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냐 외삼촌

숲을 가꾸는 아스트로프 의사 선생

아스트로프 이탄을 연로로 쓰고, 돌로 헛간을 지으면 되잖아. 뭐, 필요하다면 숲을 벌목할 수도 있어. 하지만 무엇 때문에 숲을 파괴하려는 거지? 러시아의 숲은 도끼 때문에 찢겨져나가고, 엄청난 수의 나무가 죽어가고 있어요. 길짐승과 날짐승의 집은 황폐화되고, 하천은 말라가고 있고, 기막힌 풍경은 돌이킬 수 없이사라지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게으른 인간이 몸을 숙여 땅에서 땔감을 주워 올릴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엘레나 안드레예브나에게) 그렇지 않습니까, 부인? 이렇게 아름다운 걸난로에서 태워버리고, 창조할 수 없는 것을 파괴하는 것은 무분별한 야만인이나 하는 짓이에요.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증가시키려고 인간은 이성과 창조력을 부여받았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인간은 창조가 아니라, 파괴만 일삼아 왔습니다. 숲은 점점줄어들고, 강은 말라가고, 야생동물은 사라지고, 기후는 망가져버렸습니다. 그래서 나날이 대지는 점점 더 빈곤하고 추해지고 있는 겁니다. (보이니쓰키에게) 자넨 나를 빈정거리는 눈 - P485

으로 바라보고, 내가 하는 모든 말은 자네한텐 대수롭지 않을 거야, 그리고...... 그리고 사실 이것은 별난 짓일 수도 있어. 그러나 벌목으로부터 내가 구한 농부들의 숲을 지나갈 때나, 혹은 내두 손으로 심은 어린 숲이 사각사각 하는 소리를 내는 걸 들을때면 기후도 어느 정도 내 수중에 있으며, 또 천년 후 사람이 행복해진다면, 나도 거기에 다소 기여했을 것이란 사실을 의식하게 되지. 자작나무를 심고, 나중에 그것이 푸르러져서 바람에 흔들리는 걸 볼 때면, 내 영혼은 자긍심으로 충만해지곤 해. 그래서 나는...... (쟁반에 보드카 잔을 가져온 일꾼을 보고 나서) 하지만...... (마신다) 가야겠어. 아마 이 모든 게 결국은 별난 것이겠지. 안녕히 계세요! (집 쪽으로 걸어간다) - P486

보이니쓰키 이제 비가 지나가면 자연의 모든 것은 원기를 되찾고가볍게 숨을 쉴 테죠. 우레 비로도 나 혼자만이 원기를 회복하지못합니다. 내 인생은 돌이킬 수 없이 상실되었다는 생각이 낮이고 밤이고 간에 집 귀신처럼 나를 질식시키고 있어요. 과거는 없다. 그것은 하잘것없는 것들에 어리석게 소모되었고, 현재는 나의 어리석은 생각 때문에 겁이 납니다. 바로 그것이 나의 인생이고 사랑입니다. 그것들을 어디로 보내야 합니까? 그것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구멍으로 떨어진 햇살처럼 나의 감정은 헛되이죽어가고 있으며, 나 자신도 죽어가고 있습니다.……………… - P495

보이니쓰키 (소냐에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얘야, 몹시괴롭구나! 내가 얼마나 괴로운지 네가 알아준다면!
소냐 어떻게 하겠어요. 살아야죠!

사이.

바냐 외삼촌, 우리 살도록 해요. 길고도 긴 숱한 낮과 기나긴 밤들을 살아나가요. 운명이 우리에게 보내주는 시련을 참을성 있게 견디도록 해요. 휴식이란 걸 모른 채 지금도 늙어서도 다른사람들을 위해 일해요. 그러다가 우리의 시간이 오면 공손히 죽음을 받아들이고 내세에서 말하도록 해요. 우리가 얼마나 괴로웠고, 얼마나 울었는지, 그리고 얼마나 슬펐는지 말이에요. 그러면 하느님이 우릴 가엾게 여기실 테고, 저와 외삼촌, 사랑하는외삼촌은 밝고 아름다우며 우아한 삶을 보고 우리는 쉬게 될 거예요. 지금 우리의 불행을 감동과 미소로 뒤돌아보면서 우린 쉬게 될 거예요. 전 믿어요. 외삼촌. 뜨겁고 열렬하게 믿어요.………….(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그의 두 손에 놓는다. 지친 목소리로) 우린 쉬게 될 거예요!

텔레긴이 나직하게 기타를 연주한다.

우린 쉬게 될 거예요! 우리는 천사들의 소리를 듣고, 온통 다이아몬드로 뒤덮인 하늘을 볼 것이며, 지상의 모든 악과 우리의 모든 고통이 온 세상을 가득 채우고 있는 자비 속으로 가라앉는보게 될 거예요. 그러면 우리 인생은 애무처럼 고요하고 부드러우며 달콤해질 거예요. 저는 믿어요. 믿습니다....... (손수건으로 그의 눈물을 닦아준다) 불쌍하고 또 불쌍한 바냐 외삼촌. 울 - P545

고 계시군요....... (눈물을 글썽이며) 외삼촌은 인생에서 즐거운일이라곤 모르셨죠. 하지만 기다려 보세요. 바냐 외삼촌. 기다려요....... 우린 쉬게 될 거예요....... (그를 끌어안는다) 우린 쉬게될 거예요!

야경꾼이 딱따기를 친다. 텔레긴이 나직하게 기타를 연주한다. 마리야 바실리예브나는 팸플릿 여백에 메모를 한다. 마리나는 양말을 뜨고 있다.

우린 쉬게 될 거예요! - P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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