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물려주긴 했어도 상속의 가치를 반은 없애버리는 조건을 달았던 것이다. 대시우드씨는 본인이나 아들이 아니라 아내와 딸들을 위해서 영지를 원했던 것인데, 아들과 네 살짜리 손자한테 그 재산이 묶여버리는 바람에 그에게 가장 소중하며 부양이 가장 필요했던 아내와 딸들에게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게 되었다. 그 재산을 담보로 차용도 일절 할 수 없었고, 값나가는 숲도 처분할 자격이 없었다. 재산은 통째로 손자아이의 것으로 묶인 것이다. 이 아이는 자기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때때로 노어랜드를 방문하여 종증조할아버지의 사랑을 담뿍얻었더랬다. 두세 살짜리 애들이라면 으레 가지고 있는 매력을 발휘했던 것인데, 이를테면 혀가 잘 돌아가지 않아서 혀짤배기 소리를 한다거나, 막무가내로 떼를 쓴다거나, 깜찍한 장난을 쳐댄다거나, 엄청나게 시끄럽게 군다거나 하는 것으로, 이 노신사가 여러 해에 걸쳐서 조카며느리와그 딸들에게서 받아온 그 모든 정성을 무색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야박하게 굴 생각은 아니어서, 이 세 손녀딸들에 대한 사랑의 표시로 각각 천 파운드씩을 남겨주었다. - P11
"그렇게 생각한다고 봐요. 저희 아버지만 해도 부인이두 분이었는데, 그런 아버지는 어쩌라고 저러는지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몇 년 지나면 상식과 관찰에 제대로 토대를 두고 생각을 정리하겠지요. 그때는 쟤 생각을 정의하고정당화하기가 지금보다는 더 쉬워지지 않을까 해요. 본인만 빼놓고 누가 보아도 말이지요."
"그렇게 되기 십상이겠지요." 하고 그가 대꾸했다. "그렇지만 젊은 시절의 편견에는 무언가 사랑스러운 것이 있어서 그걸 포기해 버리고 좀더 일반적인 생각을 받아들이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는 합니다."
"그 점에는 동의하지 못하겠는데요." 하고 엘리너가 말했다. "메리앤의 것과 같은 감정에는 불편한 점들이 수반되거든요. 세상에 대한 열정과 무지가 주는 온갖 매력도그걸 보상할 수 없어요. 쟤는 체질상 예의범절을 깡그리무시해 버리는 경향이 있어요. 전 그건 안 좋다고 봐요.
세상을 더 잘 알게 되는 것이 내가 쟤한테 기대하는 바랍니다. 그게 가장 도움이 될 거예요."
잠시 뜸을 들이다가 그는 이렇게 말하면서 그 대화를 다시 시작했다.
"동생분은 두 번째 사랑에 반대하면서 아무런 구별을 두지 않습니까? 이를테면 누구한테나 똑같이 잘못인 건가요? 상대방이 변심한다거나 여건이 여의치 않아서 첫 번째 선택에서 좌절을 겪은 경우에도 남은 생애를 살면서 사랑을하면 안 된다는 건가요?"
"아이, 전들 재 속마음을 속속들이 다 알 순 없지요. - P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