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안드레아스의 말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내 기억에 새겨진 그 말을.
말린, 당신이었을 수도 있어요……. 전쟁과 기아를 피해 탈출해야했던 게 당신이었을 수도 있다고요. - P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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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고, 행복하고, 힘이 넘쳐 보인다. 전혀 자기가 죽고 싶어질지도 모른다고 쓴 사람 같지 않다. 하지만 그건 원래 그렇다. 그런 끔찍한 생각은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가슴속에, 아주 두꺼운 자물쇠가 달린 검은 상자에 들어 있을 뿐이다. 그 안에는 죽음을 갈망할 공간이, 또는 그 병이 숨을 공간이 있다. 아마 아빠한테는 그게 엄마의 기억을 숨기는 곳이 아닐까. -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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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코르넬리우스 카스토리아디스는 ‘민주주의는 자기절제의 통치형태’라고 말했다고 자주 거론된다. - P61

행해질 수 없는 것들을 규정하면서 동시에 행해져야 하는 것들에 대해서도 말하는 제도와 법 덕분에 사회는 기능을 할 수 있다고 카스토리아디스는 말한다. - P62

교육은 한 개인이 태어날 때부터 시작되어 죽을 때까지 이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은 모든 장소에서 항상 일어나고 있다. 그것은 일상의 삶과 문화에 내포되어 있다. - P69

자치라는 프로젝트에서 떼어낼 수 없는 요소인 민주주의는, 이중의 자기절제이다. 사회 내부적으로는 한 사회의 온전함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규제와 법들에 순응하는 것이고, 자연에 대해서는 인간행위에 스스로 한계를 설정하는 것이다.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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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과 인공지능 등 신생 기술들이 혁신의 탈을 쓰는 우리 사회의 기저에는 노동의 전면 재구조화 과정이 도사린다. - P54

공장이나 사무실 노동의 고전적 임금노동을 대거 인공지능 자동화 기계로 대체하는 과정을 밟으면서, 동시에 대부분의 인간 산노동을 위태로운 비(탈)숙련 단기 노동의 지위로 떨어뜨리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현재 진행되는 ‘디지털뉴딜‘은 역병을 기회로 자동화 가속을 높여, 노동으로부터의 인간해방과 무관하게 산노동의 불안정성을 더 심화하는 국가주의적 노동전환 계획에 다름 아니다. - P54

다르게는 ‘시빅해킹‘ 이라고도 불리는데, 시민들의 새로운 데이터 실천과 행동주의를 크게 주목한 용법이다.
시빅해킹은 데이터기술을 사회혁신과 결합하려는 시민사회의 실천 의제라 볼 수 있다. - P57

이제는 사회문제를 말하기 위해 기술의 사회 배치와 인프라를 함께 얘기해야 하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우리 주위를 둘러싼 모든 인공기술 사물들의 배치가 어떠한가에 따라서, 한 사회의 민주주의적 질감이 달라지는 세상이 됐다.
대만의 탕 장관은 디지털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스마트기기를 잘 쓰고잘 다루는 능력보다 정보생산자로서의 능력, 즉 ‘데이터 역량‘을 강조한다.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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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의 아들딸들이 써야 할 저금통장을 도둑질해서 모조리 남김없이 인출해 쓰는 약탈경제를 맘몬의 신으로 숭상하고 있었다. 우리는 기후위기와 멸종으로 직진하고 있는 초고속크루즈선 타이타닉호에 탑승하고 있었다. - P41

귀족과 자본가들이 선거참여를 철저하게 막았던 노동자들과 여성들의참정권 투쟁 역사에 대해서는 굳이 여기서 언급하지 않겠다. 다만 여성참정권 획득 하나만 보더라도 미국은 1920년, 영국은 1928년, 프랑스는1944년에 이르러서였다. 심지어 스위스는 1971년에 비로소 여성참정권을 허용했다. 1966년에서야 비로소 모든 주에서 선거권을 얻게 된 미국 흑인보다도 정치에서 배제되어 있었던 것이 스위스 여성들이었다.
초기 대의정 주창자들은 대의정과 민주주의를 전혀 동일시하지 않았다. 이들은 오히려 민주주의를 극도로 기피하고 경멸했다. 심지어 미국건국 당시 정치지도자들은 자신들이 민주주의자라고 불리는 것을 모욕으로 간주하기도 했다. 그러던 이들이 태도를 백팔십도 바꿔 민주주의라는 용어를 대의정과 선거에 갖다붙여 형용모순의 정치 언어를 만들어낸 것은 그만큼 인민들의 힘이 선거를 통해 점점 커졌기 때문이다.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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