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나와 우는 우는

프로그램은 열흘간 제네바에서의 숙박과 식사만을책임져 주었다. 항공편은 스스로 마련해야 했으므로, 나흘 먼저 파리로 날아가 프로그램 시작일에 기차를 타고 스위스로 넘어가기로 했다. 그것도 아쉬워서 이후에는 독일도가 보기로 계획을 세웠다. 혼자서 국내 여행도 해본적없으면서 그냥 그렇게 되었다. 장애를 가지고 살아오며얻은 한 가지 문장이 있다면, 어떻게든 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미리 안 될 이유를 생각하자면 끝도 없이 나쁜 상황이떠오른다. 아무튼 못 하는 것이 많았기 때문에 하고 싶은것이 있다면 더 많이 시도해야 했다. 그러면 그중 절반은어떻게든 할 수 있었다. - P23

올해로 19호를 맞은 <디스에이블>에서 장애-비장애 연인의 이야기를 다룬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디스에이블> 4호에 실린 ‘빈‘의 ‘동이를 부탁해‘가 그예이다. ‘빈‘의 장애인 애인, ‘우‘의 휠체어인 ‘동이‘의 시점으로 쓰인 이 글은 일본 여행에서 휠체어 충전기가 작동하지 않으면서 겪어야 했던 험난한 과정을 이야기한다. 그글 중 몇 개의 문장을 읽으며 나는 불에 덴 것처럼 화들짝놀라곤 했다. - P43

하지만 동시에 안심했다. 그가 ‘나는 그런 돌봄을 눈치채지 못했어‘라든가 ‘너를 돕는 일쯤은 아무것도 아니야‘ 라고 말하지 않아서. 그가 일반적이고 과중하다는 감각을 신경쓰고 있다고 이야기해서 좋았다. 왜냐하면, 돌봄은 정말로 우리 관계 속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이의 돌봄은 때때로 우리를 좌절하게 하고 먼 타지에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가지게도 하지만 또 그만큼 엉뚱하고 즐거운 순간을 선사하기도 한다. 나는 그가 내 옷을 입혀 줄 때, 옷 가게의 점원 행색을 하며 "손님 이거 걸쳐 보세요~"라고 호들갑을 떠는 모습이 좋다. 게으름을 피우며 침대에 널브러져 있을 때 그가 나를 번쩍 안아 화장실에 가져다 두는 것도 좋다. 정말로 존재하는 것을 없는 체할 수는 없었다. 그것을 뺀 우리는 우리가 아닐 테니까. 그런 마음이 들수록 똑바로 눈을 뜨고 마주해야 했다. ‘빈‘이 기어코 모든 것을 내던지고 떠나고 싶었다는 마음을 글로 똑똑히 남긴 것처럼.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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