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론 어째서? 이 말만은 할 수 있다. 해봐라.
코로스장 신의 예언 때문에 그 사내는 어머니를 죽였습니다.
아폴론 아버지의 원수를 갚으라고 했다. 어쨌단 말인가?
코로스장 신이 그를 도왔고 피비린내 나는 범죄를 보호했습니다.
아폴론 그렇다. 이 신전으로 피해 오라고도 했다.
코로스장 그를 쫓는 우리들을 비난했습니다.
아폴론 그렇지. 너희들은 이 신전에 가까이 올 수 없는 몸이다.
코로스장 그러나 쫓는 것은 우리의 숙명적인 임무입니다.
아폴론 무슨 임무? 그게 옳은 일이라고 자만하는가?
코로스장 모친 살해범을 모든 집에서 쫓아내는 것이 임무지요.
아폴론 뭣이? 남편을 죽인 아내는 어떻게 하지?
코로스장 그러나 그 경우는 같은 핏줄끼리의 살인은 아닙니다.
아폴론 헤라와 제우스 신의 굳은 맹세마저 업신여기고 모욕하려는 시커먼 생각. 결혼이란 남녀에게 있어 맹세를 넘어 두 사람의운명도 정해지는 신성한 일이어서 정의의 이름으로 보호해야만하는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부부간에도 한쪽이 또 한쪽을 살해했을 때, 너희가 이를 대범하게 보아 분노마저 느끼지 않고, 오히려 어머니를 죽인 아들만을 쫓는다면 이는 결코 옳지 못한 일. 너희들은 한쪽에 대해선 노여움을 폭발시키면서, 또 한쪽에 대해선 용서를 하여 그 죄를 적게 보려고 한다. 그러나 이번 일에대해선 팔라스가 시비를 가려 정의를 지킬 것이다. - P198

코로스장 신의 증언에 따르면 제우스 신은 부친의 죽음을 가장큰 죄악으로 보신다고 했는데, 그러면서도 제우스 신께서는 부친인 늙은 크로노스 신을 옥사에 가두었습니다. 신께서 방금 증언하신 것과 모순이 있습니다. - P213

코로스장 뭣 때문에 이 죄인을 옹호하려고 하는지. 모친의 피를흘리게 한 자가 아르고스에서 살 수 있을까? 아버지가 살던 곳이라고 해서 이 도시의 신전 앞에 어떻게 서겠다는 것일까? 그 어떤 동향인이 제수의 그릇을 이자와 나누어 쓸 것인가?
아폴론 그것도 답변하리다. 여자가 자기 뱃속에 어린애를 했다고 해서 곧 혈친이 되는 것이 아니다. 여자는 그 씨를 기르는 데 불과하여 남자가 혈친이 되는 것이다. 어미란 마치 주인이 객을 대접하듯 그 어린 씨를 보육하는 데 그친다. 이러한 예는 너도 당장 볼 수 있을 것이다. 어린애가 어미 없이도 아버지를 가질 수있으니 말이다. 네 편에 지금 증인으로 서 있는 올림포스의 제우스 신의 딸 아테나 여신을 보아라. 일찍이 뱃속의 어둠 속에서 양육된 적이 없다. 그 어떤 여신이 젖을 물려 기른 것보다도 아름다운 꽃봉오리로 자랐다. - P214

아테나 최후의 투표를 하는 것이 나의 임무요. 이 투표를 오레스테스를 위해 던지겠다. 왜냐하면 나에게는 나를 낳아 준 어머니가 없으니까. 남자에게 동정이 갑니다. 결혼 상대로는 절대 안되지만, 나는 마음속부터 아버지의 애입니다. 집안의 보호자인남편을 죽인 여자의 죽음이 그리 중요하다고 보지 않습니다. 투표가 동수로 나오면 오레스테스가 이긴 것으로 간주하겠습니다.
재판의 결정권을 가진 재판관들이여, 그 투표의 단지에서 돌을 꺼냅시다.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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