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나서 가드너 부인은 엘리자베스가 위컴한테 차였다고 놀리면서 그래도 잘 받아들이고 있다고 칭찬했다.
"그런데, 엘리자베스." 그녀가 덧붙였다. "킹 양은 어떤 아가씨지? 우리의 친구가 돈만 밝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은데."
"근데, 외숙모, 결혼에 있어서 돈만 밝히는 것과 신중한 것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 거죠? 신중함이 끝나는 지점은 어디고 탐욕이 시작되는 지점은 어딘가요? 지난 크리스마스엔 그 사람과 제가 결혼하게 될까 봐 걱정하셨잖아요. 경솔한 일이라고요. 그런데 지금은 겨우 만 파운드의 재산을 가진 아가씨와 결혼하려 한다고 그가 돈만 밝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싶어하시잖아요."
"킹 양이 어떤 사람인지만 말해 주면 내가 알아서 판단할게."
"상당히 좋은 아가씨일 거예요. 아마. 나쁜 얘기는 못들어봤어요."
"그렇지만 조부의 별세로 그녀가 그만한 재산을 상속받기 전엔 그 사람이 그 아가씨에게 아무런 관심도 안 보였잖아."
"그건 맞아요. 그렇지만 왜 관심을 보였어야 하죠? 제게 돈이 없어서 그이가 제 애정을 구해서는 안 되는 거였다면, 좋아하지도 않고 저처럼 돈도 없던 여자에게 구애를 할 이유가 어디 있어요?" - P219

"제 생각엔 백작의 차남이라면 그 어느 쪽에 대해서 그다지 아는 게 없으실 것 같은데요. 자, 솔직하게 말씀해보세요. 자기 부정과 의존의 생활에 대해 도대체 뭘 알고계시는지? 돈이 없어 가고 싶은 곳에 못 가보신 적이 있으시나요? 아니면 갖고 싶었는데 못 가지신 게 있거나?"
"정곡을 찌르시는군요. 제가 그런 곤란을 많이 겪었다고 할 수는 없겠지요. 그러나 좀 더 중대사에선 돈이 없어서 고통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장남이 아니면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게 불가능하니까요."
"상대방이 재산을 가진 여성이 아니라면 그렇겠지요. 실제로 그런 분들은 대개 재산을 가진 여성을 좋아하는 것같기도 하고요."
"소비 습관도 우리를 지나치게 의존적으로 만들지요. 그렇기 때문에 저 같은 처지의 사람이면서 돈 문제를 웬만큼 고려하지 않고서도 결혼할 여유가 있는 사람은 별로 많지않습니다."
‘이건,‘ 엘리자베스가 생각했다. ‘나를 두고 하는 말일까? 그리고 그 생각에 얼굴을 붉혔다. 그러나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쾌활한 어조로 말했다. "그렇다면 백작의 차남은 보통 값이 얼마쯤인데요? 장남이 아주 병약하지 않다면, 5만 파운드 이상은 요구하지 않을 거로 봅니다만." - P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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