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에 의한 권력통제와 분권으로_최자영
우리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한다. 민주와공화의 개념을 합쳐놓은 것이다. 그런데 민주(民主, demokraita)와 공화(共和, res publica)는 기원과 담기는 내용이 서로 같지 않다. 기원에서, 전자는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민주정치, 후자는 로마의 공화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내용에서는 전자가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을 전제로하는 것이라면, 후자는 다소간 시민들 간의 불평등을 전제로 한 귀족공화정에서 유래한다. - P51
오히려 로마는 다소간 귀족 공화정으로서, 귀족 혹은 선출된 이가 관직을 차지했다. 귀족은 사회경제적으로 서민 시민들과 다른 계층에 속했고, 그 선출도 반드시 서민들의 뜻을 대변하는 절차로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우리 헌법 제1조의 ‘민주공화국‘이라는 표현에서보듯이, ‘공화‘의 개념을 ‘민주‘적인 것으로 끌어대려는 시도에서, 그 ‘공화‘의 의미를 민주적 ‘대의제‘였던 것으로 해석하려는 견해도 있다. - P53
다른 한편, 공화주의의 또하나의 거대 담론인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 간 갈등은 미국에서 배태된 ‘자유주의적 공화주의‘에서 촉발된 것이다. 일부에서는 양자 간 갈등을 해결하는 방안을 신로마 공화주의에서찾고, 이것이 자유주의의 주관주의와 상대주의적 경향성, 공동체주의의 객관주의와 전체주의적 경향성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실현성 있는결합 양식을 제공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는 이도 있다. - P53
이 같은 위정자 중심의 담론은 권력 집중을 선호한다. 분권적 상태에서는 정책 결정의 절차가 원심적으로 다양하기 때문에 소수 위정자가 원하는 대로 주무르기가 곤란하다. 민중을 우매한 존재로 간주하는이는 가능한 한 권력을 집중시키고, 의사결정 구조를 단순화하려 한다. 독선적 독재자일수록 그 같은 것을 선호한다. 그 한 예를 이승만에게서 볼 수 있다. 제헌 헌법에는 지방자치제가명시되었다. 지방자치단체장을 국민이 선출함으로써 중앙을 견제하는, ‘분권적 요소‘는 민주주의의 필수 요소이다. 그러나 이승만은 중앙정부가 지방을 관료제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중앙집권적 질서를 원했다. 그는 고도로 중앙집권화된 조선총독부 문화가 몸에 배어 있고 법에 능통한 장경근을 이용하여 분권을 방해했다. - P61
‘다극화’와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기_이해영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그리고 지경학적 관계는 기본적으로는 미국의 ‘작용‘에서 시작된 것이다. 지난 4월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출발,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정점을 찍었다. 핵심은 한·미·일 3각 군사동맹이다. 일종의 ‘아시아 나토‘다. 원나토의 대중국용 방계다. 한·미·일 동맹의 결과 미국은 1981년 이후 처음으로 핵탄두를 장착한 오하이오급 핵잠 켄터키를 2023년 7월 부산항에 그리고 그 직후 로스앤젤레스급 핵잠 아나폴리스를 제주 강정에도 기항시켰다. 평택, 군산의 미공군기지와 더불어 강정은 미 해군기지로서 동중국해를 거쳐 상하이로들어서는 중국 선박의 길목을 차단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미국의 핵잠은 제주 앞바다뿐만 아니라, 동해까지 커버함으로써 명실상부 한국의 3면 바다 모두가 전쟁터임을 말해준다. 광주학살 당시의 미정부 공식 문서를 처음 공개한 팀 셔록 기자는 미문서보관소에서 찾아낸 기록물을 통해 미국은 남한을 점령한 첫해부터일본 재무장과 ‘일본과 미국의 전략적 이해의 통합‘을 추진했다고 한다. 그리고 박정희를 압박해 한일협정을 체결케 하고, 이후 베트남전 기간동안 일본의 한반도 개입을 강력하게 압박했다고 한다.」오바마 정권 당시에도 한일 간의 위안부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미국은 양국을 압박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한일관계는 더 악화되었다. 그런 뒤 바이든과 윤석열의 등장 이후 2022년 10월 한·미·일 합동 군사훈련이 개시되고, 3자 안보협력이 전례 없이 강화되면서, 한반도의 긴장은 급속도로 격화되었다. - P70
‘소수’에 불과한 서방을 제외, 거대한 글로벌 지구의 현시점 가장 큰 흐름은 브릭스와 중국이 주도해온 상하이협력기구와 러시아가 주도해온 유라시아경제연합이 통합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여기에 브릭스도 같은 흐름이다. 북러 회담을 모멘텀으로 북한이 바로 여기에 ‘지경학적으로‘ 접속될 수 있다는 말이다. ‘북한의 유라시아로의 지경학적 통합‘, 이것이 핵심이다. 이는 과거의 통미봉남(通美封南), 즉 핵과 경제의직접 딜 따위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러시아가 보기엔 유럽은 미래전망이 없다. 성장동력이 고갈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가전략의 재구성 결과가 러시아판 ‘아시아 회귀‘ 전략이다. 동과 남으로의 대이동이시작된 것이다. 남으로는 ‘남북 수송 회랑‘을 통해 인도와 연결하고, 동으로는 블라디보스토크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동방개발에 착수하는 일이다. - P73
아울러 미중간의 ‘칩 전쟁‘으로 인해 오히려 중국이 반도체 굴기‘에 나서면서 한중간 기술 수준과 기술 격차가 현격히 줄어들거나 이미 추월당한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향후 중·단기에 이런 대중 무역 상황이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20년간 한국 경제성장을 지탱해온 ‘차이나 효과‘는 완전 종결되었다. 여기에는 윤석열 정부의 반중 드라이브가 주된 동력 중 하나였다. - P75
그래서 미 재무장관 옐런이 말하는 ‘현대적 공급 주도 경제학‘ 그리고설리번의 ‘신워싱턴컨센서스‘ 등은 결국 제국의 파렴치한 ‘동맹 궁핍화‘ 전략의 다른 이름이다. 다극화 시대 한국이 선택할 그나마 합리적 경로는 ‘친미 중립‘ 외에는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 P77
이스라엘의 인종청소, 그 기원에 관하여_아론 마테
이스라엘이 바로 그들 자신이 식민화한 사람들로부터 ‘자기방위를하고 있다‘는 논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스라엘 상층부가 채택하고 있는 입장이다. 1956년에 가자에서 이스라엘 병사가 목숨을 잃은 사건이있었는데, 그 장례식에서 이스라엘의 명망 높은 군 지도자 모셰 다얀장군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오늘 (팔레스타인) 살인자들을 비난하지 맙시다. 저들이 우리를 지독하게 미워한다고 개탄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들은 가자의 난민촌에 갇혀서 지난 8년 동안 꼼짝없이 지켜보고만 있었습니다. 자신들의 눈앞에서 우리가 과거에는 그들의 선조가 거주했던 땅과 마을을 우리 재산으로 만들어가는 것을 말입니다." 다얀 장군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 당시에 이스라엘 군대를 이끌면서 군사작전을 펼쳤던 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조국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쫓아내고 그들의 삶터를 빼앗아서 건설되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후회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다얀은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을 강제로 추방해온 일을 되돌리거나 바로잡으려고 할 것이 아니라, 식민화를 더욱 공세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명했다. - P81
그러나 하산과 레비는 그 전에 우선 "차별하거나 구별하지 않고, 모두가 같은 인간으로서 평등하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는 원칙부터 세워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건국 이후 이 원칙을 분명하게 거부해오고 있다. 워싱턴의 지원 아래에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강압적 약탈과 지배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고, 그 결과 우리 눈앞에서 다시 한번 인종학살 사태가 전개되고 있다. - P8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