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나를 유혹하고 싶어 한다는 것, 그래서 그녀가 매력적으로 굴고 있다는 것, 그리고 혹시 필요하다면 노력을 해서라도내 마음을 사로잡고 말았을 거라는 것, 이것은 내가 모르고 지나칠 수 없는 분명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나를 조금도 더행복하게 만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우리 관계가 다른 사람들의 뜻에 의해 정해진 것이라는 어투를 그녀가 설령 취하지 않았다하더라도, 나는 그녀가 의도적인 선택에 의해서, 그리고 내 마음을 짓밟고 내던져 버리기 위해서 내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지, 내 마음이 그녀에게 어떤 애정 같은 것을 혹시라도 일깨워줄 가능성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충분히 느꼈을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해머스미스를 지나갈 때 나는 매슈 포킷 씨의 집이 어디인지 그녀에게 가리켜 보였다. 그러고는 리치먼드에서 그리 멀리 떨어진 곳이 아니므로 그녀를 가끔 만나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럼 물론이지. 너는 나를 만나도록 되어 있어. 적당하다고 생각될 때마다 너는 찾아와도 괜찮게 되어 있어. 나는 네 이야기를 그 집 사람들에게 해 두도록 되어 있어. 아니 사실 이미 이야기가 되어 있어." - P39
현관문이 곧 열리고 그녀의 짐 상자들이 안으로 사라졌다. 그녀는 나에게 손을 내밀고는 미소 띤 얼굴로잘 가라고 말했다. 그러고는 그녀 역시 안으로 사라져 버렸다. 나는 그대로 선 채 그 집을 바라보며, 그녀와 함께 그 집에서 산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그녀와 함께있을 때 내가 결코 행복하지 않고 오히려 언제나 비참하기만 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 P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