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바로 이게." 빠른 걸음으로 방을 가로질러 걸으며 다아시가 외쳤다. "저에 대한 당신의 견해로군요! 바로 이게 저에 대한 당신의 평가고! 그렇게 충분히 설명해 주셔서 고맙군요. 그 평가에 따르면 제 잘못은 참으로 무겁군요! 하지만 어쩌면," 그가 걸음을 멈추고 그녀 쪽으로돌아서면서 덧붙였다. "당신은 그런 잘못을 눈감아 줄 수있으셨을지도 모르지요. 제가 만일 여러 이유 때문에 진지하게 청혼을 고려할 수 없었다는 걸 솔직히 고백해서 당신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지만 않았더라도 말입니다. 제가 만일 짐짓 제 심적 갈등을 감추고 얘기하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제가 이성적으로 따져봐도 깊이 성찰해 봐도 나무랄데 없이 완벽한 사랑에 입각해 청혼하는 거라고 믿게끔 당 - P272

신의 비위를 맞춰드렸더라면, 이런 신랄한 비난은 안 나왔을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저는 어떤 종류의 가식도 혐오합니다. 제가 말씀드린 여러 감정에 대해서도 부끄럽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그건 자연스럽고 정당한 것이었습니다. 제가 당신 집안이 열등하다는 사실을 기뻐할 거라고 기대할수 있으십니까? 저보다 신분이 확실하게 낮은 사람들과 인척 관계를 맺는다고 춤이라도 출 줄 아셨나요?"
엘리자베스는 그의 말을 듣는 매순간 더욱더 화가 치밀어오르는 느낌이었으나 침착하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말했다.
"잘못 아셨습니다. 다아시 씨. 좀 더 신사다운 태도를 보이셨더라면 청혼을 거절할 때 미안한 감정을 느꼈을지도 모르겠지만, 당신의 태도 덕분에 그런 미안함을 안 느껴도되었던 것 말고, 무슨 다른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생각하신다면 오해십니다."
그녀는 그가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라는 것을 보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녀가 계속했다.
"당신이 어떤 태도로 청혼을 하셨다 해도 그걸 받아들이고 싶은 마음이 들지는 않았을 거예요."
그가 또다시 놀라는 것이 분명했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과 억울해하는 표정이 뒤섞인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계속했다. - P273

이제 그녀는 자기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다아시를생각하든 위컴을 생각하든 자기가 눈이 멀었고 편파적이었으며 편견에 가득 차고 어리석었음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내 행동이 그렇게 한심했다니!" 그녀는 외쳤다. "변별력에 대해서만큼은 자부하고 있던 내가! 다른 건 몰라도똑똑하긴 하다고 자랑스러워하던 내가! 때때로 언니가 너무 너그럽고 솔직하다고 비웃으면서 쓸데없이 남을 의심함으로써 허영심을 만족시켰던 내가! 이제야 깨닫다니 얼마나 창피한 일인가! 하지만 창피해하는 게 당연하지! 사랑에 빠져 있었다 해도 이보다 더 기막히게 눈이 멀 수는 없었을 거야. 그렇지만 그건 사랑이 아니라 허영심이었어. 처음 만났을 때 한 사람은 나를 무시해서 기분이 나빴고, - P293

다른 한 사람은 특별한 호감을 표시했기 때문에 기분이 좋아서, 난 두 사람에 관해서는 선입관과 무지를 따르고 이성을 쫓아낸 거야. 지금 이 순간까지 난 나 자신에 대해 모르고 있었던 거야." - P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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