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노동이 궁극적으로는 자기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이라고생각을 해요. 자기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이라는 건 결국 자기를 둘러싼 관계를 계속 변화시키는 과정이죠. 권리중심공공일자리노동자들은 이 일을 통해서 자기 존재를 분명히 다시 확인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 자기 확인이란 건 곧 이 사회가 중증장애인이라는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이 되죠. 그 사람의 존재부터 해가지고, 이 사회의 - P180
조건에 대해서까지 다시 생각을 해보게 만드는 거야. - P181
그런데도 진짜 목소리조차 못 내는 사람들을 위한 거리의 정치를 하려면 그 어려운 상황이란 거를 잘 빼텨낼 수 있어야 돼요. 활동가한테 삐틴다는 거는 그만큼 중요한 덕목인 거야. 그렇게 빼텨야지만, 그 열악한 상황에서도 거리에 그런 장소가 만들어지는거에서부터 전사들이 조직되기 시작하는 거니까. 조직하려면 결국엔 그 방법밖에 없어요. - P216
그런데요, 혐오가 어떤 의미로까지 쓰일 수 있는 건지 다 해석이 다를 수 있는데, 저는 장애인을 아예 없는 사람 취급 하거나기껏해야 그냥 동정받아야 하는 사람, 시혜를 베풀어서 도와줘야하는 사람쯤으로만 보는 것도 어떤 혐오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거라고 생각을 해요. 자기도 모르게 장애인들을 자기들이랑 동등한 사람으로 보지를 않으니까, 결국에는 비정상적인 사람쯤으로보고 무시하고 있으니까 저런 반응도 나오는 거잖아. 그런데 이사회엔 이미 이런 반응들이 넘쳐나고, 그럼 이미 이 사회에는 장애인 혐오가 넘쳐나는거 아닌가? 그런 건 혐오가 아니다, 어떤 사람들 싸잡아서 ‘꼴 보기 싫다. 꺼림칙하다‘ 하는 거가 진짜 혐오다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 뭐 그렇게 볼 수도 있어요. 혐오 개념의 해석이 다 다를 수 있잖아. - P240
그런데 혐오를 그렇게만 봐도 여전히 문제거든요. 왜냐면 이런 관점에선 장애인들이 여태까지 ‘혐오를 당할 자격도 없었던 사람‘이었던 거니까. 혐오가 이런 거라면, 혐오를 받는다는 거도 어떤 자격이 있어야 하는 건데요. 존재 자체가 생각도 안 되는 사람들, 아예 사회에서 없는 사람 취급 받아온 사람들은 제대로 혐오를 당할 수도 없어요. 뭐 보이기라도 해야지 혐오라도 할 거 아냐. - P241
그런데요, 제가 지금 이런 말을 하는 거는 직접행동 투쟁에서 언제나 성과가 제일 중요한 건 아니란 이야기를 여러분께 전하고 싶기 때문이에요. 당연히 성과를 완전 무시해서는 안 되겠지만은 직접행동에서는 그냥 눈앞에 보이는 어떤 성과들보다 중요한 게 있다는 말을 분명하게 하고 싶어요. 너네들만의 영토에서배제된 사람들이 우리의 영토를 만든다는 것, 그 싸움의 진지를만들고 거기에서 사람들이 한 명 한 명씩 조직된다는 거, 그렇게우리가 계속 싸워갈 수 있는 희망의 물리적 기반이 만들어진다는거, 단기적 성과보다도 그게 가장 중요한 거죠. - P264
연대와 관련해서 제가 참 좋아하는 말이 있어요. 90년대 후반에 이 말 보고서 딱 꽂혀가지고, 지금은 노들야학 슬로건이 되기도 한 건데요.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1994년에 멕시코에서 빈곤이나 억압, 차별 등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었던 치아파스 선주민이 어떤 사람이 연대를 오니깐 이렇게 말을 했대요. "만약 당신이 나를 도우러 여기 왔다면 그건 시간 낭비입니다. 그러나 당신의 해방이 나의 해방과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여기 왔다면 함께 일해봅시다" - P298
아니, 내가 뭐 하러 희생을 하겠어. 나 딱 봐봐. 내가 성자처럼 보이나. 전혀 안 그렇잖아요. 난 절대로 성자가 될 수 없는 사람이에요. 나 자신이 살아 있다는 감각이 제일 중요한 사람일 뿐이야. 그런데 내가 살아 있다는 감각은요, 나와 타인들과의 관계에서부터 마련이 되더라고요. 나는 부족하나마 현미경으로 세상을들여다보려고 노력을 하면서, 나랑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가면서 이 세상에 ‘다른 속도‘라는 것이 있구나, 라는 거를 매일같이새롭게 깨달아가고 있어요. 그러고서 이 서로 다른 속도를 가진사람들을 조직해가지고 이 사회 전체랑 맞서 싸우는 데서 어마어 - P326
마한 희망을 느끼고 있지. 나한테는 이 과정만큼 세상에 대한 감각, 그러니께 네 내가살아 있다는 감각을 이렇게 강렬하게 주는 게 아직까진 없는 것같아. 내가 내 존재를 확인하려면 이 과정이 없으면 절대로 안 되는 거지. - P327
아마 그 장면이 어떤 사람들한테는 엄청 처절해 보이기만 했을 거예요. 우리 지지하는 사람들한테도 말이야. 굳이 저렇게 기어가야 하냐고. 저 투쟁 방식이 맞는 거냐고. 일단 장애인이 기면은 불쌍해 보일 수가 있는 거잖아. 그런데 장애인이 이렇게 직접행동하면서 싸우는 과정에서 바닥에 내려와서 긴다는 거는 그 자체로 사실 그런 차원을 넘어서는 거예요. 사회가 가지고 있는 관점 자체를, 관계 자체를 완전히 뒤집는 거니까. 장애인이 긴다는건 그동안 이 사회에서 장애인들이 자기 불쌍함을 부각해서 동정을 이끌어내는 방식이었죠. 실제로 장애인들이 먹고살려고 구걸을 할 때 그렇게 많이 하기도 했고. 그런데 긴다는 게 장애인들이싸우는 수단이 되는 순간, 이긴다는 행위의 성격 자체가 바뀌어요. 구걸하는 거에서 이 사회 질서에 저항하는 거로 바뀌고, 그거는 이제 더 이상 ‘불쌍해 보이기만 하는 게 아니라 ‘불온‘해 보이는거야. - P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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