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는 묻혀버린다는 생각조차 떠올리지 못했다. 확실히 깨닫고 있는 것이라고는 분노와 슬픔이 지워준 무거운 짐, 자신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무거운 짐이 있다는 사실뿐이었다. 이런 생각이 마음을 짓눌러 이성을 잃게 했다. 하지만 어둠 속에 있자니 그런 부담이 덜어지는 듯했다. 밤에 활동해왔던 그는 어둠에 익숙했다. 이곳에서의 부담감은 바위와 흙에서 오는 것뿐이었다. 증오는 화강암보다 단단했으며 잔인함은 진흙보다 차가웠다. 흙의 검은 순결함이 그를 감쌌다. 그는 그 안에 누워 고통, 그리고 고통에서 해방된 기분을 느끼며 몸을 떨다 잠이 들었다. - P3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