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은 신에게도 있다

나는 책을 읽기 위해 자주 노동자 교회에 갔다. 내가 필요로 하는 자료들을 목사가 찾아주었다. 공포심이 우리의 가장 큰 적이라는 것을 목사는 강조했다. 그럴 필요는 없었다. 나는 알고 있었다. 일반 교회의 목사들이 그공포심을 이용한다는 사실도 나는 알고 있었다. 노동자 교회의 목사는 달랐다. 그도 사랑 때문에 괴로워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나를 ‘사회조사연구회‘라는 모임에 끌어들였다. 지부장은 공장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사표 복사본만 게시판에 나붙었다. 은강방직 노조는 조용히 침몰해가고 있었다. - P221

노인은 간단히 말했다.
"아주 좋아질 거야. 거기다 동그라미를 쳐줘."
학생들은 나무껍질 문 앞에 서 있었다. 뜻밖의 대답이라는 표정을 그 아이들이 지었다.
"나는 곧 죽을 거야."
애꾸눈 노인이 말했다. 어머니는 그 노인도,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죽은다음에야 평온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찾아온 아이들에게는 "우리의 생활은 아주 나빠질 것이다"라고 했다. 어머니는 나 때문에 불안해했다. 어머니는 내가 질 싸움을 시작했다고 믿었다. 나는 어머니가 저목장에 나가는 것이 못마땅했다. - P237

클라인씨의 병

"죽기가 살기보다 쉽지."
어머니가 말했다.
"하지만 얘들 아버지를 원망해본 적은 한번도 없다우."
"그러시겠죠." - P247

"아버지는 꼽추가 아녜요. 앉은뱅이도 아니구요. 아세요?"
"안다."
아버지는 다시 말했다.
"나는 벌레야." - P252

"그래서, 뭘 얻었니?"
"눈을 떴어요."
"너는 처음부터 장님이 아니었어!"
지섭이 큰 소리로 말했다.
"현장 안에서 이미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바깥에 나가서 뭘 배워? 네가 오히려 이야기해줘야 알 사람들 앞에 가서 눈을 떴다구? 장님이 돼버린 거지, 장님이, 그리고, 행동을 못 하게 스스로를 묶어버렸어. 너의 무지가 너를 묶어버린 거야. 너를 신뢰하는 아이들을 팽개쳐버리구."
"그렇진 않아요."
내가 말했다. - P256

추위가 서서히 풀리기 시작한 어느 날 나는 과학자를 찾아갔다. ‘클라인씨의 병‘은 그의 방 창가에 놓여 있었다.
나는 그 병을 들여다보았다.
"이제 알았어요."
빠른 목소리로 나는 말했다.
"이 병에서는 안이 곧 밖이고 밖이 곧 안입니다. 안팎이 없기 때문에 내부를 막았다고 할 수 없고, 여기서는 갇힌다는 게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벽만 따라가면 밖으로 나갈 수 있죠. 따라서 이 세계에서는 갇혔다는 그 자체가 착각예요."
과학자는 나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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