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딱 겉다, 목딱 같다‘ 혹은 ‘혹딱 같다‘로도 쓴다. 못 생기고 맘에 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혹딱같이 생기기" 하는 식으로 주로 생김새를 빗대거나 "에이, 혹딱 같다"처럼 (마음) 상태를 이야기할 때도 쓴다. 어머니 말이다. "그랑께네 내 맴이 혹딱 같다아이가." 목딱이나 혹딱의 어원은 잘 모르겠다. 더러는 울퉁불퉁못생긴 모과에서 나왔다 하고 더러는 호떡에서 나왔다고 한다. 나는 목딱 같다는 말이 더 익숙하다. - P27
손택수 시인의 시 「애나」를 읽다 보면 경남 진주의 대표 지역 말 ‘애나‘에 얽힌 이야기에 실없이 웃고 만다. 여기서 ‘애나‘는 경상도 말 ‘애나가‘ 혹은 ‘에나‘‘에나가‘를 말한다. 진주 사람들은 ‘애나‘가 진주의 고유한 말이라고 내세운다. 입말이라 그런지 ‘애나‘ ‘에나‘ 두 가지 표기 다 쓴다. 애나는 ‘참말‘ ‘진짜‘라는 뜻인데, ‘애나가?‘ 하고 물을 때는 ‘참말입니까?‘ 반문하는 것이고 ‘애나로‘라 쓸 때는 진짜를 강조하는 것이다. - P33
‘끌베이‘는 거지를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다. 거렁뱅이를 아주 빠르게 발음하면 끌베이가 된다. 꽤 오랜 세월 끌베이와 비슷한 생활을 했고 자존심도 없었다. 자존심이 밥을 먹여 주지는 않으니까. 그렇더라도 포기할 수 없는 건 재미. 재미만 있으면 최소한의 버틸 수 있는 여지만 있어도 무조건 오케이였다. 하지만매번 재미를 따질 수 없는 나이가 되었다. 사람도 세월에 따라 상황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조금씩 삶의 노선을 수정했다. 11년전 헌책방을 열 때 "돈보다 책, 책보다 사람"이라는 운영 원칙을정했는데, 지금은 우선순위를 바꾸었다. 믿거나 말거나 돈이 먼저다! 인제 그만 끌베이는 면하고 싶다. 그런데 재미는 여전히포기가 안....... - P41
경남에서는 빼떼기가 주식으로 쓰일 때가 많았다. 배곯던시절 고구마는 구황작물이다. 고구마를 오래 보관해서 먹으려씻어서 납작납작 썰어 채반에 받쳐 마당에서 말린다. 여기에 콩이나 팥 등 잡곡을 넣어 뭉근하게 죽을 끓여 먹었다. 이걸 빼떼기죽이라 했다. 아주 어렸을 때 어머니가 끓여 주던 빼떼기죽이 생각난다. 내 눈에는 그저 시커먼 덩어리가 씹히는 죽이었다. 깨작깨작 몇 숟가락 먹었을까. 어른이 되고 나서야 빼떼기죽의 진미를 어렴풋이 알게 되었으니 빼떼기죽은 어른의 맛인가 보다. 요즘 통영은 남해 바다 관광 일번지로 손꼽힌다. 그래서인지 옛 문화나 전통을 구현해 낸 먹거리를 상품화하고 있다. 빼떼기죽이 그중 하나로 여행객의 먹거리가 되고 있단다. 차가운 바닷바람이 이는 통영 항구 앞 허름한 식당에 앉아 빼떼기죽 한 그릇 먹고 싶다. 김이 서린 안경알을 닦아 가며……………. - P73
정지용은 「문장 (18호, 1940년 9월)에서 "북에는 소월이 있었거니 남에는 박목월이가 날 만하다"라고 박목월의 시를 높이평가했다. 그가 「가을 어스름」과 「연륜」이라는 작품을 투고하고받은 평이었다. 경남 고성에서 태어나 경북 경주, 대구에서 청년시절을 보낸 그는 고향의 풍경과 서정을 담은 작품을 많이 발표했다. 「사투리」도 그런 작품이다. 이 시에서 그는 경상도 사투리를 이렇게 표현했다.
참말로 경상도 사투리에는 약간 풀 냄새가 난다. 약간 이슬 냄새가 난다. 그리고 입안이 마르는 황토 흙 타는 냄새가 난다. - P75
2012년 1월 MBC경남은 다큐멘터리 「사투리의 눈물』을 방영했다. MC메타가 랩으로 내레이션을 맡아 표준어에 밀려 사라져 가는 경상도 사투리의 처지와 현실을 알렸다. MC메타와 DJ렉스는 2011년 「무까끼하이」라는 곡을 발표했다가 지상파 방송에서 방송금지처분을 받았다. ‘무까끼하이‘는 대구 지역에서 주로 쓰는 말로 ‘무식하게‘ ‘무뚝뚝하게‘ ‘융통성 없이‘라는 뜻인데, 단지 일본어처럼 들린다는 이유로 방송심의위원회에서 방송 불가 판정을 내린 것이다. 어이없다. 일본어도 아니고 일본어처럼들린다고 엄연히 우리말로 지은 노래를 방송으로 내보낼 수 없게하다니. 반전이 있다. 비록 방송심의위원회의 심의는 통과하지 못했지만 이 노래는 결국 대중의 선택을 받는다. ‘대중음악 평론가20인이 뽑은 올해의 노래‘ 4위에 오르고 ‘제9회 한국 대중 음악상 최우수 랩&힙합 노래‘ 후보에도 올라 대중의 많은 지지와 찬사를 받았다. "외래어와 외계어에 가까운 단어들이 판을 치는 한국 대중음악 시장에 순수 한국말의 전통을 지키면서 지방 방언의특수성을 가미한 의미 있는 노래"라는 평을 받았다. 대중이 선택한 말은 강제로 금지한다고 죽지 않는다. - P85
김원일의 단편소설 「여름 아이들」을 읽다가 ‘살강‘에 꽂혔다. 살강은 지금으로 치면 부엌 개수대 앞에 놓인 스테인리스 선반 같은 것이다. 갓 씻은 그릇이나 자주 쓰는 것을 올려놓는 선반으로 ‘시렁‘이라고도 한다. 내가 사는 경상도 산골에서는 부엌을 ‘정지‘라 했고 그 정지에는 살강이 있었다. 김원일은 경남 진영에서태어나 대구, 경북에서 자라고 활동했다.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말투에는 경북과 경남이 다 들어 있다.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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