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이야기를 좀 해주세요. 저는 임항 열차에서 내려 지저분한 보도를 이 두 발로 직접 밟을 그날을 꿈꾸며 살아간답니다. 걸어서 버클리 광장까지 올라갔다가 윔폴 거리로 내려오고, 엘리자베스 여왕이 런던 탑 입성을 거부하고 앉았던 세인트폴 성당의그 계단, 존 던‘이 앉아 연설하던 바로 그 계단을 저도 한 번 밟아보고 싶어요. 대전 중에 런던 주재원으로 나갔던 신문기자 한 사람을 아는데, 그 사람 말이 관광객들은 영국에 어떤 고정 관념을가지고 가기 때문에 늘 자기가 원하는 것만을 찾는대요. 전 영국문학 속의 영국을 찾아 갈 거라고 그랬더니 이렇게 말하더군요.
"그렇다면 거기에 있어요."
안녕을 빌며-
헬렌 한프 - P28

제가 뭘 썼는지 아세요? 월턴의 생애에서 고용주의 딸과 눈이맞아 달아난 존 던의 이야기를 드라마로 만들었지요. 텔레비전을보는 사람들은 존 던이 누군지 알 리가 없지만, 헤밍웨이 덕분에
"어느 누구도 그 자체로서 온전한 하나의 섬은 아닐지니는 삼척동자도 줄줄 꿸 정도죠. 이 구절 하나 집어넣으니까 곧장 팔리더라고요. - P93

* 헤밍웨이의 작품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17세기 영국 시인 존 던의 설교문을 모태로 태어났다. 인용문은 이 설교문의 한 구절이다. "어느 누구도 그 자체로서 온전한 하나의 섬은 아닐지니, 무릇 인간이란 대륙의 한 조각이요, 또한 대양의한 부분이어라. 한 줌 흙이 바닷물에 씻겨 내려가면, 유럽 땅은 또 그만큼 작아질지며, 작은 곳 하나가 그리 되어도, 그대 벗들이나 그대 자신의 영지가 그리 되어도 마찬가지어라. 그 누구의 죽음이라 할지라도 나를 축소시키나니, 나란 인류 속에 포함된 존재이기 때문이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이를 알고저 사람을 보내지는 말지어다.
좋은 바로 그대를 위하여 울리기에......" - P94

친애하는 캐서린 -
1969년 4월 11일
책장을 정리하다가 사방에 책으로 둘러싸여 앉아 순풍에 돛단여행을 기원하며 몇 자 끼적입니다. 브라이언과 런던에서 멋진시간을 보내길 빌어요. 브라이언이 전화로 ‘여비만 있다면 우리랑 같이 가시겠어요?‘ 그러는데, 하마터면 울음이 터질 뻔했어요.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어쩌면 이대로가 나을지도. 너무나 긴세월 꿈꿔온 여행이죠. 단지 그곳 거리를 보고 싶어서 영국 영화를 보러 가기도 했고요. 오래 전에 아는 사람이 그랬어요. 사람들은 자기네가 보고 싶은 것만을 보러 영국에 간다고. 제가, 나는영국 문학 속의 영국을 찾으러 영국에 가련다. 그랬더니 그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러더군요. "그렇다면 거기 있어요."
어쩌면 그럴 테고, 또 어쩌면 아닐 테죠. 주위를 둘러보니 한가지만큼은 분명해요. 여기에 있다는 것.
이 모든 책을 내게 팔았던 그 축복 받은 사람이 몇 달 전에 세상을 떠났어요. 그리고 서점 주인 마크스 씨도요. 하지만 마크스서점은 아직 거기 있답니다. 혹 채링크로스가 84번지를 지나가게 되거든, 내 대신 입맞춤을 보내주겠어요? 제가 정말 큰 신세를 졌답니다.
헬렌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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