다. 작가가 어릴 때 동생에게 못되게 군 것을 사죄하는 의미에서 쓰고 그린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아니면 책과는 달리 아주 다정한 자매였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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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복

누군가를 모욕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었다. 그는 어느 날 밤 침대에 누워서 아내가 자는 줄 알고 어둠 속에서 이 말을 소리 내서 했는데, 아내는 때로 누군가를 모욕하지 않기가 더 힘들다고, 그리스도인이라면 극복하도록 노력해야 할 약점이라고 대꾸했다. 그는 아내의 숨소리가 달라진 뒤에도 한참 동안 잠 못 이루고 누워서 그 말을 곰곰이 생각했다. 무슨 뜻이었을까? 여자의 마음은 유리로 만들어졌다. 너무 투명하지만 또 너무 쉽게 깨졌다. 더 단단한 다른 유리 같은 생각에 졌다. 남자를 매료하는 동시에 겁을 주기에 충분했다. - P166

퀴큰 나무 숲의 밤

그녀는 앉고 싶지 않았다. 벽에 죽은 사람들의 사진이 걸린저 끔찍한 자리에 앉아서 뱀 튀김을 먹고 싶지 않았다. 글쎄, 무엇을 기대한 걸까? 여자가 크리스마스 아침에 잠옷 바람으로 남자의 집에 따라 들어가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하지만 바싹 구운 생선살과 토스트 냄새가 났고 찻주전자에서 피어오르는 김이 보였다. 어제 그녀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우리를 움직이게 만드는 건 심장이 아니라 위야. 그녀가 생각했다. 그녀는 어두운 방이라 얼마나 더러운지 안 보여서, 아무것도 모르고 먹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조지핀이 식탁 밑에서 자기 몫의 버터를 바른 토스트를 앞에 두고 앉아 있었다. -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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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 - 지옥편 - 단테 알리기에리의 코메디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0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박상진 옮김, 윌리엄 블레이크 그림 / 민음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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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가 생기기 전에 태어나서 기독교를 만나지 못했다는 이유로 지옥에 가는 설정이라니 안티 기독교로서 못마땅하다.

베아트리체를 2번 밖에 만나지 못했다고요? 2번 밖에 만나지 못했기에 천국의 천사로 그릴 수 있었겠죠? 더 많이 만나고 더 오래 보았다면 베아트리체도 결국 한 명의 여자, 한 명의 인간이라는 걸 알게 되었겠죠

신도, 왕도, 귀족도, 종교인도, 학자도 모두 모두 지옥에 간다.

결국 우린 모두 지옥에 가겠구나. 연옥이나 천국에 가는 사람들은 누구란 말인가?

왜 인도자를 베르길리우스로 설정했는지도 궁금하다.

도서관에서 신곡 해설서를 빌려왔지만 펼쳐보지도 못했다. 아마 그냥 반납할 듯?

단테는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 이걸 읽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하면서 읽고 있다. 이해하지도 공감하지도 못하기에 별 셋이다.

어쨌든 지옥을 탈출했다. 천국까지 가보긴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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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11-18 18: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엇 지옥편 완독이군요. 연옥 천국 모두 화이팅!!

햇살과함께 2024-11-19 08:40   좋아요 0 | URL
지옥이 젤 재밌다는 리뷰를 본 것 같은데 ㅋㅋ 다음 편도 읽어보겠습니다!!
 

나는 그들의 말에 폭 빠져 있었다.
그런 나를 보시더니 선생님이 꾸짖었다.
"계속 보다가는 내가 너랑 싸우겠구나!"

노기 담긴 목소리에 나는 그에게 몸을 돌렸다.
너무나 부끄러웠기에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어찔하다.

불길한 꿈을 꿀 때 그것이
그저 꿈이기를 바라는, 있는 것이
없던 것으로 되기를 바라는, 그런 심정이었다.

사과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입을 열 수 없어서 사과를 제대로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선생님이

말했다. "작은 부끄러움은
네가 저지른 것보다 더 큰 잘못도
씻어 준다. 이제 걱정을 거두어라.

사람들이 말다툼을 벌이는 곳에 - P310

자기도 모르게 끼어들게 되면
내가 곁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마라.

그런 것을 엿들으려 하는 것은 천박한 일이니." - P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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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4-11-18 12: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 진도 쭉쭉 나가시는군요!!

햇살과함께 2024-11-18 16:00   좋아요 0 | URL
어제 졸면서 일단 지옥편 탈출했습니다 ㅋㅋㅋ
연옥편은 재밌는 책 좀 읽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