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딘 버크 해리스 『불행은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가』
임레 케르테스 『운명」
자기계발서는 어디로도 가지 않는다. 땅에 단단히 뿌리를 박고, 지금 이 순간 바로 여기에서 성취할 것을 주문한 - P74
다. 이곳은 변하지 않는 너의 세계라고 확신시킨다. 바로이곳에서 살아남아 적응할 것.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해서 더 많은 돈을 벌고 더 높은 자리에 오를 것. 땅을 바꿀생각을 하기 전에 나무를 크게 키워낼 것. 그러나 그러한요구는 때로 다음과 같은 말들로 들리기도 한다. 노래하지말것. 부정하지말것.속삭이지 말것. 땅에 붙은 것들을 무시하고, 뛸 수 있을 때 걷지 말 것. - P75
네이딘 버크 해리스의 책 『불행은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가』는 아동기에 겪은 불행과 성인기 건강 사이의관계에 대한 책이다. 여기서 말하는 불행은 단순히 ‘나쁜 일‘이 아니라 아동에게 벌어질 수 있는 치명적인 사건들을 말한다. ‘ACE‘, 그러니까 ‘Adverse Childhood Experiences‘는 직역하면 ‘아동의 역경 경험‘ 정도 된다. 아동기에 겪은 ‘유독성 스트레스‘, 즉 회복 가능한 수준의스트레스가 아닌 신체적 반응을 반복적으로 마비시키는강력한 스트레스 경험을 말한다. - P89
서른 살에 쓴 「고백」이라는 글에 나는 이렇게 썼다. "이제는 삶을 끌어안고 분투하느라 보낸 이십 대를 홀가분한 마음으로 떠나보내려 합니다. 이십 대가 자신의 소임을 다 한 덕에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어린 시절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 모든 것은 사라지지 않을 테지요. 침대맡에도 주머니 속에도 달라붙어 있겠지요. 끈질기게 저를 괴롭힐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삶이란 없고 언제나 예전의 삶을 계속 이어갈 뿐
* 임레 케르테스, 박종대, 모명숙 옮김, 『운명」, 다른우리, 2002. - P92
이므로, ‘무엇이든 무마할 시간이 있다는 건 큰 위로가 됩니다. 계속 무마해보겠습니다." 무마의 약속은 곧 도전의약속이다.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려는 사람, 실패하는 사람에게만 무마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패와 무마의순환 속에서 항해는 이어진다. - P93
북디자이너이자 타이포그래피 전문가인 유지원 작가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는 김상욱 교수와 함께 쓴 책인 뉴턴의 아틀리에」를 직접 디자인하면서 어떤 점들을 고민했는지 이야기했다. 물리학자와 함께 내는 책이므로 물성이 고려된 디자인을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원칙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이 책은 거짓말을 하는 물건이 되니까요." 정신과 몸이, 내용과 형식이 일치하기를 바라는 마음. - P186
정말로 나도, 기적처럼 이 모든 것을 바꿔줄 기술이 마법처럼 나타났으면 좋겠다. 나도 스마트폰을, 커피를, 딸기를, 사람들과 함께하는 낭만적인 저녁 식사를, 국가 간의 안전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마음껏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다니고 싶고(밝히건대 나는 자연파와 도시파 중 철저한 도시파 여행자다), 이런 험악한 글 대신 우아한 글을 쓰고 싶다. 소비로 인한 자기비난도 그만하고 싶다. 하지만늘 기적은 멀고 현실은 가깝다. 오늘 쓴 텀블러를 세척하 - P242
고 재활용품을 분류하면서 이게 다 무슨 소용이냐고 한숨을 쉴지언정 그런 의식이 큰 문제에 있어 내가 더 나은 선택을 하게끔 도와주는 작은 계기임을 상기한다. 계속해서생각하지 않으면 생각하지 않기는 너무나 쉽기 때문이다. 질문이 자라나는 곳에서 시간이 멈추듯, 질문이 멈춘 곳에서 관성이 자라난다. -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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