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장 내가 죽었는지 아는 법 - 심장이 뛰는 사체들, 산 채로 매장된 사람들 그리고 영혼에 대한 추적

중환자실 담당자들은 심장이 뛰는 사체가 지니는 모순 때문에 감정적으로 혼란을 겪을 수도 있다. 이들은 장기회수가 있기 전 며칠 동안 H 같은 환자들을 살아 있는 것으로 생각해야 할 뿐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으로 보살피고 치료해야 한다. 24시간 내내 지켜보면서 이 사체들의 ‘목숨을 유지시켜주는‘ 활동에 나서야 한다. 뇌가 혈압과 호르몬 양을 조절하지 못하고 혈류 속으로 호르몬을 내보내 지도 못하기 때문에, 장기들을 정상상태로 유지시키는 일은 중환자실 담당자들이 대신 해주어야 한다.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교 의과대학 의사들 팀은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 실린 ‘장기회수의 심리적 윤리적 영향‘이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은 관찰결과를 내놓았다.
"중환자실 인원들은 사망진단이 내려진 환자에게는 심폐소생술 을 실시하면서도, 그 바로 곁 침상에 ‘소생시키지 말 것‘이라는 지시사항이 붙은 환자가 있을 때 혼란을 느낄 수 있다." - P191

심장이 뛰는 사체를 두고 사람들이 느끼는 혼란은 죽음을 정확히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또 정신이 - 영혼이, 기가, 또는 뭐라고 이름을 붙이든 그것이 - 사라지고 오로지 시체만이 남는 정확한 순간을 어떻게 집어낼 것인가 하는 문제를 두고 수 세기 동안 이어져 내려온 혼란의 연장선이다. 뇌의 활동을 측정할 수 없었던 시절에는 심장이 멈추는 순간을 죽음의 순간으로 여겼다. 실제로 뇌는 심장이 피 보내는 일을 멈춘 순간부터 6~10분 정도 더 살아 있지만 그것은 필요 이상으로 정밀하게 따지는 것이고, 대부분의 경우 심장의 활동정지를 기준으로 하는 정의로 충분했다.
문제는 수 세기 동안 심장이 박동을 멈췄는지 아니면 잘 들리지 않을 뿐인지를 확실하게 분간할 수 없었다는 사실이다. 청진기는 1800년대 중반에 들어서야 발명되었고, 그나마도 초기에는 귀에다 대는 나팔 모양의 확성기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익사나 심장발작, 특정 유형의 약물중독같이 박동이 특히 약한 경우에는 아무리 꼼꼼 한 의사라 해도 분간이 힘들었고, 그래서 환자들은 실제로 목숨이 다하기도 전에 장의사에게 보내질 위험을 안고 있었다. - P192

법조계에서 뇌사 개념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의사들보다 시간이 좀더 걸렸다. 돌이킬 수 없는 혼수상태‘를 사망의 새로운 기준으 로 삼고, 그럼으로써 장기이식의 윤리적 문제를 일소한 ‘뇌사의 정의를 조사하기 위한 하버드 의과대학 임시위원회’ 보고서가 《미국 의학협회지>에 실린 것은 1968년이었다. 그리고 법률은 1974년이 되어서야 그 뒤를 따랐다. 이 문제가 대두된 계기는 캘리포니아 주 오클랜드에서 있었던 이상한 살인사건 재판이었다.
살인범 앤드루 라이온스는 1974년 9월에 한 남자의 머리에 총을 쏘아 뇌사상태로 만들었다. 라이온스의 변호사는 피해자의 가족이 피해자의 심장을 장기이식에 기증했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라이온스의 변론에 이용했다. 피고측은 만일 수술 동안 심장이 계속 뛰고 있었다면 라이온스가 그 하루 전날에 어떻게 그를 죽일 수 있었겠 느냐고 주장했다. 배심원들 앞에 선 그들은 엄밀히 말해 그를 살해 한 사람은 앤드루 라이온스가 아니라 장기회수를 맡은 외과의사라고 설득했다.
심장이식의 선구자로서 그 사건에서 증언한 스탠포드 대학교의 노먼 섬웨이에 따르면, 판사는 피고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판사는 배심원들에게 일반적인 사망의 판단기준은 하버드 위원회가 정한 것임을 알려주면서, 그 기준으로 평결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희생자의 뇌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지의 표현대로, "두개골에서 스며나오는" 사진 역시 라이온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라이온스의 살인죄가 확정되었다. 캘리포니아 주는 이 재판의 결과를 바탕으로 뇌사를 법적 사망기준으로 하는 법을 도입했다. 다른 주들도 이내 뒤따랐다. - P212

사람들은 이성적인 차원에서는 대체로 뇌사와 장기이식이라는 개념을 잘 받아들인다. 그러나 감정적인 차원으로 가면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특히 가족의 뛰고 있는 심장을 꺼낼 수 있게 허락해달라는 장기이식 상담자를 만날 때에는 더욱 어렵다. 환자의 가족 54퍼센트가 거절한다고 한다. 오즈는 말한다.
"그게 아무리 불합리한 생각이라 해도, 그들은 심장을 꺼내는 순간이 사랑하는 사람의 진짜 최후가 될 거라는 두려움을 어떻게 하 지 못하는 겁니다."
사실상 자기가 환자를 죽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이다.
심장이식 담당의조차도 심장이 펌프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때로는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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