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3년 조선 전역. 상대성이론 강연회
1923년 여름, 이여성, 한위건의 주도로 조선유학생학우회가 조선 전역을 순회하며 개최한 ‘상대성이론‘ 강연의 열기는 대단했다. 7월 7일 부산항에 도착한 당일, 부산 강연(500명)을 시작으로, 8일 마산(300명), 9일 진주(800명), 10일 밀양(300명) 강연을 성황리에 마치고, 공주와 청주를 거쳐 무려 1,000여 명이 참석한 14일 수원 강연 후 15일 서울에 도착한다. 연일 강행군으로 진행된 이들의 강연이 순조롭기만 한 것은 아니었 다. 대구에서 이여성이 시국 강연을 하고 있을 때, 경찰이 들 어와 해산을 명하고 이여성은 체포되었다. 그들의 강연은 곳곳에서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 P99
특히 최윤식의 상대성이론 강연은 어려웠지만, 청중은 끝까지 경청했다. 7월 17일의 인천 강연을 기록한 《동아일보》 기사는 짠하기까지 하다.
세 시간 동안을 계속한 최윤식씨의 강연은 첨부터 끗까지 수학 공식으로 발견되여 나갓슴으로 수학 지식이 잇는 사람에게는 그리 어렵지 안타 하나 대부분은 역시 알어듯지 못하는 헛정성만 보엿다. 그러나 텅중의 대부분을 뎜령한 학생들이 끗끗내 필긔를 계속함은 보는 사람과 말하는 사람으로 하야금 저윽히 마음을 진덧게 하엿다.
강연은 계속되어 18일 개성(500명), 19일 연백(600명)을 거쳐, 20일 해주와 21일 사리원, 22일 평양, 24일 진남포, 25일 정주, 26일 최윤식의 고향 선천에서의 마지막 회에 이르기까지 거의 한 달간 조선 전역을 달구었다. - P101
이 흐름은 1930년대까지 이어졌다. 1932년 11월 《동광》에 한 익명의 기고자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영국 과학자 에딩턴의 책 《공간• 시간•인력》을 읽어보라고 추천한다. 제1차 세계 대전에서 영국과 독일은 맞서 싸웠지만, 평화론자로 병역거부까지 했던 에딩턴은 적성국 독일의 아인슈타인 이론을 적극 받아들였다. 아인슈타인 역시 전쟁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에딩턴이 일식 관측을 통해 상대성이론으로 예측한 빛의 중력 굴절을 증명한 데는 이러한 배경이 있었다. 에딩턴의 1923년 저서 《공간• 시간•인력》은 상대성이론을 설명하는 최신 도서였다. 익명의 기고자는 이 책을 《동광》에 소개하며 이렇게 마무리한다.
"웨 권하느냐고요? 조선 사람은 과학을 등한히 하니 그 폐를 교정하자는 것과 무엇보다도 시대에 낙오되지 말어야지오."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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