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적의 새끼 수

7장 가족계획

여기서 인구 문제를 우려하는 사람들까지도 때때로 놓치는 사실이 하나있다. 그것은 사람들이 아이를 몇 명이나 낳느냐는 것뿐만 아니라 출산 연령에 의해서도 인구 증가가 좌우된다는 것이다. 인구는 각 세대마다 일정한 비율로 증가하는 경향을 나타내므로, 만약 각 세대의 간격을 보다 넓게하면 매년 증가율은 완만하게 될 것이다. 한 가정에 아이는 두 명까지‘라는 표어 대신에 ‘아이를 낳는 것은 30세부터‘ 라고 해도 거의 같은 효과를기대할 수 있다. 여하튼 인구의 가속적인 증가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게된다. - P205

출생률이 조절되는지 조절되지 않는지에 관해 의견 대립이 있는 것이 아니라 왜 출생률이 조절되는가에 있다. 바꿔 말하면 자연 선택의 ‘어떤‘ 과정에 의해 가족계획은 진화했는가 하는 관점에 대해 의견 차이가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동물의 산아제한은 집단전체의 이익을 위해 실행되는 이타적인 것인가, 아니면 번식을 하고 있는 개체의 이익 때문에 실행되는 이기적인 것인가라는 두 견해 중의 어느 쪽을 취하느냐에 있다. 이 두 이론을 차례로 살펴보기로 하자. - P208

랙과 윈- 에드워즈의 견해 차이는 "누구의 입장에서 보아 최적인가"라는물음에 대해 답하는 방법에 있다. 이에 대해 윈-에드워즈는 모든 개체가 따라야 하는 중요한 최적은 집단 전체의 관점에서의 최적 알 수라고 주장 - P213

할 것이다. 한편 랙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각각의 이기적 개체는 어미가 키울 수 있는 새끼의 수를 최대로 할 수 있는 한 둥지의 알 수를 선택하는 것이다. 만일 제비의 한 둥지의 최적 알 수가 3개라면 이것에 대한 랙의 해석은 다음과 같다. 네 마리의 새끼를 키우려고 하는 개체가 최종적으로 키울 수 있는 수는 세 마리밖에 되지 않을 때 경쟁자가 키울 수 있는 새끼 수보다 결국 적어지게 될 것이다. 명백한 이유로서 생각되는 것은 네 마리의새끼를 키운다면 각각의 새끼에게 분배되는 먹이의 양이 부족하기 때문에성숙 단계까지 살아남는 것이 거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4개의 알에분배되는 난황의 양, 그리고 부화 후 새끼에게 주어지는 먹이의 양, 둘 모두에 해당되는 것이다.
랙에 따르면 개체가 한 둥지의 알 수를 조절하는 이유는 전혀 이타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이 산아제한을 행하는 것은 집단을 위한 자원을과잉으로 이용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자기의 살아남는 새끼 수를 실제로 최대화하기 위해 그들은 산아제한을 실행하는 것이다. 이것이 보통 우리들이 산아제한에 결부시키고 있는 이유와는 정반대의 목표가 된다. - P214

이 장에서 얻는 우리의 결론은 개개의 어미 동물이 가족계획을 실행하되그것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오히려 자기 출생률의 최대 활용화라는 의미에서 실천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최종적으로 살아남는 자기 새끼의 수를 최대화하려고 힘쓰고 있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새끼의 수가 지나치게 많아도 안 되고 지나치게 적어도 안 된다. 개체에서 너무 많은 수의 새끼를 가지도록 하는 유전자는 유전자 풀 속에 계속 살아남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종류의 유전자를 체내에 가진 새끼들은 성체가 될 때까지 살아남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 P223

8장 세대간의 다툼

이 책에서는 동물 개체를 유전자의 보존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활동하는 생존 기계로 보기 때문에 우리는 부모와 자식간의 다툼, 즉 세대간의 싸움에 대해서도 논할 수 있다. 이것은 양쪽 모두가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전개하는 섬세한 싸움이다. 자식들은 부모를 속일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그들은 실제 이상으로 배고픈 척하거나 실제보다 어리광을 부리거나 실제 이상의 위험에 처한 것처럼 보이려고 한다. 부모를 물리적으로 위협하기에는자신이 너무 무력하다는 것을 알지만 그들에게는 허위, 위장, 이기적 이용등 자유로이 쓸 수 있는 심리적인 무기가 있다. 그들은 그것들에 의해 혈연자가 받는 불이익이 유전적 근친도가 허용할 수 있는 한도에 달하는 아슬아슬한 선까지 그러한 모든 심리적 무기를 구사한다.
한편 부모들은 사기나 위장에 대해 방심을 해서는 안 되며 그것에 속지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것은 언뜻 보아 간단한 것처럼 생각된다. 공복 상태에 관해 자식들이 거짓말쟁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부모는 자식에게 일정량의 먹이만 주고 아이가 계속 소리치더라도 그 이상의 먹이를 주지 않겠다는 방책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방책을 취할 때 문제가 되는 점은 아이가 거짓이 아닌 진실이었을 경우인데, 먹이를 먹지 못해 죽고 만다면 그 부모는 귀중한 유전자의 일부를 잃는 것이다. 야생 조류는 단지 몇시간 동안 먹이를 먹지 못해도 굶어 죽는 경우가 있다. - P239

배우자간의 대립 문제를 취급하는 다음 장은 현재 자식들에 대해 또는서로 상대에 대해 헌신하고 있는 인간의 부모들에게는 아주 냉소적일 뿐만 아니라 비참함을 주게 될지도 모른다. 여기서 나는 또 한 번 "의식적 동기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강조해야겠다. 나는 자식들이 자기 몸 속에 있는 이기적 유전자의 충동 때문에 의도적이고 의식적으로 부모를 속인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다시 한 번 말해 두어야할 것이 있다. 즉 "자식은 사기나...... 거짓, 속임수, 이기적인 착취.... . 등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칠 리가 없다"는 식으로 내가 말할 경우 ‘할 리가 없다‘는 말을 어떤 특수한 의미로 쓰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그런 종류의 행동이 도덕적이기 때문에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단순히 그와 같이 행동하는 자식 쪽이 자연 선택에서 유리한 경향이 있으며, 그 때문에 야생 동물을 관찰할 경우 가족 내에서 벌어지는 사기 행위와 이기적 행위가 보일 것으로 기대될지 모른다고 말하는 것뿐이다.
"자식은 속이는 행위를 할 것이다"라는 표현의 진의도 자식에게 사기 행위를 하게 하는 경향을 가진 유전자가 유전자 풀 속에서 유리하게 나타남을 지적하는 데 불과하다. 이 논의에서 인간적인 교훈을 도출한다면, 우리는 자식들에게 이타주의를 가르쳐 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자식들의 생물학적 본성의 일부에 이타주의가 심어져 있다고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 P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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