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턴

시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요, 헤이우드 양, 번스가 메리에게 쓴 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 정말이지, 대단한 비장미가 있죠! 감수성이라면 번스예요. 몽고메리에게는 시의 불꽃이 있고, 워즈워스에게는 시의 영혼이 있어요. 캠벨은 <희망의 기쁨>에서 감각의 극치를 보여주죠. 예를 들어 ‘천사의 방문처럼 드물고 드문드문‘ 같은 구절 말이에요. 이보다 더 저항할 수 없고, 마음을 녹이는 구절을 생각할 수 있습니까? 정말이지 깊고 숭고하지요? 하지만 번스는, 헤이우드 양,
최고예요. 스콧의 단점이라면 열정이 없다는 거죠. 부드럽고, 우아하고, 묘사에 능하지만 힘이 약해요. 저는 여성의 매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사람을 경멸합니다. 물론 가끔씩 감정의 섬광이 번쩍할 때도 있죠. 예를 들어 아까 말한 ‘아! 편안한 나날의 여인이여∙∙∙∙∙∙‘ 같은 것 말이에요. 하지만 번스는 언제나 불같아요. 그의 영혼은 사랑스런 여인이 모셔진 제단이에요. 그의 가슴에는 그 여인에게 바치는 영원한 향불이 피워져있어요."
"번스의 시는 저도 여러 편 읽었고, 또 좋아해요." 말할 틈이 생기자 샬럿은 재빨리 입을 열었다. "하지만 저는 시와 시인을 - P235

완전히 분리할 정도로 시적이지 못해요. 번스의 부정한 행실이 시 감상을 방해하죠. 시인이 느낀 사랑의 진실성을 믿기 어려우니까 시에서 표현된 사랑의 진정성도 믿지 못하겠어요. 그사람은 사랑을 느끼고, 시로 표현하고, 그러고는 잊어버렸죠."
"아! 아니, 아니죠." 에드워드 경은 무아지경에 빠진 듯 소리쳤다. "그 사람은 열정과 진실로 충만해요! 워낙 천재인 데다 감수성이 뛰어나다 보니 실수도 했죠. 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있나요? 그렇게 고결한 천재에게 일반인의 비굴함을 기대하는 것은 과도한 비난이고 가짜 철학이에요. 남자의 가슴속에 들끓는 열정에서 솟아난 재능의 광휘는 산문적 삶이 요구하는 예절에 부합하지 않을지 몰라요. 가없는 열정의 지고한 충동에서 터져 나온 남자의 말과 시, 그리고 그의 행위는, 사랑스러운 헤이우드 양 당신은, 아니, 이 세상 어느 여성도 제대로 평가할 수 없을 겁니다."
그의 말은 매우 유려했다. 하지만 샬럿의 생각으로는 별로 도덕적이지 못했다. 게다가 자신에 대한 이상한 찬사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진중하게 대답했다. "저는 그런 건 잘 몰라요. 정말 날씨가 좋네요. 남풍이 부는 것 같아요."
"헤이우드 양의 관심을 끌다니, 참 행복한 바람이네요."
그녀는 그가 정말 바보 같다고 생각했다. 그가 자신과 함께 걸은 이유도 알게 되었다. 브레러턴 양을 자극하기 위한 것이었다. 한두 번의 초조한 듯한 그의 곁눈질에서 샬럿은 그것을 읽었다. -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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