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해부학의 범죄 - 인체해부 태동기의 시체 들치기와 그 밖의 지저분한 이야기

오늘 영결식은 이름뿐인 행사가 아니다. 순수하게 자발적으로 참석한 행사로서, 그린 데이의 노래 ‘Time of Your Life‘의 아카펠 라 연주, 베아트릭스 포터가 쓴 동화에서 오소리가 죽어가는 우울 한 장면 낭독, 데이지라는 이름의 여자가 의과대학생으로 다시 태 어났는데 알고 보니 해부실습실의 사체가 전생의 자신, 즉 데이지 였다는 내용의 포크 발라드 등이 거의 3시간에 걸쳐 이어졌다. 한 여학생은 헌사에서 사체의 손에 감긴 거즈를 벗기다가 손톱에 분홍 빛 매니큐어가 칠해진 것을 보고 잠시 망연해진 이야기를 읊었다.
"해부학 도감에 실린 그림에서는 손톱의 매니큐어가 나와 있지 않답니다. 색깔은 당신이 골랐나요? ••••• 제가 보게 될 걸로 생각했 나요? •••••• 당신의 손 내부에 대해 말해주고 싶었답니다. ••••• 제가 환자를 볼 때면 언제나 당신이 거기 있을 거라는 걸 알고 있기 바랍 니다. 복부를 진찰할 때에는 당신의 장기를 머리에 떠올릴 거예요. 심장박동을 들을 때에는 당신의 심장을 손에 들고 있던 기억을 떠 올릴 거구요."
내가 접한 가장 감동적인 문장 가운데 하나다. 다른 사람들도 같 은 느낌이었음이 분명하다. 장내에는 마른 상태로 버틴 눈물샘이 하나도 없었다.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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