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학생의 참여 방식을 함께 고민하기보다 눈꼬리를 한껏 내리고 염려하는 얼굴로 "네가 갈 수 있겠니?" 묻는 학교에서 늘 가슴을 펴고 당당히 자신의 참여를 주장하기는 어렵다. 어떨 때는 이 거부가 거친 말이나 명백한 배제보다 더 무섭다. 불명확한 형태로 공기처럼 존재하는이 차별은 때때로 거부하는 사람과 거부당하는 사람 모두 - P130

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교묘하다. 그것이 반복되면 거부와 배제는 스펀지에 스며드는 물처럼 장애 학생을 적셔서, 그의 몸과 마음은 둔하고 무거워진다. - P130

나는 그곳에서 의심하지 않는 마음을 발견했다. 누구도내 참여를 의심하지 않는 순간, 나는 파도 위에 엎드려보기로 결심했다. 유일하게 나를 믿지 못했던 나조차 "한번 시도해 볼게요!‘ll try it" 라고 말할 수 있었던 분위기가 나를 파도 위에서 활주하게 했다. 아주 오랜만에 내 허리를붙들던 현미와 태균의 손이 떠올랐다. 그 둘이 내 뒤에 몸을 꾸역꾸역 숨기면서까지 내게 알려 주려고 했던 것들이무엇이었는지 이제 알겠다. 장애인의 참여를 의심하지 않는 마음. 나의 몸과 욕구를 믿는 마음. 그리고 함께하는 사람들이 내게 손을 내밀 것이라는 마음.
두 사람이 손을 모아 내 허리를 받치며 알려 주어야했던 마음들을 호주 토르케이 해변에서 다시 만났다. 이제는 그들이 몸을 웅크리고 내 뒤에 서 있지 않아도 괜찮았다. 파도가 세차게 밀려가듯이, 마음속에서 새 지평이넓어지고 있었다. - P135

부끄럽지만 빨래 모으기부터 세탁한 뒤 개어 정리하는 일까지 모두 혼자 한 것은 이번 호주 생활이 처음이었다. 혼자 호주에 가기로 결정한 이후 가장 먼저 든 걱정은빨래는 어떻게 하지?‘였다. 휠체어를 타고 여행하겠다고 - P137

하면 비행기, 이동 수단, 장애차별 같은 거대한 걱정을 건네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내게는 샤워, 빨래, 요리, 캐되어 끌기 같은 사소한 일상이 걱정이었다. 내가 나를 잘돌볼 수 있을지가 가장 무서웠다. - P138

장애를 가지고 살면 얼마간 모두가 도움요청 아티스트가 된다. 내가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수치스럽던 시기도 있었다. 모든 것을 내가 해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당연히 그러지 못했으므로 그때마다 실패자가되었다. 대뜸 도움을 준다고 다가오는 사람들이 불편하기도했다.
이제는 안다. ‘도움 요청 예술‘이 매끄럽고 우아하게공연될 때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우리 둘 다 무대에 올랐음을 알고 있지만 옳은 타이밍을 살필 때의 분위기를. 그공연의 또 다른 연기자에게 첫 대사를 던지고 그에 화답하는 대사를 받을 때 얼마나 기쁜지를 여전히 대사의 호흡이 맞지 않으면 민망하기도 하고, 내가 준비되지 않았는 - P182

데 즉흥 연기를 시작하는 사람을 만나면 당황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의 예술이 매끄럽게 흘러가면 나는 공연을 무결하게 끝낸 배우라도 된 듯 안도와 기쁨을 느낀다. 무대 위 단둘뿐인 배우인 우리는 이 단막극을 오래 기억할것이다. - P18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