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법적 젠더 vs ‘자연’적 젠더
- 단수 they 사용
- 언어의 변화
- 캣콜링: 권력에 대한 문제
- 딸이 아니라 아들에게 공감을 가르치자

5장 당신의 문법을 고치려 드는 사람들을 당황스럽게 하는 법

그렇지만 어떤 사람의 문법을 절대 고치지 않는 유형의사람이 있다. 바로 언어학자다. 직관적으로 틀린 말 같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언어학자들은 언어가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에는 별 관심이 없다. 그들은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에 관심이 있다(캐머런은 사람들의 문법을 감시하는 건 ‘멍청한 짓’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규범 문법-국어 선생님이 배우라고 하는 그것이 막강하고, 영원히 작용하는, 그러니까 중력이나 - P167

해와 같이 변치 않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문법이 인간의 발명품이며, 그렇기 때문에 꾸준히 진화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린다. 오늘날 ‘좋은 문법‘이라고 간주되는 것들은 50년 전에는 절대로 용납되지 않았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에인트ain‘t를 떠올려 보자. 이 말은 윈스턴 처칠이 무척 즐겨 쓴 말이며 상류층 영국인들이 사용한 것이었다. 그리고 21세기 초영어의 역사에서 가장 낙인찍힌 영문법으로 전락한다. - P168

오늘날 스페인어와 불어가 그러하듯 모든 단어를 남성혹은 여성으로 나누는 것은 영어권 화자에게 너무 복잡하게보일 수 있지만, 우리의 자연적 젠더 시스템도 이게 없는 언어가 보기엔 마찬가지로 복잡하다. 헝가리어, 핀란드어, 한국어, - P172

스와힐리어, 터키어는 ‘그’, ‘그녀’와 같은 젠더화된 대명사가없는 몇 안 되는 언어이다. 젠더를 모르고 어떻게 누굴 가리키는지 알 수 있느냐고? 그저 맥락의 문제이다. 하지만 어떤언어는 더 창의적인 젠더 중립적 해결 방안을 뽐내기도 한다. 북미의 토착 알곤킨어에는 젠더를 지칭하지 않는 삼인칭대명사가 두 개 있다. 이는 어떤 사람이 대화의 중심에 더 와 있느냐에 따라서 결정된다. 이 언어에서 대명사는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하는지에 따라서 결정된다. ‘오브비에이션obviation‘이라고 불리는 이 체계는 엄청나게 똑똑한 것 같다. - P173

문법 젠더 이론이 발전하면서, 그림과 렙시우스는 돌대가리였음이 밝혀졌다. 영어가 계속 잘나가고 있는 걸 보면 일단 알 수 있다(오, 19세기 프로이센 남자의 자신감이란). 그리고 모든사람이 ‘자연적‘ 젠더가 언어에 반영되어야 하는지를 두고 그들과 같은 극단적인 관점을 공유하진 않는다. 많은 학자들은사실 연결도, ‘누수‘도 없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그림과 렙시우스가 맞았던 게 하나 있다. 문법적 젠더와 화자가 여성혹은 남성에 대해 보이는 태도가 늘 별개는 아니라는 점이다.
이 태도는 객관적이지도 본질적으로 진실되지도 않았다. - P175

1995년,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은 기내지에 ‘보잉 뷰티‘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는데, 이 기사 속 조종사는 보잉 727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나의 아내 조애나는 오늘 경쟁에 나섰다. 우리의 31년 결혼 생활 동안 ‘다른 여자‘가 있다는 사실을 아내는 알고 있었다. (…) 물론 나는 지금 비행기에 대해서말하는 것이다. (…) 하지만 그 비행기가 어떤 비행기냐." 남자는 코팅이 싹 된 자기 비행기를 자랑한다. "이 여자 예쁘지 않아?" IT업계 남자는 당신의 노트북이 잘 굴러가지 않는다면책상 앞에 와서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녀를 열어 봐!" 2011년 언어학자들은 《대중문화저널Journal of Popular Culture》에서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덮쳤을 당시 팔린 티셔츠에 담긴 성차별주의를 조사했다. 문구는 다음과 같았다. "카트리나, 이 썅년!", "카트리나는 나를 날리고, 삼키고, 잡아먹었다. 걸레 같으니", "카트리나는 나를 삼킬 수 있다." - P180

미국에서 이 문제는 대명사와 관련이 많다. 트랜스젠더와 논바이너리 정체성이 더욱 가시화되면서, "선호하는 대명사가 더 많이 논의되고 있다. 여성이나 남성 정체성을 갖지않은 많은 사람들이 단수의 ‘그들they‘을 사용한다. 그러나 모 - P186

두가 여기 동참한 건 아니다. ‘그들‘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이말이 복수로 읽힐 수 있다는 이유로 저항감을 표한다. 그렇게하면 문법적으로 올바르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논리에는 두 가지 결함이 있다. 우선 복수형대명사를 통해서 단수를 의미하는 방식은 영어권 화자들에게 새로운 방법이 아니다. 몇백 년 전, 이인칭대명사인 유you는 오직 복수에만 쓰였다. 단수형 다우thou는 따로 있었다(살인하지 마라Thou shalt not kill‘, ‘거짓말하지 마라Thou shalt not lit‘). 결국 ‘유‘는이전의 단수형 이인칭을 완전히 밀어내면서 단수로서의 의미까지 갖게 되었다. 그러니 누가 ‘그들‘에도 같은 변화가 일어나지 못할 거라고 말할 수 있을까? - P487

이런 대명사 게임으로 넘어가고 싶지만 여전히 약간 혼란스러운 이들에게, 랄 지먼은 엄청난 팁을 주었다. 사람들의대명사를 그들의 이름처럼 여기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을 보기만 해서는 이름을 알 수가 없다. 만일 이름을 알고 싶다면, 물어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름에 대해서 논쟁한다는 건 이상하고 무례해 보인다. 모두가 자신의 고유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기억하거나 발음하기 어렵기는 하겠지만, 이것을 배우고자 노력하는 건 기본적인 예의이다. ("이름이 크리센서멈이라고요? 너무 길어서 싫은데. 그냥 밥이라고 부를게요." 이게 말도 안 되는 소리이듯 그들의 것이 아닌 대명사를 사용해서 사람을 부르는 일도 똑같다.)사람들은 그들이 원하는 대로 이름을 바꿀 수 있다. 처음에는새 이름이 어려울 수 있다. 그건 괜찮다. 하지만 사람들은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마찬가지로 이상하고 무례할것이다. 실제로, 지금으로부터 20년 뒤엔 이름과 대명사를 소개하는 게 새로운 규범이 될 수 있다. "안녕, 나는 어맨다고‘그녀’라고 부르면 돼. 넌?", "나는 샘이고 ‘그들‘이야. 만나서반가워." 이게 그렇게 펄쩍 뛸 일인가? - P190

언어학자들은 편협한 사람들이 부패했을 뿐 아니라 멍청하며, 그 둘이 연결되어 있다는 개념이 전제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는 지적으로, 문화적으로, 또한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감정을 느끼도록 허용해 준다." 캐머런은 이렇게 설명했다. 이는 만족스러운 감정이지만, 문법과 도덕은 사실상 별상관이 없다. 그리고 적들의 형편없는 문법을 지적하는 일은 당신이 더 나은 사람이라는 걸 입증해 주지 못한다. 이 말은당신이 교육받을 기회를 더 가졌음을 의미하고, 더 많은 시간을 표준 영어를 배우는 데 들였다는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누군가가 하는 말의 도덕적 중요성은 내용에 있지 문법에 있지는 않다. 캐머런이 말하기로, "히틀러가 문법적 일관성을지켰다고 해서 덜 파시스트인 건 아니었다." - P194

단수로서의 ‘그들‘부터 트위터 문법충, 그리고 프랑스의 아카데미프랑세즈에 이르기까지 문법을 지적하는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정치적 신념이 무엇이든 간에, 발화에서일어나는 변화를 교정하거나 멈추고자 하는 깊은 열망이 있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 이는 실제로 존재한다. 언어가변화하면, 삶에서 어떤 것이 변화할 때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귀찮아진다. 언어의 변화는 더 큰 사회적 변화의 신호이기 때문에 이는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그래서 사십 대 이상의 사람들이 십 대의 은어에 그토록 치를 떠는 것이다. 새 세대의 등장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어머니의친구 중 하나인 오십대 후반 남성은 그가 요즘 은어들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말해 주었다. 그 이유는 "영어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 말이 재미있는 까닭은 40년전 그의 부모님 역시 ‘쿨cool‘이나 ‘버머bummer‘, ‘프리킹 아웃freaking out‘과 같은 은어들을 두고 똑같은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 말들은 이제 적합한 영어로서 자리를 꿰찼지만 처음에는 똑같이 짜증나는 십 대 은어로 출발했다. - P196

6장 캣콜링 하는 놈을 혼란스럽게 만들기: 그리고 가부장제를 언어로 깨부수기

그 남자는 나와 결혼을 하고 싶었던 것도 내 기분을 좋게해 주고 싶었던 것도 아니다. 그가 원한 건 내가 자기 말을 듣고 그저 나에 대한 통제권을 쥐었다고 생각하는 거였다. 단몇 초라도 말이다. 캣콜링은 섹스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권력에 대한 문제다. - P202

2017년 코미디언인 피터 화이트는 이런 ‘칭찬‘이 정신 나갔다는 사실을 간결하게 정리했다. "내 생각에는 모든 남성에게 이런 룰이 적용되어야 해요. 남자라면, 감옥에서 남자에게 듣고 싶지 않은 어떤 말도 여자에게 하지 마라." - P211

길거리 성희롱이 기분을 잡치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남성 동료가 여성 동료를 ‘자기‘라고 부를 때 기분이 더러운 이유와 같다. 남성이 남성을 만지지 않을 방식으로 여성을 만질 때 느껴지는 기분과도 같다(사람 많은 바에서 옆을 지나쳐갈 때 엉덩이에 손을 댄다든지 하는 식으로). 기저에 깔린 문제는 남성이 여성의 몸에 대해서 자동으로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여기는 그 가정에 있다. 이는 사회적 통제의 현시이며, 여성들로 하여금 남성이 소유한 세상에 침입했다는 기분을 느끼게하고, 따라서 사생활을 가질 권리가 없다고 여기게끔 한다. - P215

서 비롯된 양 취급하곤 한다. 우리는 여성들이 일터에서, 관계 속에서, 혹은 그저 기차에서 집으로 걸어오면서 침묵당한다고 느낀다면, 목소리를 찾는 건 너의 문제라고, 너 혼자결할 문제라고 여성들을 가르친다. 2017년 상원에서 미치 매코널이 엘리자베스 워런을 침묵시켰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워런이 목소리를 냈듯이 하라는 것이다. 소셜미디어에서 공개적으로 말하고, 조직을 만들고, 길을 점거하고, 가해자에게 "싫어"라고 말하고. - P219

나는 잠시, 성적 동의에 대해서 여성에게 "싫어"라고 말하라고 가르치고 남성들에게 "싫어"를 알아들으라고 가르치는 방식이 왜 잘못되었는가를 언어학적으로 비판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 실제 상황에서 거부는 ‘싫어‘라는 단어를 포함하지 않는 방식으로, 보다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분석이 존재한다. 실제로는 ‘싫어‘가 아니라, 머뭇거림+완곡어법+미안함의 표현+문화적으로 수용되는 이유로 구성되는 것이다. - P219

그런 세상을 얻을 수 있으려면 여성들에게 위해로부터 자신을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 가르칠 게 아니라 남성을, 이상적으로는 굉장히 이른 시기부터 가르치는 데 달렸다. 세상이 전부 그들의 것이 아니라는 걸 가르쳐야 한다. 남자들이어린아이일 때, 양육자이자 선생님으로서 우리는 남성성에대한 문화적 상상을 깨부술 필요가 있다. 남성이 여성에게 공감해도 괜찮다. 다른 남성이 언어로나 다른 방법으로 여성을쓰러뜨리려 할 때 남성이 여성에게 공감하고 동조하고 지지해도 괜찮고, 정말 권장돼야 한다. "이런 원칙을 형제애보다중요하게 만들어야 한다." 캐머런이 말한 대로다. 그리고 남성이 아닌 사람을 세상의 침입자처럼 대하는 건 괜찮지 않은 일이어야 한다. - P222

내가 생각할 때에는, 적절하지 않게 말하는 게 언어로 할 수 있는 가장 페미니스트적인 행위 같기도 하다. -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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