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아들의 다른 삶에 관해 그녀가 무엇을 알 수 있었을까? 그녀는 그 아버지를 사랑했고 그 아들을 두려워했다. 그녀가 어떻게 판단을 내릴 수 있었겠는가? 루스가보지도, 이해하지도 못했던 부부간의 친밀한 생활과 조시에 대해 무엇을 알았겠는가? 그녀가 알 수 있는 것은 할아 - P240
버지가 그녀의 아버지에게 결코 아버지 노릇을 한 적이 없었다는 정도에 불과했다. 브라운필드와 그레인지는 서로를 저주했고 상대방의 연륜이나 젊음을 전혀 존중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레인지의 사랑에 결함이 있었을 수도 있다. 그의삶이 그러했듯, 그것도 아니라면 언제 어디서 그런 폭력이 시작된 것일까? 그리고 조시는 어떤 비밀을 알고 있는 것일까? 그토록 어린 아이가 파괴된 가족애의 결과와, 돌덩이와 같은 증오와, 검게 탄 마음 사이의 영역과,울부짖는 영혼의 복수를 어찌 이해할 수 있었겠는가? - P241
달은 듯한 표정이었다. 그는 멤의 집으로 달려가 멤과 손녀들이 마당 한가운데 함께 쓰러져 있는 것을 목격했던 그날 밤 일을 다시는 떠올리기 싫었다. 손녀들 중 대프니와오넷은 멤의 아버지인 북부 출신의 말씨 부드러운 목사와그의 아내가 급히 데려가 버렸다. 그들의 턱은 경악으로벌벌 떨리고 있었다. 비극에 마음이 갈가리 찢어진 노인은아내보다 더 깊이 슬퍼하며 아이들을 모두 데려가고자 하였다. 오래전 아이들의 엄마를 거부했던 그가 말이다. 루스만은 친할아버지의 품에서 떼어낼 수 없었다. 그레인지가 그 아이를 간절히 원했던 것이다. 그것은 자신에게 그런 감정이 있다고는 생각도 못했을 만큼 강렬한 열망이었다. - P246
그 모든 일을 겪고 난 후에도 그럴 수 있다니. 처음에조시는 그가 겁에 질린 아이에게 그토록 애정을 쏟는 것을우습게 여겼을 따름이었다. 그녀는 그가 아내인 자신은 그처럼 아낀 적이 없었다고 말했는데, 그것은 사실이었다. 그가 처음 조시와 결혼하고자 한 동기가 의심스러운 것이니만큼 그녀가 그렇게 생각한 것은 당연했다. 그녀의 약점은그를 너무나 오랫동안 기다려 왔고 그를 너무나 사랑한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어리석게도 결혼하면 그가 자신에게어떤 잘못도 저지르지 않으리라 믿었다. - P247
집사들이 그를 달래며 친절하게 교회 밖으로 이끌었다. 그레인지는 깊은 좌절감으로 그들을 증오했다. 남부에서처럼 북부에서도 백인 이웃을 사랑해 봐야 남는 것은 마약에찌든 몸뚱이와 부모를 경멸하는 아이들뿐이었다. 그들은어째서 자기 자신을 전혀 사랑할 수 없고 자식들을 향해분노만을 뿜어 대는지 그 까닭을 감히 헤아려 보기나 했을까? 아니, 전혀 아니다. 그는 7번가의 한 모퉁이에서 소리쳤다. "그들을 향한 증오가 우리 모두를 하나로 뭉치게 할 것입니다. 단결할 유일한 방법은 증오입니다. 어쨌든 우리는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그들을 증오하고 있습니다. 제 말은그 증오를 밖으로 활짝 터트리고, 젊은이들에게 가르쳐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젊은이들에게 증오를 가르친다면굳이 고통의 학교에서 그것을 배우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 P270
그래서 그는 베이커 카운티와 조시에게로 돌아왔다. 이곳은 그의 고향이었고, 그녀는 세상에서 그를 사랑하는일한 사람이었으며, 성스런 안식처를 사기 위해 그가 가진것보다 더 많은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오래도록 그에 대한 사랑과 희망으로 살아 왔던 조시는소중한 생계 수단인 듀드롭인을 팔라는 그의 설득에 넘어갔다. 그는 자신과 그녀의 돈을 합쳐 농장을 샀다. 시내와큰길에서 멀리 떨어져 소나무와 오크나무 숲 뒤에 자리한농장이었다. 그는 직접 일용할 양식을 키웠고, 술을 만들었으며, 고기를 소금에 절이거나 말렸다. 마침내 그는 자유로워졌다. - P272
그녀는 한참 후에야 할아버지가 자신이 알고 있는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그가죽은 후에도 그녀는 모든 것을 완전히 알지 못했다. 잔혹함과 살인이 그의 인내심과 힘을, 그리고 사랑을 키웠다는사실을. - P275
나원 참. 감사할 줄 모르는 인간 같으니라고. 나한테 아줌마 같은 마누라만 있었어도요 모양 요 꼴은 안 됐어요." 조시가 완전히 분노에 빠져 그의 말에 장단을 맞춰 줄때면 브라운필드는 신이 났다. 이내 그는 처음 세웠던 계획에 조시를 끌어들였다. "여기서 나가면 당장 루스를 데려가겠어요. 그러면 예전처럼 두 사람이 오붓하게 지내게 될 거예요. 모든 게 원래대로 돌아가는 거죠." - P292
"정말요? 거짓말이죠?" 그레인지가 유쾌하게 말했다. "나랑 있을 때는 ‘거짓말‘ 같은 단어는 입에 올리지도 말아라. 사람들이 네가 본데없이 자랐다고 생각할 거야." "하지만 지금은 할아버지랑 저뿐이잖아요. 그리고 남들이 뭐라 하든 무슨 상관이에요. 게다가 제가 아무리 할아버지를 낯부끄럽게 한들, 할아버지가 술이랑 도박으로 우리 돈을 다 날리는 것만큼이나 부끄러운 짓이겠어요?" - P297
제 생각을 물으신다면, 하고 루스가 팔베개를 한 채 태양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말했다. "할아버진 나쁜 사람이에요. 정말 나쁜 노인네라고요. 본데인지 뭔지가 없는 그런 사람 말예요." 그녀는 중얼거리며 눈을 감았다. . - P299
그는 아들이 태어났는데도 전혀 기뻐하지 않으며 물었다. "아이 이름은 뭘로 하지?" 그녀는 우울해 하며 무심하게 말했다. "앞에 뭐가 보여요?" 문 앞에 서 있던 그는 가을빛으로 물든 조지아의 목화밭으로 시선을 던졌다. 그는 대답했다. "갈색 들판." 그는 혹시 저 들판이 세상의 나머지 부분까지도 모조리덮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절망적인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자신의 따스한 품안에서 잠든 아기를 내려놓으며말했다. - P302
그는 재빨리 과거를 돌돌 말아 날카로운 곳을 없애고 날선 곳을 지운 뒤 그 위에 드러누웠다. "내 생전 너처럼 건방진 애는 처음이다." - P304
그녀는 신화, 브론테자매*, 토머스 하디, 그리고 로맨스 작가들을 좋아했다. 만약 무인도에 난파된다면 그녀는 『제인 에어』와 포켓판 유의어 사전과 아프리카에 관한 모든 책을 챙길 것이었다. - P335
네놈이 이 애 어미를 죽여서 말이야. 이 아이가 아빠가 필요했던 그 긴 세월 동안 너는 대체 어디에 있었냐? 그 어디에도 없었어! 심지어 한지붕 아래 살 때조차 너는술독에 빠져 아이 곁에 있어 주지 않았어. 그러곤 네가 유일하게 가진 소중한 사람을 죽여서는 감옥에 처박혔지. 뉘우침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안 보이는 네가 무슨 수로 백인들을 얼러 그렇게 일찍 나왔는지 도통 모르겠군. 하긴 검둥이가 검둥이를 죽였는데 백인이 관심이나 두겠어! 당신나랑 약속했잖아." - P345
"모조리 그놈들 탓이지." 여전히 등을 돌린 그레인지는 브라운필드와 조시에게서 채 계속 루스에게 말했다. 그는 찌르기 춤을 추는 것처럼손을 휘저으며 숨쉴 겨를도 없이 급하게 말을 늘어놓았다. "자기가 자기 인생을 망쳐 놓고는 남 탓하는 게 얼마나위험한 짓인지 내가 잘 알아. 나도 바로 그런 실수를 저질렀기 때문이야! 내가 아무리 똑바로 생각하려고 해도 흰둥이들이 내 머리를 타락시켜 버렸어. 모든 게 그놈들 탓이라고 믿는 그 순간 그놈들은 신과 같은 존재가 되어 버리지! 모든 잘못이 다 그들 탓이 되는 거야. - P347
그가 그들을 사랑해서 그러는 것이 아님을 조시는 알고 있었다. 그는 가족과 함께 사는 것이 남자의 특권이기 때문에 그들(혹은 적어도 그중 한명)을 데려오려는 것이었다. 조시는 악에서 구해 달라고 신에게 믿음 없는 기도를 올렸다. 그때 뒤에서 브라운필드가 걸어오는 기척이 들렸다. 이웃 여인네 두 사람이 안됐다는 표정으로 옆에 서 있었다. 그들은 브라운필드가 들어오자 - P372
그날 밤 내내 조시가 신세타령을 늘어놓자 브라운필드는화가 치밀었다. 그녀가 내린 결론은 이것이었다. "모든 게 백인 놈들 때문이야." 브라운필드는 별안간 까닭 없이 그 말이 거슬렸다. 그 역시도 자기 삶이 그 모양으로 굴러 떨어진 것을 모두 백인 탓으로 돌렸으면서 말이다. - P376
아줌마 말대로라면 그 녀석이 백인 자식이라서 내가 그렇게 한 셈이지. 하지만 백인 자식이 아니라는 건 나도고 있었어. 하얗긴 해도 나, 아니 아버지를 그대로 빼닮았거든. 손자니깐 당연한 거지. 아기는 우리 부자를 닮아 있었어. 못생겼지. 게다가 시내에 가서 테일러 의사 선생한테 물으니 가끔은 그런 일이 있다더군. 좀 있으니 아기 머리에서 지독히도 꼬불꼬불한 머리가 자랐어. 그 애가 내자식인 게 확실했지. 백인 놈이 쳐다보기만 해도 내가 그년모가지를 부러트릴 걸 멤은 알고 있었어. 설령 백인 새끼가 그년을 두들겨 패서 강간했다고 해도 난 가만 있지 않았을 거야! 그년은 그걸 알고 있었어. 아줌마도 그년이 젊었을 적을 봤으니 알겠지. 빵빵했지. 그래서 백인이 근처에 얼씬거리면 일부러 병신처럼 굴었어. 그러면 놈들이 어떻게 저리도 못생긴 년이랑 결혼했냐고 놀리며 내 성질을건드렸지. 그놈들은 아줌마 조카가 베일 아래 모습을 감추고 있다는 걸 전혀 몰랐어!" - P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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