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국회의원 할당제도 계속 논의되고 있었고, 대학 내성폭력 문제가 굉장히 불거졌을 때고, 대학에서도 막 백래시가 있고 그랬는데 선생님이 <사회정치철학> 시간에 그러시는 거예요. ‘요즘역차별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평등이란, 누군가가 역차별로 볼 수 있을 정도의 어떤 조치를 취하면서나아가는 거다, 그게 평등으로 가는 길이다‘ 그런 걸 되게 단호한 목소리로 말씀하셨어요. 평소엔 단호하게 말씀을 잘 안 하시는 편이잖아요. 그런데 성차별과 관련해선 가끔 명확하고 단호하게 말씀하실때가 있었고 전 그런 게 너무 좋았어요. 왜냐하면... 조심스런 이야기지만, 다른 수업에서 몇몇 교수님들의 보수적인 발언으로 인해 굉장히 짜증 나고 화가 많이 나 있었거든요. - P192
<역사철학> 수업 때 있었던 일이에요. 선생님이 강의하시다가 아이가 울면 엄마가 달려가죠?"라고 말하고는 멈칫하시는 거예요. 그리고 3초 뒤에 ‘내가 말을 실수했다, 정정하겠다. 부모가 달려가야 한다‘라고 하시면서 정중히 사과를 하시더라고요. 남성 교수가 <여성주의철학>을 가르치는 것에 대해 경계심을 품는 이들도 있겠지만, 장춘익 선생님은 한 번도 성차별적인 발언을 한 적이 없어요. 탁월한 젠더감수성을 갖고 계셨어요. 여성으로서의 경험을 직접 할 수는 없지만, 선생님은 위대한 페미니스트이고, 나는 그분의 가르침을 받고 있다고 느꼈어요. 돌아보면, 저는 선생님을 보면서 내가 어떤 페미니스트로서 살아야 하는지, 어떤 관점으로 페미니즘에 관한 얘기를 해야하는지 알게 되었어요. 제가 이 수업을 들으면서, 여성학 대학원에진학해야겠다고 결심을 굳혔는데요. 얼마 전에 갑자기 들었던 생각이 있어요. 만약 대학원에 가서 ‘너한테 가장 많은 영향을 주었거나, 네가 닮고 싶은 페미니스트가 누구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저는 장춘익 선생님을 얘기할 것 같더라고요." -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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