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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마크하기 [걷기의 인문학] 4장 은총을 찾아가는 오르막길: 성지순례 (공감2 댓글0 먼댓글0) 2025-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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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요 성지순례

4장 은총을 찾아가는 오르막길: 성지순례

성지순례는 성스러운 것에도 물질적인 면이 있다는 생각, 땅에 영(靈)깃들어 있다는 생각을 전제하고 있다. 이야기를 강조하면서 이야기의 배경 또한 강조함으로써 영과육 사이의 미묘한 길을 걷는다고 할까. 목적지는 영혼이지만, 목적지로 가는 길은 극히 물질적인 디테일(예컨대 부처가 태어난 곳, 예수가 죽은 곳, 성물이 보관돼 있는 곳, 성수가 흘러나오는 곳)로 이루어져 - P89

있다. 순례길에 오르는 것이 몸의 움직임을 통해 영혼의 믿음과 소망을표현하는 일이라면, 순례란 정신과 물질을 화해시키는 일이 아닐까. 순례가 믿음과 행동의 결합, 생각과 실천의 결합이라는 생각은 성스러운 것이물질적 현존, 물질적 자리를 가질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모든 신교도와일부 불교도, 유대교도가 성지순례를 우상 숭배의 일종으로 보고 반대했던 것은 그 때문이다. 영혼의 구원을 찾을 곳은 바깥세계가 아니라 전적으로 비물질적인 내면세계라는 것이 그런 반대자들의 주장이었다. - P90

톨스토이는 『전쟁과 평화』에서 이 점을 포착하고 있다. 마리아 공주는 자기 집 앞으로 지나가는 무수한 러시아 순례자들에게 먹을 것을내주면서 모종의 열망을 느낀다. "그녀는 순례자들에게 이야기를 청해들을 때가 많았다. 그들의 소박한 말투, 그들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하지만 그녀의 귀에는 깊은 의미로 가득한 것처럼 들리는 그 말투에 그녀의 마음이 얼마나 동했던지, 모든 것을 다 버리고 길을 나설 뻔한 적도 여러 번이었다. 그럴 때 이미 그녀는 누더기를 걸친 차림으로 보따리와 지팡이를 들고 흙먼지 자욱한 길을 걸어가는 자기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다." 그녀는 단 한 곳의 목적지를 향해 명료하고 검소하고 강렬하게 나아가는 고상한 은둔자의 삶을 상상한다. 순례자의 발걸음은 단순 명료함의 표현이자 목적의식의 표현이다. 낸시 프레이(Nancy Frey)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까지의 긴 순례길에 대해 이렇게말한다. "순례자가 걷기 시작하는 순간 세계를 느끼는 방식 몇 가지가 한꺼번에 변하는데, 그 변화는 여정 내내 이어진다. 시간 감각이 바뀌고, 오감이 예민해지고, 자기 몸과 자기 몸을 둘러싼 자연경관에 대한 새로운인식이 생긴다. [...] 그것을 한 독일 청년은 다음과 같이 표현하기도 했다. ‘걷는 경험 속에서는 발걸음 하나하나가 사유가 된다. 자신으로부터 도피하기란 불가능하다." - P91

아직 길을 잃은 상태냐고 누가 물어올 때마다 그레그는 대답했다. "길을 가고 있으니까 길을 잃은 것은 아닙니다.(Wherever you go, there youare.)" - P93

SCLC 창립 6년 후, 마틴 루서 킹은 비폭력 저항 그 자체로는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남부의 인종분리주의자들이 흑인에게 가하는 폭력을 가능한 한 널리 공론화해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킹은 압제 세력에게요구하는 것을 그만두고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호소하기로 했다. 이것이 흑인 민권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었다고 할 수 있을 버밍햄 투쟁의 전략이었다. 최초의 행진은 1962년 성금요일에 시작되었고, 그 후로 무수한 행진이 이어졌다. 이 버밍햄 투쟁에서 대단히 유명한 사진들이 쏟아졌다. 고압 소방호스로 물 폭탄을 맞는 사람들, 경찰견에게 공격당하는 사람들이 찍힌 사진이 전 세계의 분노를 자아냈다. 킹을 비롯한수백 명의 시위자들이 버밍햄을 걸었다는 이유로 체포당했다. 거리로 나오는 어른들이 없어지자 고등학생들이 가담했고, 어린 동생들까지 따라나서서 자유를 향해 행진하면서 개선가를 합창했다. 그해 5월 2일 900명의 아이들이 체포당했다. 공격당할 위험, 부상당할 위험, 체포당할 위험, - P103

죽을 위험을 무릅쓰고 거리로 나가는 일은 특별한 결의를 요하는 일이었다. 기독교적 순교를 연상시키는 사진들 못지않게 남부 침례교도의 뜨거운 신심도 그들에게 힘이 되었던 것 같다. 킹의 전기 작가 한 명에 따르면, 버밍햄 행진이 시작되고 한 달쯤 지나서 진행된 "한 기도 순례에서 찰스빌럽스 목사를 비롯한 버밍햄의 목사들은 3000명이 넘는 청년들을 이끌고 버밍햄 감옥을 향해 행진하며 「주가 나와 동행하기를 바라네(I WantJesus to Walk with Me)」를 불렀다."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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