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아빠에게서 전화를 넘겨받았다. 엄마는 부드럽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우리 가족이 다 같이 한국 여행을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당시에 엄마는 한동안 몸 상태가 그럭저럭 괜찮았고, 의사의 반대를 무릅쓰고서라도 지금은 죽어가기보다는 살아가기를 선택할 때인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엄마는 자신의 조국과 언니에게 작별인사를 할 기회를 갖고 싶어했다.
"서울엔 네가 아직 못 가본 작은 시장들이 있어." 엄마가 말했다. "광장시장 같은데, 거기선 고릿적부터 아주머니들이 빈대떡이랑 갖가지 전을 부쳐서 팔고 있지."
나는 눈을 감고 눈물이 흐르는 대로 그냥 놔두었다. 그리고 우리가 다시 서울에서 함께 지내는 모습을 그려보려고 애를 썼다. 녹두 반죽이 기름에 지글지글 지져지고, 고기 패티와 물 - P201

기를 쫙 뺀 굴에서 계란물이 뚝뚝 떨어지는 모습을. 엄마가 너무 늦기 전에 내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설명하면서 우리에게 볼 시간이 앞으로 더 많다고 생각했던 모든 장소를 내게 보여주는 모습을 상상했다. -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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