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델 르 쉬외르, 자연과 노동자, 관능, 에로티시즘
뮈리엘 뤼케이서, <망자의 서> 횡단-신체성, X선
울리히 벡

2장 에로스와 X선_몸, 계급, 그리고 ‘환경정의’

역사의 초기에 호랑이와 독사가 인간에게 그랬던 방식으로 인종주의는 우리의 부신과 다른 기관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요인이다. 노동과휴식의 패턴이 노동자 자신의 신진대사가 아니라 고용자의 경제적 결정에 더 많이 의존하는 것처럼, 자본주의 노동 시장에서 노동력이 매매되는 상황이 개인의 포도당 순환glucose cycle에 영향을 미친다. 인간생태학은 인간이라는 종이 다른 자연과 맺는 관계가 아니라 사회적 구조에 의해 유지되는 자기와는 다른 사회, 계급, 젠더, 나이, 직위, 인종과 맺는 관계에 대한 연구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노동자의 췌장이나허파에 대해 말하는 것이 억지는 아니다. - P75

20세기 후반 환경정의 이론 틀은 노동자계급의 허파로 예시되는횡단-신체성에 접근하기 위한 강력한 길잡이이다. 환경정의는 특정한 몸과 장소, 특히 문자 그대로 쓰레기처럼 버려진 사람과 장소 사이에 있는 물질적 상호연결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환경정의 사회운동들과 분석의 방법은 인종과 계급(그리고 때로 젠더와 성정체성)이물질적 불평등, 간혹 장소와 뗄 수 없는 불평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정도를 추적함으로써 환경혜택과 환경피해가 불평등하게 분배되어 있다는 사실을 폭로한다. - P77

효율적 관리를 요하는 대상으로 노동자를 정밀조사하는 것은 노동자에게 ‘숙련 지식‘뿐만 아니라 그의 목소리와 견해, 행위능력agency을 박탈한다. 건강은 해러웨이의 용어로 상황적 지식이자 생물학적 상태를 말해 준다. 즉 노동자의 건강상태는 노동자 자신이 접근할 수 없는 특수하고 편파적인 관점을 통해서만 확증될 수 있다. - P83

메리델 르 쉬외르와 뮈리엘 뤼케이서는 노동자의 몸과 환경이 다양한 제도와 이해 그룹에 의해 정밀하게 감시당했던 사회적/물질적 상황에서 작품을 썼다. 그들의 작품은 자연과 자본주의, 노동자계급 사이의 관계를 폭로함으로써 그 용어가 생기기도 전에 미리 ‘환경정의‘라는개념을 명시적으로 보여 주었다. 뤼케이서가 물질을 기록하는 시를 쓰는 반면, 르 쉬외르는 노동자와 세계 사이의 에로틱한 접합을 지향하면서 노동자의 몸을 검사하고 측정하며 관리하는 관계 당국의 권력과 제도에 저항한다. 두 작가는 놀랍게도 몸과 자연 간의 손에 잡힐 듯한 상호관계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자연과 몸에 대한 글쓰기를 시도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그들은 인간과 분리된 세계로서 자연을 바라보았던 20세기 초반의 환경보호주의와 환경보존주의에 대립되는 환경의 의미를제시하였다. 작업장의 위험을 사람이 거주하는 방대한 자연으로까지확대하였던 뤼케이서는 오염에 대한 최근의 이론을 미리 예견하였던듯이 보인다. - P87

르쉬외르의 단편소설과 취재기사는 자연과 노동자가 자본주의라는 기계를 위한 소모품으로 똑같이 전락하는 처지를 폭로하면서 자연과 노동자를 융합시킨다. 그렇다고 노동자의 몸이 자본주의를 지속적으로 비판하기 위한 장소인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기쁨과 아름다움, 가치, 에로스의 장소의 역할도 가지고 있다. 엄격한 사회구성주의 관점으로는 이런 이중적 태도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자본주의 비판과 유토피아적 욕망, 그 어느 한쪽도 포기하길 원치 않는다. 그녀는 신체성이 자연 세계와 합류하는 대안적이고 유토피아적인 가치와가부장적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을 함께 엮는다. 손으로 만질 수 있을만큼 자연이 우리 ‘가까이 있다‘는 이러한 느낌은 아름다운 사진으로자연을 바라보는 도회적이며 중·상류 계층적인 감상과 현저하게 대비된다. 예를 들면, 미국 버스」의 화자는 시골 여성에게 "시골 자연은 화보가 아니라, 감촉이고 배고픔이며, 일이고 사랑이다"라고 읊조린다. - P89

모성성과 노동계급의 활력에 대한 그녀의 열렬한 찬사가 (재생산하는) 여성의 몸을 자연의 끊임없는 생식력의 수렁으로 밀어넣는 일종의 본질주의를 내비친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여전히 물질성, 살과 세계의 구성 요소에 대한 르 쉬외르의 감수성이 그와는 다른 방향으로 작용하는지 어떤지를 물을 수 있다. 그녀가 제시하는 야생적 물질wild matter이라는 독창적 개념은 우리가 담론에서 신체성으로, 이분법에서 나선형 중첩으로 나아가는 방법론적 전회를 행하도록 촉구한다고 하겠다. - P101

그녀는 신념이나 이데올로기에 제한된 정치참여는 너무나 탈신체화disembodied되어 있기 때문에 진정한 사회적 변화를 추동하지 못한다고생각했다. 때문에 그녀는 우리에게 신체성을 사회적인 텍스트의 일부로 읽을 것을 가르치기 위해서 노동자에 대한 억압을 증언하는 몸을 보여 주는 것이다.
물질적인 것이 사회적인 것과 겹쳐지는 방식의 한 예로 [여성은 아주 많은 것을 안다」를 들 수 있다. 거기서 르 쉬외르는 여성은 "뉴스를 그것의 출처, 즉 인간의 몸에서 습득하기 때문에 "뉴스를 읽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 P104

르 쉬외르의 씨앗이라는 비유는, 씨앗에는 분리 불가능한 자연적 다양성과 문화적 다양성이 체화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반다나 시바의 씨앗과 다르지 않다. 시바는 이렇게 말한다. "씨앗 속에서 문화적 다양성은 생물학적 다양성과 통합한다. 생태적 이슈는 사회정의, 평화, 그리고 민주주의를 결합시킨다." 또 시바는 "초목과 마찬가지로 관념과삶의 양식도 씨앗에서 생겨났다. 지금 멸종 위기에 놓인 많은 씨앗들은 그 안에 사유의 또 다른 방식과 삶의 또 다른 방식의 씨앗을 간직하고있다"고 말한다. 시적 생물학사를 집필하는 르 쉬외르는 환경주의와 조화되는 포스트휴머니즘posthumanism의 비전을 상상한다. 앤드류 피커링이 표현하듯, 그것은 "인간 행위자가 여전히 거기에 있기는 하지만이제 비인간과 분리 불가능하게 얽혀 있고, 더 이상 행동과 지배의 중심에 있지 않는 공간이다. "우리가 세계를 만드는 것과 같은 하나의동일한 과정에서 세계는 우리를 만든다." - P116

특정한 장치와 전문지식 없이도 몸에서 사회적 힘들을 읽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르쉬외르와 반대로, 뤼케이서는 전문화된 지식과 기술이 없이는 올바로 해독할 수 없는 이 판독하기 어려운 힘과 물질과 씨름하였다. 르쉬외르가 자연과 노동자 사이의 긍정적이고 심지어는 에로틱한 관계를 음미했다면, 뤼케이서는 직업 질병의 역사에서 특히 악명이 높은 사건이 보여 주는 끔찍한 횡단-신체성을 묘사하였다. -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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