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이나 오만 같은 것 말씀이군요." "맞았어요. 허영은 진짜 결점입니다. 그러나 오만은・・・・・・ 진정으로 뛰어난 지성의 소유자라면 늘 그것을 잘 통제하기 마련이고, 그건 오만이라기보다 자긍심이라고 해야하겠지요." 엘리자베스는 미소를 감추기 위해 돌아섰다. "다아시 씨에 대한 검토가 끝나신 것 같은데요." 빙리 양이 말했다. "제발 좀 결과를 가르쳐주세요." "검토 결과 저는 다아시 씨에게는 아무런 결점도 없다는 사실을 절대적으로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다아시 씨 스스로도 감추지 않고 인정하고 계시고요." - P84
그들의 호기심을 부추겨 잠시 동안 즐거움을 누린 뒤, 그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내가 한 달 전쯤 이런 편지를 받았거든. 그리고 보름 전쯤 답장을 보냈지. 내 보기엔사안이 다소 미묘한 것인 데다가, 빠른 회답을 요하는 것이기도 했거든. 내 친척인 콜린스 씨가 보낸 편진데, 그사람은 마음만 먹으면 내가 죽는 즉시 당신과 아이들을 모두 이 집에서 쫓아낼 수도 있잖소." "아이고, 여보!" 그의 아내가 외쳤다. "그 얘기라면 저는 도저히 가만히 듣고 있을 수가 없어요. 제발 그 가증스러운 사람에 대해선 말도 꺼내지 마세요. 세상에 당신의재산을 당신 자식을 빼놓고 한정 상속시켜야 하는 것보다더 가혹한 일은 없을 거예요. 제가 만일 당신이라면 틀림 - P89
없이 벌써 무슨 수를 썼을 거예요." 인제인과 엘리자베스가 어머니에게 한정 상속의 성격상 무슨 수를 쓰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설명해 주려고 시도했다. 전에도 종종 그런 시도를 하긴 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베넷 부인에게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문제였다. 따라서 그녀는 다섯 명의 딸을 가진 가족에게서 재산을 빼앗아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에게 물려주는 일이 얼마나 잔인한지에 대해 계속해서 원망을 늘어놓았다. - P90
그러나 다과를 나눌 시간이 되었을 때에는 그 정도 재미로 충분하다 싶었으므로, 베넷 씨는 선선히 손님을 다시응접실로 인도했다. 그리고 다과가 끝나자 역시 선선히 그에게 숙녀들을 위해 책을 읽어달라고 청했다. 콜린스 씨는선뜻 그 청을 받아들였고, 그에게 책 한 권이 주어졌다. 그러나 그는 그 책을 보는 순간 놀라 물러서며(어느 모로보나 순회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이 틀림없었던 것이다.), 자신은 소설은 읽지 않는다며 양해를 구했다. 키티는 그를 빤히 쳐다보았고, 리디아는 놀라움의 탄성을 질렀다. 다른책들이 건네졌고, 약간의 심사숙고 끝에 그는 포다이스의설교집 (James Fordyce의 『젊은 여성을 위한 설교』(1766) 옮긴이)을 골랐다. 리디아는 그가 책을 펼쳐들자 곧 하품을했고, 그가 대단히 단조롭고도 엄숙한 목소리로 채 세 쪽도다 읽기 전에 다음과 같은 말로 그의 낭독을 중단시켰다. - P99
"다아시 씨, 언젠가 당신이 용서를 잘 못하는 성격이라고, 일단 화가 나면 안 누그러지는 성격이라고 말씀하셨던 게 기억나는데요, 그렇다면 화를 낼 때는 아주 신중하게 내시는 거겠죠?" "물론입니다." 그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결코 편견에 눈이 어두워지지 않도록 하시고요?" "그러기를 바랍니다만." "자신의 견해를 절대 바꾸지 않는 사람들은 처음에 판단을 잘해야 할 특별한 의무가 있지요." "어떤 의도로 이런 질문을 하시는지 여쭈어봐도 될까요?" - P135
베넷 부인이 벨로 하인을 불러 엘리자베스 양을 모셔오라고 했다. "어서 오너라. 얘야." 그녀가 나타나자 아버지가 큰 소리로 말했다. "중요한 일로 너를 불렀다. 콜린스 씨가 네게 청혼한 걸로 아는데 그게 사실이냐?" 엘리자베스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좋다. 그런데 그 청혼을 거절했단 말이지?" "그랬어요, 아버지." "좋다. 이제 진짜 중요한 이야기를 할 차례다. 네 어머니께서는 네가 그 청혼을 수락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계신다. 그렇지 않소, 여보?" "그럼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다신 저 애를 보지 않겠어요." "아주 불행한 선택이 네 앞에 놓여 있다. 엘리자베스. 오늘 이후로 너는 부모 중 한 사람과 남남이 되어야 한다. 네가 콜린스 씨하고 결혼을 하지 않으면 어머니가 너를 다시는 안 볼 것이고, 만일 네가 그 사람하고 결혼을 한다면내가 다시는 너를 보지 않겠다." 엘리자베스는 아버지가 시작과는 딴판으로 이야기를 끝내는 것을 보고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남편이 문제를 자신과 똑같이 생각하고 있다고 믿고 있던 베넷부인은 엄청나게 실망을 했다. - P161
콜린스 씨는 똑똑한 사람도, 함께 있기에 즐거운 사람도 분명 아니었다. 그와 함께 있으면 지루했고, 그녀에 대한 그의 애정도 상상 속에나 존재하는 것임에 틀림없었다. 그렇지만 어찌 됐든 그녀는 남편을 갖게 될 것이었다. 남자나 혼인 관계 그 자체를 중시한 것은 아니었지만, 결혼은언제나 그녀의 목표였다. 좋은 교육을 받았지만 재산이 없는 아가씨에겐 오직 결혼만이 명예로운 생활 대책이었고, 결혼이 가져다줄 행복 여부가 아무리 불확실하다 해도 결혼만이 가장 좋은 가난 예방책임이 분명했다. 이제 마침내 그 예방책을 손에 넣은 것이니 스물일곱의 나이에 한 번도 예뻐본 적이 없는 여자로서는, 이번만큼은 정말 운이 좋았다고 느꼈다. 이번 일에서 가장 마음에 걸리는 건 누구보다도 소중한 친구인 엘리자베스 베넷이 경악할 거라는 사실이었다. 엘리자베스는 놀랄 것이고 그녀를 나무랄 것이었다. 그렇다고 결심이 흔들리지는 않겠지만 마음에 상처를 받을 것이 틀림없었다. 그녀는 자기가 직접 엘리자베스에게 이 사실을 전하기로 마음먹고 콜린스 씨에게 저녁 식사 시간에 롱본에 돌아가더라도 베넷 집안 어느 누구에게도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말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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