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이탈적 작용물들_과학, 문화, 그리고 화학물질복합과민증

토드 해인즈 영화 <세이프>
환경질병
제이콥 벅슨 <카나리아 이야기>

6장 과학소설에 나타나는 유전학, 물질의 작용능력, 그리고 포스트휴먼 환경윤리의 진화
그렉 베어 <다원의 라디오> <다원의 아이들>
물질의 작용능력
다나 헤러웨이
마고릿 애트우드 <인간 종말 리포트>

옮긴이 후기_김종갑
사회구성주의
신유물론


5장 이탈적 작용물들_과학, 문화, 그리고 화학물질복합과민증

문화적 은유로 사용되는 것에서 질병을 해방시키려는 수전 손택은 "질병은 은유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뿐만 아니라 "질병에 경의를 표하는 가장 진실된 방식 그리고 질병 앓기의 가장 건강한 방식은 은유적 사유라는 불순물을 최대한 제거하고, 그것에 최대한 저항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 P281

이미 논의했듯이, 린다 내시는 환경보건운동의 "생태적 몸"은 "투과성, 즉 내부와 외부 사이의 항구적인 교환으로, 유출과 유입으로, 그것을 둘러싼 환경에 대한 밀접한 의존성으로" 특징지어진다고 설명한다. - P584

따라서 비록 환경질병이 위험의 불평등한 분포를 다루는 환경정표준 모델들로부터 벗어나기는 하지만, 경제적 요인들이 정보, 진단, 치료, 일자리, 그리고 주택에 접근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화학물질복합과민증을 가진 이들에게 인간이 구축한 거의 모든 환경, 심지어 주거 공간조차도 유해하기는 하지만 환경정의 활동가들은 특정 장소들이 특정 사람들에게 특정 독성물질들을 노출시켜 왔다는 것을 입증해야만 한다. - P289

니콜라스 애슈퍼드와 클라우디아 밀러가 표현하듯이, 자신들의 증상이 심리적인 원인"이라는 진단을 받아 온 화학물질복합과민증 환자들은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약품이라고 불리는 화학물질 소량을 일상적으로 복용시켰던 정신의학자들이 공기 중이나 음식에 있는 화학물질들이 뇌에 영향을 미치거나 눈에 띄게 행동 변화를일으킨다는 것을 어떻게 인지하지 못하는지 의아해한다".48 화학물질에 예민한 사람들의 대다수가 단순히 ‘불평하는‘ 여성들이거나 또는 여성들로 인식되는 한, 생물학적 효과와 심리적 효과 모두를 지닌 물질적질병으로서 화학물질복합과민증에 대한 다소 거만한 무시는 여성혐오의 색조를 띤다. 이 경우 사회구성주의 또는 심리학 모델에 우호적인태도를 보이면서 화학물질복합과민증의 생물학을 무시하는 것은 진보적이지 않다. 엘리자베스 윌슨을 따라서 어떻게 "페미니즘이 생물학적설명방식과 심층적이고 행복하게 공조할 수 있는지"를 고려하는 것이좀 더 이치에 맞다. - P304

이블린 폭스 켈러는 『유전자의 세기에서 "유기체가 가진 모든 양상의 토대를 구성하는 명약관화한 병의 원인 물질로서 유전자의 이미지는 대중적이고 과학적인 사유 모두에 매우 깊이 뿌리박혀있다. 그것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선의, 근면, 개념에 대한비판이 필요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유전자의 작용능력에 관한 만연한 담론은 환경질병에서 ‘환경‘을 비물질성으로 사라지게 한다. 화학물질에 예민한 사람들을 유전적으로 결함이 있다고 꼬리표를 붙이는 것 - P308

은 손상을 가하는 화학·산업·군사·정부의 행위들에 책임을 지우는 대신에 나쁜 유전자에 책임을 지운다. 이러한 결론은 수많은 경제적·법적·정치적 함축을 지닌다. - P309

환경질병은 인간 신체성을 인간 이외의 세계와 함께 존재하는 것으로 재개념화할 수 있게 하는 강력한 장소를 제공한다. 물질의 작용능력에 대한 신생 이론들, 특히 앤드류 피커링과 캐런 배러드의 이론은신체성과 인간을 넘어선 자연 양자를 다시 인식하기 위한 설득력 있는포스트휴먼posthuman 모델을 제공한다. 우리 모두는 피커링의 용어로
"행위의 뒤범벅"에 거주하며, 배러드를 따라서 "차이화하며 생성하는세계의 일부이다." 창발적이고, 뒤엉키며, 뒤범벅된 물질적인 작용능력에 대한 이러한 설명들은 분리되고, 안정적인 물질들이 세계로부터 우리를 구원할 수 있다는 셰리 로저스의 환상에 대한 해독제의 역할을 한다. 정말로, 환경질병과 연관된 작용능력들은 궁극적으로 서로 분리된 ‘사물들‘은 존재하지 않고, 모든 물질은 세계의 진행 중인 ‘차이화하는 물질작용‘으로 작용하고, 내부-작용한다는 배러드의 이론에 나오는 작용능력만큼 복잡하다. 물질적인 윤리, 개별 인간들이나 외부 자연에만 집중하지 않고, 대신에 그것들 사이의 흐름과 상호교환에 집중하는 윤리가 이 횡단-신체적 공간으로부터 출현한다. - P330

6장 과학소설에 나타나는 유전학, 물질의 작용능력, 그리고 포스트휴먼 환경윤리의 진화

또한 낸시 투아나의 ‘상호작용주의‘interactionalism 이론은 물질의창발적인 작용능력을 옹호한다. "역동적으로 관계 맺으며 나타나는 복합적인 현상 세계"를 가정하면서, "인간을 넘어선 세계의 물질성과 인간의 물질성, 그 어떤 것도 아무런 변화 없이 주어지지 않는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우리 자신의 몸됨embodiment 과 세계 사이의 복합적인 상호작용에서 창발적으로 유출된다"고 그녀는 말한다. - P347

주체들은 이 물질의 작용능력들을 이해하고 그 위험을평가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해야만 한다. 횡단신체성은 긍정을 위한 장소가 아니라 차라리 인식론적 반성과 사전주의 원칙을 위한 장소이다. - P348

옮긴이 후기_김종갑

서양철학이 왜 그렇게 육체를 비하하였을까? 왜 육체를 폄하하면폄하할수록 자신은 더욱 고결하게 된다는 듯이 생각했을까? 그리고 또왜 육체를 여성의 본질로 보았을까? 예외 없이 남자였던 고매한 그리고 오만한 철학자들은 자신이 정신이라 주장하면서 육체적인 것을 여성의 몫으로 남겨 놓았다.
왜 그랬을까? 나는 그 이유를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의 『자기만의 방』A Room Of Ones Own을 읽으면서 깨달았다. 이 책의 한 대목에서울프는 남자들이 거실에서 즐겁게 담소를 나누는 장면을 묘사하였다. 철학과 문학, 과학이 어울리는 지식의 향연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여자는 한 명도 볼 수가 없다. 왜? 여자들은 모두 부엌에서 먹을 것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지식인들도 먹어야 산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음식이 아니라 진리를 먹는다는 듯이 위세를 부리며, 음식은 기껏해야 대화를 위한 변명거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거들먹거린다. 이 지점에서 이유가 분명해지지 - P385

경계가 뚜렷하고 고정된 개인주의적 몸의 개념을 비판하기 위해서 앨러이모는 이 용어를 사용하였다. 개인주의적 몸은 주체와 타자의 경계와 안과 밖의 구별이 분명한일종의 원자와 같은 몸을 말한다. 이러한 몸과 달리 앨러이모의 몸은고체보다는 액체에 가깝다. 주체와 타자가 서로 넘나드는 동적인 관계에 있기 때문에 어디에서부터 주체이고 어디서부터 타자인지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그녀의 몸은 내부로 잠긴 몸이 아니라 외부를 향해서 구멍이 뚫려 있는 몸이다. - P393

이 책에서 앨러이모는 횡단-신체성을 "인간이 언제나 인간을 넘어서는 세계와 맞물리는 지점"이라고 표현한다(18쪽). 이 간단한 문장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우선 인간은 자연과 다른 특권적 존재가 아니라 자연의 일부로서 자연 혹은 비인간과 확실하게 구별되지 않는다. 인간만이 행위의 주체인 것이 아니다. 비인간도 행위의 주역임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더구나 인간을 구성하는 물질은 자연과 똑같지않은가. 그녀의 생태학적 주장에 따르면 우리는 자연과의 접촉면을 더욱 크게 확대할 필요가 있다. 횡단은 "서로 다른 장소들을 가로지르는운동"을 강조하는 개념이다. 그래서 "횡단-신체성은 인간 몸, 비인간생명체, 생태계, 화학작용물, 그리고 여타의 다른 행위자들의 (중략) 작용들을 인정하는 유동적인 공간을 열어 준다" (19쪽). - P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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