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을 듣자 하니 윤지는 대학 입학 후, 여러 사람과 다양한 형태의 만남을 가졌다고 했다. 자신에게 그런 만남은 어렵지 않고 단순히 따졌을 때 얻는 것도 많다고.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는 섹스가 되질 않아 섹스하는 사람을 따로 두고 있는데 애인은 그걸 모른다고 했다. 나는 아다였다. 그래서 혹은 그것과 무관하게 내게는 윤지의 말이 참 아득하게 느껴졌다. - P141
사실 유람선을 타기 전엔 ‘아, 좀슬플 것 같은데..... 걱정했다. 미국 작가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가 그의 산문집에서 이렇게 서술한 바 있기에.
"대중적 호화 크루즈 여행에는 견딜 수 없이 슬픈 무언가가 있다. 견딜 수 없이 슬픈 것이 으레 그렇듯 이것은 정체를파악하기는 엄청나게 어렵고 원인은 복잡하지만 결과는 단순한 듯하다. 그 결과란, 내가 네이디어 호에서 특히 밤에, 배의 놀이 활동과 안심과 즐거운 소음이 다 그친 뒤에 절망을 느꼈다는 것이다. (......) 절망은 내가 참으로 작고 약하고이기적이고 의심의 여지 없이 언젠가는 죽을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할 때 느끼게 되는 견디기 힘든 기분으로부터 탈출하고 싶어서 죽고 싶은 것에 가깝다. 배 밖으로 뛰어내리고 싶은 기분이다."*
나는 뛰어내리고 싶지 않았고, 견딜 수 없이 슬프지도 않았다.
일단 ‘선셋크루즈‘는 그렇게 막 호화롭지 않았고 고작 한시간가량 운항했다. 게다가 나는 데이비드 포스터 윌리스처럼현대적 실존에 대해 다각도로 고찰할 수 있을 만큼 똑똑하지도 않았다. - P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