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바빠서 <페이드 포>에 대해 더 쓰지 못했지만. 이것만은 남겨놓으려고 짧게 쓴다.
이 책 초반부에 나온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생각지도 못한 용어. 성매매와 라이프 스타일이라니!
그러나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단어를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모랜의 말이 얼마나 적확한지 알게 되었다.
성매매 만큼 한 개인의 인생에 지배적인 라이프 스타일이 어디 있겠는가.
성매매와 관련해서는 ‘직업‘이라는 말보다는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말이 더 적합하다. 우리는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말을 생각할 때 주로 특정한 이미지들을 머릿속에 떠올린다. 칵테일, 커피, 크루아상 혹은 요트와 항만 같은 부자들의 여유롭고 흥미로운 휴가 말이다. 어쩌면 육아와 대출금, 일상의 출퇴근을 생각할지도 모른다. 내가 상기시키고자 하는 이미지들은 이러한 것들이 아니다. 라이프 스타일이라고 할 때, 사람들의 대부분은, 심지어 성매매 당사자들조차도, 호텔이나 뒷골목에서 무릎을 꿇고 엎드려 있는 여성을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라이프 스타일의 모습과 들어맞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말은 단순히 ‘사람이 사는 방식‘을 뜻하고, 성매매는 간단히 집 문밖에 두고 들어올 수 없는 것이기에 라이프 스타일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 다른 업계의 노동자는 집에 와서 직업적 역할을 벗어버릴 수 있지만, 성매매 당사자는 복잡하게 얽힌 여러 요인들로 인해 그럴 수가 없다.
첫째로, 하는 일이 무엇인지 공개적으로 밝힐 수 없기 때문에 비밀에 매여 ‘평범한‘ 사회 구성원들과 거리를 두게 되고 매우 구별된다. 하루가 어땠는지, 다음 주의 계획이나 전날 있었던 끔찍한 경험 등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유일 한 일행은 다른 성매매 당사자들뿐이다. 성매매에 유입되었다는 이유로 조롱하지 않을 유일한 사람들이다. 어떻게 그런 일을 하게 되었는지, 왜 그곳에 남아 있는지, 왜 떠날 수 없는지 전적으로 이해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일행이다.
한 부류의 사람들과 일행이 되면서 동시에 다른 이들과는 어울릴 수 없게 된다. 한 가지 이유만 있는 것은 아니다. -31~3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