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고 보니 그때 우리는 여행으로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던 것 같다. 서로를 보살피고 다독여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신랑도 나도 그리 강한사람이 아니었다. 여행 중이라면 더욱더 일상을 지키려는 의지가 필요했는데 우리는 여행이란 설렘에 눈이 멀어 무방비 상태였다. 이해할 수없는 말들이 별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그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더라도, 주저앉거나 머뭇거리지 않고 다시 또 새로운 하루를 살아내는 다짐을 서로에게 건네야 했는데 우리는 그러지 못했다. 처음부터 여행이란 일상의 또 다른 이름일 뿐 어차피 그 둘은 닮아 있었는데 우리는 그때 미처 알지 못했다.
지친 마음을 들여다보아야 하는 것, 무기력해지는 스스로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 그때 처음 우리가 ‘여행‘이 아니라 ‘유목‘을 하고 있다는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멈추고 싶은 마음을 다스리며 다시 또 새로운 하루의 일상을 꾸려나가는 것.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과, 알아들을수 없는 낯선 언어에 둘러싸여 있더라도, 어차피 모두의 일상은 끼니를채우고 스스로를 지키고 서로를 지키는 똑같은 하루였다. - P135

슬로베니아의 수도인 류블랴나Ljubljana, 이곳의 명소라는 ‘용의 다리ZmajskiMost‘는 생각보다 소박했다. 강이 크지 않다보니 다리 자체도 길지 않았고 다리 양쪽에 세워진 용의 동상은 지극히 평범해 보였다. 오스트리아나 독일의 도시 곳곳에 세워진 조각들과 비교해보면 소박하다 못해 초라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실망하는 일 또한 여행의 일부라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었다. 기대하고, 무너지고, 다시 또 발아래 뒹구는 희망을 툭툭 털어 주머니에 넣는 것이 여행하는 자의 일이었다. 우리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용의 동상을 등지고서 류블랴나 시장 쪽으로 천천히 걸었다. - 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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