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함께하는 삶은 분명 어려운 데가 있었다.
이 문장을 쓰기까지 십 년이 걸렸다.
우를 사랑한 것이 어떤 경위와 경로로 내 삶을 그리까지떠다밀어놓았는지 모르겠다. 삶은 어떻게 엉키게 된것인지 알 수 없는 실뭉치 같았다. 여태 그 실뭉치를 풀지도못하면서, 그렇다고 자르지도 버리지도 못하면서, 꽉 물린매듭에 손톱을 세워도 보면서 그러다 이따금 미끄러지기도하면서 앉아 있다. 매듭을 풀면 우와의 일도 더 이상 바로어제 일 같지 않게 될까? 그렇다면 그저 실뭉치를 영원히매만지는 할머니가 되고 싶은데…………. - P8

그러나 우를 돌보는 것이 별일이 아니라고는 결코 말할수 없었다. 나는 언제부턴가 우를 돌보는 일만을 하고 있었다. 우를 돌보는 것 말고는 다른 일을 할 수가 없었다. 우와 있으면서 회사에 다니고 일을 하고 돈을 버는 건 불가능했다. 실현 가능한 미래의 세부사항을 그려보려고 매일매일 애쓴것은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할지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코앞의 날들조차 온통 뿌옇게만 보였다.
세상이 우를 가지고 인질극을 하는 것 같았다. 장애인애인을 가지고 싶으면 장애인 애인 말고 다른 건 가져서는안 된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나는 장애인 애인을 가졌으면서 다른 것도 가지고싶었다. 욕심이었을까? 욕심이라고 생각할수록 더욱 그렇게하고 싶어졌다. 때로 적나라하게 물질적인 것들이 마음을잡아끌었다. 예쁘게 차려입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정갈한의자가 있는 집에 살고 싶었다. 어떤 때에는 몇 번 바르지도않을 화장품을 있는 대로 모으고 입지도 않을 옷을 잔뜩사서 비좁은 서랍장 한 칸 안에 꾸역꾸역 욱여넣었다. - P29

우와 있었던 시절 하루에 한 번씩은 꼭 그렇게 허리가끊어져라 웃었다. 매일을 부지런히 웃었던 그즈음의우와 나를 떠올려보면 어디 가서 둘째가라면 서러울행복 전도사, 무한 긍정과 역경 극복의 대명사, 희망을실어나르는 슈퍼장애인으로 오인되었던 것도 마냥 이상한일만은 아니었다 싶다. 뭐가 그렇게 좋았는지는 이제 다잊어버렸다. 살면서 그렇게 많이 웃을 일이 다시 있을지모르겠다는 것은 알겠다. 좋다는 말에 인색했던 나와 달리우는 세상의 많은 것을 아낌없이 좋아했다. 나는 세상에좋아하는 게 별로 없었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좋다"고말하던 우만은 좋았다. 그는 세상에서 내가 가장 오래, 가장많이, 가장 깊이 좋아한 무엇이다.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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