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라이트
- 반격운동의 수동성
- 헤리티지재단의 슈퍼우먼
-> 그들은 명예남성인가.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자아분열적 인간인가. 모순을 느끼지 않는 능력주의 신봉자인가. 마초 페미니스트인가.

- 1980년대 레이건 행정부의 백래시
- ‘가족 친화’ 이데올로기
->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보수정권이 집권할 때마다 겪는 반격들

- 반격의 사절들
- 변절자들
- 변화를 두려워하거나 거부하는 남자들
- 유명 페미니스트의 퇴행? 변절? 노화?: 베티 프리던, 저메인 그리어, 수전 브라운밀러, 에리카 종..

3부 반동의 기원: 전달자, 선동가, 사상가
9장 뉴라이트가 벌이는 원한의 정치

오늘날의 반격에 출생지가 있다면 아마 이곳 뉴라이트 집단 속일 것이다. 바로 여기서 반격은 처음으로 분명한 이데올로기적 의제를 가진 운동으로 꼴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뉴라이트의 대표 주자들은 여성평등은 여성의 불행을 낳는다는 반격의 핵심 주장을 만들어낸 최초의 인물들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들은 가장 널리 인용되지만서로 모순되는 두 가지 죄, 도덕적 가치보다 물질주의를 더 드높이는(그러니까 여성들을 탐욕스러운 여피로 만드는) 죄와 전통적인 가족 - P362

지원 시스템을 뒤흔드는(그러니까 여성들을 생활 보조금에 기대 사는 엄마들로 전락시키는) 죄를 저질렀다며 페미니즘을 비난한 최초의 집단이기도 했다. 주류에서는 이들의 과열된 비유와 지옥 불의 이미지를 거부했지만 이들의 핵심적인 정치적 메시지는 살아남아서 미디어의 ‘트렌드’로 변질되었다. 미래의 - P363

뉴라이트가 공산주의나 인종이 아니라 페미니즘에 매달렸다는 점은 그 자체로 지난 10년 동안의 여성운동의 힘과 지위를 입증하는 증거였다. 학자인로절린드 폴락 페체스키Rosalind Pollack Petchesky의 말에 따르면 "1970년대 여성해방운동은 보수적인 가치와 이해관계뿐만 아니라, 성 해방개념 때문에 ‘생활 방식‘이 위태로워진 커다란 집단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위협을 가하는, 미국에서 가장 역동적인 사회 변화 세력이 되었다." 핵심적인 뉴라이트 집단 모두가 여성운동이 최대의 승리(하나는 1972년에 의회가 남녀평등헌법수정안을 승인한 것이고, 다른하나는 1973년에 미국 대법원이 낙태를 합법화한 것이다)를 거머쥔뒤 2년 내에 활동을 개시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 P366

헤리티지재단의 연구원인 에드문드 하이슬마이어Edmund Haislmaier는 "페미니즘이 모든 것의 초점이 된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29) 경제 보수주의자였던 그는 퇴행적인 사회혁명에 대한 동료들의 욕망에공감하지 못했고, 불편하게 거리를 두고 사내의 반페미니즘 광기를지켜보았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들은 페미니스트들을 필요 이상으로 훨씬더 많이 비난했다. 이혼율을 높인 것은 페미니즘이 아니었다. 이혼율은 여성해방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높아지고 있었다. 페미니스트들은 분명 참담한 경제정책들과도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하지만 페미니스트는 대단히 분명한 먹잇감이 되었다. 엘리스밀Ellie Smeal*은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먹잇감이었지만, 초인플레이션과 과세 등급은 그렇지 못했다. - P369

"역설적으로 보수주의는 진보주의가 있어야 의미가 있다." "보수주의자들은 사명감은 있지만, 적대적인 입장을 벗어나는데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뉴라이트 남성들은 의존이라는 자리에서 자아를 발견했는데, 이는 이중적인 의미에서 모양 빠지는 일이었다. 이들은 먼저 나서기보다는 어떤 일이 터진 뒤에야 반응했을 뿐만 아니라, 여성들에게 적대적인 반응을 했던 것이다. 최소한 존버치협회추종자들은 자신들이 공산주의 모리배들의 전진을 물리친다는 주장이라도 할 수 있었다. 뉴라이트 연설자들은 숙녀들을 막아선다는 난감한 과제를 받아들였던 것이다. - P372

뉴라이트 지도자들의 언어는 여러가지 면에서 KKK만큼이나 공허했다. 이 "생명 친화적"이라는 사람들이 사람이 있는 가족계획 전문 병원에 불을 질렀고, 사형제에 찬성했고, 원자폭탄을 "현명한 하나님이 우리 나라에 주신 경이로운 선물"이라고 불렀다.45) 이 "모성친화적"이라는 사람들이 산전 서비스에서부터 영아 수유 프로그램에이르기까지 아기 엄마를 원조하는 사실상 모든 연방 프로그램에 반대하는 운동을 벌였다. ‘가족의 권리‘라는 기치하에 그 대변인들은 오직 가정에 군림할 수 있는 (그래서 폴웰의 표현에 따르면 "가정을 이끌 천부적인 책임"을 남편이 행사할 수 있도록) 모든 남성의 권리만을 위해 로비를 벌였다. - P374

마슈너는 그 모욕을 잊지는 못했지만, 최소한 개인적인 상처를다독거릴 줄 알았다. 스스로를 ‘여자애‘의 하나로 여기지 않음으로써말이다. 그녀는 스스로를 그 테이블의 반대편에 앉아 여성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명예 남성 중 한 명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순전히 재능만으로 그곳까지 갔다. "난 한 번도 직업 시장에서 차별받는다는 느낌을 받아 본 적이 없어요. 난 모든 걸 내 능력을 통해서 얻었어요." 그녀는 여성에게는 공적인 영역에서 성공할 기회가 없는 게아니라 능력이 없다는 법칙에서 ‘예외적인 존재였다.
따라서 여성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운동은 "아둔하다"고 그녀는 말한다. 어차피 실력이 있으면 성공하게 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성공하지 못했다면 그건 능력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 P381

뉴라이트 여성들은 어떤 면에서는 반격의 소용돌이에 갇힌 좀 더 진보적인 ‘여피‘ 자매들을 거꾸로 뒤집어 놓은 모습이었다. 주류 직장여성들이 내부적으로 반격이 만들어 낸 자기 의심과 비난에 맞서면서 페미니즘의 원칙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편이었다면, 뉴라이트 여성들은 여성운동의 메시지를 내면화하고 자기 결정과 평등, 선택의 - P396

자유라는 여성운동의 교의를 자신의 사적인 행동에 말없이 녹여 내면서도 반페미니즘 관점을 소리 높여 외치고 있었다. - P397

미국을걱정하는여성모임의 활동가들은 정장을 입고 사무실에 나가 보고를 하고 여성들은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언론보도 자료를 배포하면서도 절대 모순을 느끼지 않았다. 이들은 개인적인 자유와 성 정치에 대한 공적인 입장을 분리시킴으로써 공식적으로는 페미니즘의 영향력을 개탄하면서도 사적으로는 페미니즘을이용할 수 있었다. 이들이 실제로 ‘모든 걸 가질 수 있었던 건 다른모든 여성들이 자신들과 같은 기회를 누리지 못하게 저지하는 일에 열성적이었기 때문이다. - P397

10장 여자 사람 스미스 씨 워싱턴을 떠나다

뉴라이트 여성들은 열과 성을 다해 머릿수를 채우고 지적 능력을 동원하여 레이건이 집권하는 데 기여하고 난 뒤 1980년 이후 백악관에서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로널드 레이건이 당선되면서 여성들은 연방 관청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판사직의 경우 신임 여성 판사 임명이 카터 시절의 15퍼센트에서 8퍼센트로 감소했다. 상원의 승인이 필요한 여성 지명자의 수 역시 곤두박질쳐서 레이건은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전임 대통령보다 더 나은 기록을 세우지 못한 첫 대통령이 되었다. 백악관 직원으로 임용된 여성의 수는 1980년 123명에서 1982년 62명으로 반토막이 났다. 사실 62명도 과장된 숫자였다. 레이건 행정부는 3등급 차관보자리 같은 하위직 여성들을 갑자기 "고위 공직 인사"라고 칭함으로써숫자를 부풀렸던 것이다. - P399

고위직을 받아들인 뉴라이트 여성들에게는 일반적으로 직함만 과장되었지 아무런 권한이 없는 자리나 정부의 가장 가혹한 반페미니즘 정책을 실행해야 하는 자리가 주어졌다. - P401

페라로는 회고록에서 "한 여성의 실패는 종종 모든 여성에 대한 판단으로 독해된다"고 적었다. - P415

여성 정치인들은 가족이라는 대의를 위해 여성 문제를 도외시하는 ‘선택’을 함으로써 ‘너는 모든 걸 가질 수 없다‘는 반격의 격언에 또 한 번 굴복했다. 여성들은 교육 기회와 임금 평등, 출산의 자유를 요구하지 않아야만 보육 서비스와 출산휴가를 요청할 수 있었다. 이런 반쪽짜리전략은 불공평할 뿐만 아니라 제대로 먹히지도 않았다. 그해 모든 보육 법안과 출산휴가 법안이 무산되었던 것이다. - P424

1980년대가 저물 무렵, 다수 미국 여성의 분노와 소외를 감지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상상까지도 필요하지 않았다. 먼저 레이건 행정부에게 사기당하고, 그 다음에는 1988년 대선에서 완전히 소외되고, 마지막으로 낙태를 제한하는 웹스터 판결 때문에 사기가 땅에 떨어진 여성들의 분노는 사실 국내 여론조사에서 놀라울 정도로 표면화되고 있었다. 양켈로비치의 1989년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다수 여성들은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평균적인 미국 여성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이들은 누가 자신들과 가깝다고 생각했을까? 다수 여성이 전미여성연맹, 여성운동 지도자들, 그리고 페미니스트 세집단을 언급했다. 이 양켈로비치 조사를 연령대별로 분석해 보니 민주당과 공화당의 미래에 정말로 우울한 결과가 나타났다. 여론조사에 참여한 모든 연령 집단 중에서 이 전통적인 양대 정당과 가장 동일시를 적게 한 집단은 젊은 여성들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페미니스트 집단 및 지도자 들과 가장 많이 동일시한 집단이었다. 22세부터29세 사이의 여성 중에서 공화당이 평균적인 여성들과 가깝다고 믿는 사람은 36퍼센트밖에 되지 않았다. 반면 이 젊은 여성들 중에서 전미여성연맹이 자신들의 필요에 닿아 있다고 말한 사람은 73퍼센트였다. 가장 압도적으로 많은 수가 같은 의견을 표출한 연령 집단은 가장 젊은 16세부터 21세까지였다. 이들은 83퍼센트가 전미여성연맹이 자신들을 대변한다고 믿었다. - P428

11장 반격의 수뇌부, 네오콘에서 네오펨까지

수전은 어째서 아널드와 결혼해야 하는 걸까? 길더에 따르면 여성들이 "이 세상의 수많은 아널드들에게 승부를 걸어야 하는 이유는이들을 선택하고 사랑하고 이들의 아이를 낳음으로써 고군분투하는젊은 싱글 남성들이 시몬처럼 성공한 남성이 될 가능성을 크게 높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수전이 아널드와 결혼해야 하는건 아널드를 위해서라는 것이다. 결국 공주의 ‘문제‘는 왕자의 문제였던 것이다.. - P439

학계에서 블룸 같은 학자들의 기회가 줄어들었다면 이는 페미니즘 연구보다는 대학 내의 우선순위가 금전을 좇는쪽으로 바뀐 탓이 더 컸다. 1980년대에는 대학들이 하나둘 인문학 예산을 감축하고 그 대신 1980년대의 양대 교내 성장 산업인 의대와 경영대에 재정을 퍼부었다. - P447

『미국 정신의 종말』은 학자적인 고전적 암시들로 가득해서 마치 페미니즘 비판이 개인적인 노여움보다는 플라톤을 발판으로 삼고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하지만 블룸의 정원에서 너무 무성하게 자란비유들과, 덩굴식물처럼 곳곳을 휘감고 있는 다음절어들과, 고대 그리스 철학자, 루소, 플로베르, 셰익스피어에게서 가져온 숱한 인용구들을 베어 버리고 나면 남는 것은 학문의 황무지뿐이다. 아무런 연구도, 근거도 없고, 심지어 오늘날 남녀의 상황에 대한 블룸의 분석을 뒷받침하기 위해 살아 있는 인간의 인용구를 단 한 개도 넣지 않았다. 그나마 거기에 가장 가까운 것은 식당에서 커플의 대화를 "우연히 들었다"는 내용이 전부다. 학문이 정말로 몰락하고 있다 해도블룸의 연구가 그걸 저지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 P450

휴렛은 길거리에서 접한 평균적인 여성들과의 이런 유익한 만남을 근거로 페미니즘이 여성들의 뒤통수를 쳤다는 결론을 내린다. "미국의 여성운동은 여성의 문제를 완전한 법적·정치적·경제적 권리를 성취하고, 자신의 몸에 대한 통제권을 쟁취하는 것으로 규정해 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미국 여성들은 평등, 개인적 자유나 성적인자유 같은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그녀는 단언한다. 그들은 "전통적인 가족 구조를 약화시키는 게 아니라 강화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페미니스트들은 모성이 아닌 평등에 집중함으로써 "엄청나게 큰 실수"를 저질렀다. 여성운동은 사실 직장 여성과 그 아이들의 필요를 옹호하는 데 실패함으로써 여성들에게 "시시한 인생"을 안겨 주었다. 페미니즘은 "목욕물과 함께 아기를 내버렸다." - P475

전국적인 전선에서도 진짜 ‘반모성‘ 전사들은 페미니스트가 아니라 뉴라이트 대표, 보수 정치인, 기업 임원들이었다. 이들은 어머니의 권리를 무시하기만 한 게 아니라 공격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결국 의회의 보육 법안과 출산휴가 법안을 20년간 반대하는 데 앞장선 건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아니라 필리스 슐래플리였다. 1988년 가족의료휴가법Family and Medical Leave Act 을 무산시킨 데 가장 많은 힘을 행사한단일 세력은 전미여성연맹이 아니라 상공회의소였다(상공회의소는이 법이 통과될 경우 산업계가 매년 최소 240억 달러의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는 주장으로 승리를 거머쥐었다.144) 그런데 나중에 미국회계감사원General Accounting Office 은 이 비용을 5억 달러라고 밝혔다). - P480

자기가 직접 쌓은 탑에 흠집을 내는 유명 페미니스트는 프리던만이 아니었다. 잘나가는 베스트셀러로 1970년대에 여성해방운동이 유명세를 타는 데 도움을 주었던 일부 작가들이 과거의 입장을 철회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뉴라이트의 입장에서는 오래된 페미니스트의 이런 회개가 너무 좋아서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신보수주의 성향의 《폴리시리뷰》의 편집장이나 레이건의 보좌관인 디네시 드수자Dinesh D’Souza는 "한때 여성을 위한 기회의 창을 열어 주었던 페미니즘이 거기에 등을 돌렸다"며 고소해했다. 《뉴욕타임스 매거진》이 표지에『두 번째 단계』의 발췌문을 싣고 나자 필리스 슐래플리는 자신의 소식지에서 프리던이 "페미니즘의 관에 또 다른 못을 박았다"고환호했다. - P482

1986년 무렵 반페미니스트 대변인들은 페미니스트 운동가 수전 브라운밀러Susan Brownmiller의 수정주의적 입장도 부각시켰다. 1975년 강간에 대한 기념비적인 책 『우리의 의지에 반해서 Against OurWill』를 쓴 브라운밀러는 이제는 여성운동이 남성과 여성 간의 "심오한 생물학적, 심리학적 차이"를 간과했는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있었다. 성폭력의 역사를 꼼꼼하게 기록한 분석서를 저술했던 그녀가 이제는 대대로 이어져 온 여성적인 행동을 아무런 근거도 없이 애매하게 고찰했다. 『여성성 Femininity』은 브라운밀러의 얼굴에 난 털 한 가닥이 "불경한 야심"의 결과인지 혹은 "내 시스템 안에서 잠자던 테스토스테론의 원천"은 아닌지, 그리고 그걸 뽑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같은 한심한 주제들을 물고 늘어진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뽑는다였다.
1980년대가 진행되는 동안 이 1970년대 유명 페미니스트들은 점점 퇴행적인 먹잇감을 내놓곤 했다. - P484

어째서 프리던은 자신이 그렇게 큰 공을 들여 만들고 이끌었던 운동을 짓뭉개게 된 걸까? 어쩌면 반페미니즘 반격이 진행되던 와중에는 꽁무니를 빼고 달아나거나 상대방을 물어뜯으려는 경향이 불가피한지도 모르겠다. 페미니스트 학자 주디스 스테이시 Judith Stacey 가말했듯 "’포스트페미니즘적‘이고 우익이 득세하는 1980년대의 분위기에서 많은 두 번째 물결 페미니스트들에게 노화는 정신적 외상을 초래하는 경험이었고, 우리에겐 우리의 고난을 떠안길 편리한 희생양이 없었다. 어쩌면 변절자들이 가족 친화적인 새로운 페미니즘안에서 거칠고 조야한 주장을 펼친 건 이 때문인지 모른다." 하지만 프리던의 사례에서는 한 가지 가능성이 더 있다. 『두 번째 단계』를 잘 읽어 보면 "급진 페미니스트들"이 저지른 큰 실수는 그녀의 명령에 따르지 않았던 것임을 알 수 있다. 프리던은 자신의 책에서 설명하는, 지도자가 없고 협력적이며 "관계적인" 조직의 "베타 스타일"에 자신은 "쉽게 공감했다"고 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의 책에는 분명 자신이 원하는 만큼 오랫동안 알파 늑대 행세를 하지 못해서 괴롭고 화가 난, 실패한 지도자의 울화가 간간이 묻어난다. - P486

그런데 사실 대중들에게 이런 주장을 설파하는 책들의 토대가 되는 이론들은 페미니즘 연구에서 발아한 것들이었다. 1970년대 말 독자적인 ‘여성 문화’와 여성의 특수한 ‘차이’를 강조하는 새로운 ‘관계적relational‘ 페미니즘 학파가 나타났다. - P490

페미니즘 학자 대부분은 원래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예찬하는게 아니라 그 근원을 파헤칠 생각이었다. 이들은 남성의 행동을 표준으로, 여성의 행동을 변칙으로 규정하는 오래된 관습에 맞서고 싶었다. - P491

그녀는 평등이 오히려 여성의 특수한 필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여성을 차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말한다. 여성에게 ‘특별하다’는 표현을 쓰는 순간 여성의 한계를 정해버리는 우를 쉽게 범하게 된다. ‘특별하다’는 건 우월하다는 말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장애가 있다는 것을 에둘러서 일컫는 표현이기도 하다. - P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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