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의 마음을 헤아리려 노력해봤다. 용돈은 거절하면서 몰래 천원씩 훔치는 건 어떤 마음일까. 적은 돈 없어도 티가 나지 않는 돈을 훔칠 때 느끼는 죄책감이 신세를 지면서 느끼는 부채감보다 가벼운 것일까.
신경질적인 마음으로 아이들을 마음 저편에 밀어놓았다가 끌어당겼다가 하고 있으면 반질반질하게 닦인 어둠속에서 귀신들이 흥미로운 눈으로 코웃음을 치며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망상 속으로 빠져들었다. - P116

나쁜 일을 하지 않고 다들 어떻게 사는 걸까. 반복되는 일상을 저버리지 않고 평화를 일구는 법은 누가 알려주는 걸까. 그런 게 체득이 되는 인간들은 다른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는 걸까. 동이 틀 무렵 창가에 어른거리는 고양이 그림자를 눈으로 좋으며 우리는 망했다고 홀로 중얼거렸다. - P198

이호의 신발 끈이 풀려 있었다. 나는 쭈그려 앉아 운동화 끈을 묶었다.다.
"태어나서 처음이에요."
"뭐가."
"누가 내 신발 끈 묶어주는 거요."
나는 멈칫했다.
"어릴 때, 누군가가 묶어줬을 거야. 네가 기억 못할 뿐이지."
나는 확신하지도 못하면서 어른 흉내를 내며 말했다.
"정말 그럴까요.
"그래."
"그랬으면 좋겠네요."
나는 그럴 거야, 분명히 그랬을 거야, 하고 무언가를 다짐하듯 말했다. - 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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