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저항하는 요새들: 사법부, 예술, 스포츠
권력 남용과 책임 의무의 부재
그러나 여전히 책임의 의무를 거부하는 영역들이 있다. 그곳의악인들은 제지당하고 있지도 않고 해명을 요구받지도 않는다. 법은아직 그들의 행위를 억제하거나 두려움을 주는 역할을 맡지 못하고있으며, 이 사실은 법이 그 영역에 있는 사람들의 행위를 깊이 교화시키지 못하게 만든다. 이제 내가 들여다볼 사람들은 걷잡을 수 없게 된 교만을 앓고 있다. 그들은 타인에게 적용되는 규칙들이 자신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믿는다. 교만은 나쁜 행위를 장려한다. 그리고 제도적 명징함의 부재는 그 교만을 부추긴다. 제도들이 약하기 때문에 우리가 연구할 이 남성들은 이론적으로 적용되는 규칙이 있어도 자기 사건에서는 그것이 집행되지 않으리라는 것이 타당하다고 믿는다. 요새화된 이 교만의 영역은 대개 흔치 않은 재능을 지닌 소수의 사람들이 막대한 돈을 벌어 다른 사람들에게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곳이다. 그들은 대체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보호받는다. CEO는 아주 높은 지위지만 쉽게 교체될 수 있다. 정치인은 문 앞에서 아우성치는 후임자들이 있다. 하지만 재능 있는 스타운동선수나 희소한 예술가, 제도적 이유에 따라 영향력 있는 연방법원 판사들은 그렇지 않다. - P225
세 영역은 각기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개혁되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명징하게 잘 정의된 공공의 규칙과 확고한 집행 절차다. 이러한 개혁들과 함께 보장되어야 할 것은 내부 고발 문화로, 이 내부 고발자들을 보복으로부터 보호할 정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느슨하거나 존재하는지도 분명하지 않았던 집행의 역사를 생각해보면, 대중의 개입이 필요하다. 우리 모두는 예술이든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미디어의 성공에 큰 영향력을 지닌 소비자들이다. 이익추구 과정에서 나쁜 행동에 책임을 지운다면, 교만과 탐욕 사이의 결합은 부서질 수 있다. 다시 말해 남성들이 개혁을 원치 않을지라도, 소비자의 행동이 그들을 바른 방향으로 밀어붙일 수 있다는 뜻이다. - P226
성학대는 스스로 법 위에 존재한다고 여기는 남성들에의해 확장된 권력 남용의 형태다. 오랫동안 여성들은 성학대가 일차적으로는 권력과 권력 남용의 문제이고 성별은 부차적인 것이라주장해 왔다. 동의한다. 진짜 문제는 타인에게 동등한 인간 존재로서 완전한 존중을 표하지 않는 교만과 대상화이다. 이러한 결함은남성이라는 성별과 문화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만연한 권력 구조속에서 남성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구조가 남성만 가해자화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권력의 위계질서 속에서 아래쪽에 자리한 사람들은 학대에 취약하고, 권력자 남성이 동성애 지향을 가졌을 때 그 학대는 성적으로 표출될 수 있다. - P227
6장 교만과 특권 - 연방 사법부
5장에서 언급했듯이, 직장 내 성희롱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다. 직장 문화가 만들어낸 결과이며, 이는 명확한 규정에 의해 방지될 수 있다는 걸 뜻한다. 성희롱은 충분히 억제될 수 있는 범죄다. 사람들은 직장 내 규제들에 예민하기 때문에, 대부분 스스로도바르게 행동하길 원한다. 그래서 규칙이 명료하고 공공연한 경우, 이런 동기들이 자극됨으로써 매우 바람직한 결과를 낳는다. - P239
7장 나르시시즘과 처벌 면제 - 공연 예술
하지만 우리는 정의와 약자의 목소리가 승리했다고 안심할 수 없는 또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어쨌든 이들 모두 경력의 끝물이 되어서야 가해 사실이 폭로되었다는 점이다. 와인스타인은 68세에 불과했지만 병중이었고 잘 걷지도 못했다. 83세였던 코스비는 시각 장애가 있었고 아팠으며 TV 출연경력은 이미 과거의 일이었다. 메트로폴리탄오페라단의 경영진이 1980년 초부터 공공연히 퍼져 있던 그에 대한 루머를 믿기로 결심했을 때 77세의 리바인은 이미 파킨슨병으로 사실상 지휘를 하기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도밍고는 좀 더 복잡했다. 80세였고 신체적으로 왕성했으며 그 나이에도 여전히 관객과 비평가들을 놀라게 할정도로 멋지게 노래했다. 하지만 정확히 언제인지는 몰라도 우리 모두가 그의 활동이 곧 끝나리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도밍고는대중과 직원들에게 자신이 약자라는 인상을 주었다. - P264
그러지 않으면 예술가들의 창의성이 억눌린다는 신화, 천재는 선악을 초월해 있다는 신화. 이 신화는 근본적으로 틀렸다. 세상에는 창작이라는 영역 내에서의 내면적 자유와 그 바깥에서 살아가는방식 사이의 경계를 완벽하게 유지할 수 있는 많은 예술가들이 있다. 하지만 이 신화는 너무도 만연해서 많은 이들에게 자기충족적인 예언이 되어 버릴 수도 있다. 성공을 위해 사회 규범을 깨뜨리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진심으로 믿는 예술가는 규범을 위반하지 않고서는 창조할 수 없는 습관에 물들어 버린다. 흥미롭게도 그 신화라는 것은 압도적으로 남성적 창조성에 관한 것이고, 남성들에 의해서 남성들을 위해 쓰인다. 그 신화가 주로 성적 규범에 관한 것이라는 사실 또한 흥미롭다. 창조적인 존재가 되기 위해 도둑질이나 강도짓을 허용된다고 믿는 예술가는 내가 아는 한 없다. 이는 그저 소수의 재능 있는 남성들이 상습적으로 자신들이 성적 우위에 있으며 다른 사람들의 실재를 인정하지 않는 남성적 교만에 의거해 갈망해온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쓰는 간편한 방법일 뿐이다. - P270
명성은 권력을 가져오고 권력은 추가적인 책임을 함께 가져온다. 도밍고는 그 부주의함과 무책임함에 대해서는 확실히 유죄다. 하지만 정확히 해두자. <워싱턴 포스트》의 말처럼 도밍고의 행동이 ‘약탈적‘이라고 한다면 지나치거나 부정확할 수 있다. 도밍고의 두 번째 성명은 그 공격적인 기사에 대한 반응으로서 나온 것이다. - P305
그리고 뒤투아가 객원지휘자로 있던 탱글우드에서 그의 탈의실에 서류를 가져다주다 추행을 당했던 인턴 행정 직원 앨런은, 절대 그를 혼자 만나지 말라는경고를 너무 늦게 듣고는 이렇게 말했다. "준비된 체계가 있었어요. 다들 ‘혼자 들어가지 말 것‘이라 불렀죠. 그건 마치 ‘저 사람이 들어왔으니 두 사람을 함께 들여보내는 수밖에 없지.‘ 같은 거였어요. ‘그 사람을 다시는 고용하지 않을 거야.‘가 아니었죠." 그 ‘경계하기‘가 설령 가해자의 가해를 막는다 하더라도(막을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경계하기‘를 알리는 것이 필수적이라고는 보이지않는다. 그 자체가 ‘적대적인 근무 환경‘을 만드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가해에 대응하는 정교한 예방책들 없이는 맡은 일을 해낼 수 없는 것이다. - P311
단테의 시는 연옥에 있는 몇 안 되는 교만한 자들을 보여 준다. 연옥에 닿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자신의 나쁜 행위들을 인정하고 자비를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옥에 머무는 시간은 길고 고되며, 그곳에 온 교만한 자들은 진심을 다해 자신의 성격적 특성을 극복하려 애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만 한다. 이것이 교만한 사람들에게 의미하는 바는 무엇보다도 타인의 말을 동등한 이가말하는 것으로 듣고 그들에게 존중을 표해야 한다는 뜻이다. - P315
8장 남성성과 부패 - 병든 대학 스포츠 세계
그러나 미식축구는 조금 다르다. 그 야수 같은 힘이나 누군가와 세게 부딪쳐야 하는 능력이 최고로 인정받으며 다른 선수의 머리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는 것이 미덕이다. 나는 미식축구에 품위와 스피드, 민첩함과 팀워크 같은 훌륭한 특성들이 있다는 것을 절대 부인하지는 않는다. 훌륭한 주자였던 시애틀의 선수 마션 린치가 자기 길을 막아선 모든 선수들을 이기고 달릴 수 있었던 것을 보면 순전한 결의 속에서 계속 나아가는 존경할 만한 유의 투지도 엿보인다. 태클도 기술이기 때문에 단순히 무게나 맹렬한 힘만으로는절대 성공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스포츠가 결국 젊은 층에게 통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힘과 지배가 전부라는 조금해로운 메시지를 전할 수밖에 없다. - P323
미식축구와 농구의 D-I은 다른 종목보다 제도적 부패가 심하다. D-I 스포츠에는 당연히 학업에 관련한 부패도 있고 섹스 스캔들도 종종 일어난다. 283이 두 가지 병폐는 거대 자본의 기업 자금과학계의 결탁과 연관되어 있으며, 남성성이라는 이미지를 전국적차원에서 형성한다. 나는 재능에 대한 경쟁 시장과 개별 선수들에대한 지불을 동반하는 프로 선수 기용 시스템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이것이야말로 마이너리그 제도가 오랫동안지켜 온 것이고, 이 제도에는 현재 구조에 대한 최선의 대안 방식으로서 내가 강조하는 투명성과 규칙성이라는 미덕이 있다. 곧 살펴보겠지만, 현재 대학의 문제는 기업 자금이 비밀리에 운용되며 기업 주체가 학계에 필수불가결한 부분이라는 구실로 작동하면서 학교임원들이 어떤 시도나 통제도 할 수 없게 만든다는 점이다. 급여또한 개별 운동선수들에게 가지 않는다. 선수들은 제도에 지배되고 착취당하는 볼모이면서도 자신들이 저지른 비행은 숨겨지는 이들을 취한다. - P334
8장에서는 성폭력을 넘어서는 이야기들을 다루면서 교만과 탐욕에 의해 추동되어 오래도록 학문적, 사회적, 성적인 삶을 효과적으로 타락시켜 온 거대한 부패 기업들을 해체하는 데 찬성하는 논지를 펼쳤다. 하지만 계속 말해 왔듯이 성학대는 권력 남용으로부터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는 문제다. 법과 규정을 효과적으로 집행하고 낡은 구조를 새것으로 대체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부패한 권력구조를 해체할 때에야 성학대는 사라질 것이다. 개혁은 실패했지만, 미래를 위한 좋은 모델은 존재한다. 우리는 이제 서둘러 지금까지와는 다른 일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 P374
결론. 나아갈 길 - 악의 없는 책임의 의무, 굴복 없는 너그러움
이 책은 성적 대상화와 성학대에 대한 것이다. 하지만 더 큰 의미에서 이 책의 주제는 ‘교만‘이라는 악이다. 자기 자신이 타인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습관적인 경향과, 다른 사람들은 사실상 의미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전제 아래 온전한 자율권을 부정하며 타인의목소리를 무시하는 경향 말이다. 권력의 남용은 여러 형태를 띤다. 여성들에 대한(더러는 다른 남성들과 남자아이들에게 가해지는)남성들의 성적 지배는 교만에서 비롯된 지배 구조의 구체적 형태다. 이는 인종적 교만에 의한 왜곡된 지배 구조와 악덕으로 가득한이 세계의 다른 교만과는 차이가 있다. 내 작업은 각기 다른 형태의지배들을 비교하고 추적하기보다 미국의 최근 역사 속에 존재하는한 가지 형태에 집중하는 것이었고, 그 사태에 대해 무엇을 해왔고또 무엇을 더 해야 하는가를 묻는 일이었다. - P378
정당화된 비난과 끝없는 경계의 시대에 나는 페미니스트들이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사람들이 되어야만 한다고 믿는다.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주기 바라는 여성들처럼, 우리는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기로 마음먹어야 한다. 우리에게 동의하거나 어쩌면 동의하지 않는 남성들의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 행실이 좋았던 이들과 안 좋았던 이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상상력의 문화인 대화의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인간의 잠재력을 존중하는 문화 속에서 우리는 듣고 귀 기울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잠재성이라는 것은 눈으로 볼 수 없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에 우리는 실천하는 믿음의 사람들이 되어야 하며, 어느 정도는 아직 정당하지도 않고 - P390
정당화될 수도 없는 신뢰를 가져야 한다. 이성이 지지해 줄 희망이 없는 곳에서도(사실 희망은 언제나 이성에 의해 완벽하게 지지받지 못한다.) 페미니스트들은 희망하는 사람들이 되어야만 한다. 상호성과 자율성의 존중이 점차 교만을 쫓아내면서 오랫동안 지배에 기반을 두었던 여성과 남성의 관계가 링컨이 "새로운 자유의 탄생" 이라고 일컬었던 것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을 가져야 한다. 그 새로운 자유만이, 그리고 그 사랑만이 정의롭고 지속되는평화를 진정으로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 P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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