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의 파란 두 눈이 약간 축축해졌다. 그는 먼저 한쪽 눈을, 그리고 이어 다른 쪽 눈을 차례로 비볐는데, 부지깽이 끝의 둥근손잡이로 아주 부자연스럽고 불편하게 비벼대는 희한한 방식이었다.
"그 후 혼자 여기서 사는 게 외롭기만 했단다." 조는 말했다. "그러다 마침 네 누날 알게 되었지. 그런데 말이다. 핍." 조는 마치 내가 그의 말에 동의하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다는 듯이, 단호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네 누난 풍채가 훌륭한 여자란다." - P90
"반면에 난 주도자가 아니란다." 조는 나를 응시하던 시선을 풀고 다시 구레나룻을 어루만지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말이다, 핍. 그런데 이보게, 이건 내가 자네한테 아주 진지하게 말하고 싶은 거라네. 난 불쌍한 우리 어머니에게서, 고되게 노예처럼 일만 하면서 정직한 마음에 상처만 입고 평생 하루도마음 편하게 지내지 못하는 그런 여자의 모습을 너무나 뼈저리게 보았단다. 그래서 여자에게 올바른 행동을 하지 않음으로써 잘못을 저지르는 걸 끔찍이 두려워하게 되었단다. 그래서 차라리 다른 방식으로 잘못을 해서 내가 좀 불편하게 사는 것이 둘 중에 그래도 낫겠다고 생각했지. 물론 핍, 괴로움을 당하는 게나 혼자라면 얼마나 좋겠니. 이보게, 자네가 ‘따끔이‘한테 얻어맞는 일이 없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 모든 걸 내가 대신 당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니. 하지만 그런 건 오르락내리락 평평한 인생사의 기복처럼 어쩔 수 없는 거란다. 핍. 그래서 난 네가 그런 부족한 점들을 잘 참고 넘어가기만을 바랄 뿐이다." - P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