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컷 생식기의 능동성

5장 생식기 전쟁

생식기만큼 빠르게 진화하는 신체 부위는 없다. 이 기관이 강력한 선택의 힘 아래에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수백 년간 생식기는 적절한 과학적 조사 대상이 되지 못했다. 동물의 아랫도리가 생명체를 기술하는 항목으로서 목록에 포함되는 것은 괜찮지만 애초에 그런 변덕스러운 창조물이 왜 생겨났는지까지 파고들어 설명하려는 이는 없었다. 또이건 부분적으로 다윈에게 책임이 있다.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에서 성선택의 창의적인 생동감이 생식기에만큼은 작용하지않는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는 생식기관을 ‘일차적’ 성적 특성으로 여겼다. 즉 생존의 필수 요소로서 자연선택의 실용적인 지도 아래에 있는 형질로 보았다는 뜻이다. 성선택은 생식기관을 제 - P183

외한 ‘이차적‘ 성적 특성에만 적용되었다. 화려한 깃털이나 거추장스러운 뿔처럼 수컷 대 수컷의 경쟁이나 암컷의 선택과 관련된 부차적인 성적 이형 형질을 말한다. - P184

* 2018년 테트주TetZoo 학회에서 고대 조류 화석 전문가인 앨버트 첸Albert Chen에게 공룡의 음경이 어떻게 생겼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한마디로 답했다. "무시무시하죠." 호기심 많고 용감한 독자들은 타조 음경의 이미지를 검색해보길 바란다. 아마 첸이 무슨 말을 하는지 단박에 이해할 것이다. 티라노사우루스의 가장 무서운 무기는 이빨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 P189

* 1970년대 이후로 생물학자들은 동물에서 성적으로 강압적인 행동을 묘사할 때 ‘강간‘이 아닌 ‘강제된 교미‘라는 말을 사용한다. 이는 인간에서의 강간은 오리나 빈대에게 적용되지 않은 복잡한 심리적, 사회적, 문화적 이유로 발생한다는 인식에서 비롯했다. 이것을구분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다윈주의에 기반해 인간의 강간은 생물학적으로 결정된다고 제안한 소수의 남성 진화심리학자들은 이 부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의 주장은 광범위하게 비판받아왔다. 성선택 이론에 따라 모든 남성의 내면에는 강간범이 살고 있다는 주장의 위험성 때문에 동물에 관해 말할 때는 인간적인 용어를 철저히 배제하게 되었다. - P191

선구적인 저서 『암컷의 통제Female Control』(1996)에서 에버하드는 질이든 총배설강이든 저정낭이든 암컷의 생식기는 정자를받기 위한 비활성 배관 이상이라는 사례를 제시했다. 암컷의 생식기는 능동적인 기관으로서 구조와 생리, 화학적 특성을 통해 정자를 보관, 분류, 거부할 수 있다. 매력 없는 구혼자의 정액은 갖다버리고, 선택된 정자는 난자로 가는 직통 노선에 올려 적극적으로 이동 속도를 높이며, 마음에 들지 않으면 미로 같은 통로 속에서 헤매다 끝나게 할 수도 있다. 에버하드가 보기에 일단 씨뿌리기가 끝나면 그때부터 ‘게임의 규칙을 정하는 쪽은 암컷이다.
윌리엄 에버하드의 책은 파격적이었다. 그러나 이처럼 암컷의성 자율성을 옹호하는 사람도 질은 형태가 균일한 편인 반면, 음경은 다양하고 종별 특이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브레넌도 암컷이 수컷보다 덜 다양하다는 점을 인정한다. 암컷의 생식기관은 알이나 아기를 낳는 다른 현실적인 기능 때문에 제약을 받는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연구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 P199

암컷의 생식기를 조사하면 할수록 암컷에게 난자의 수정 권한이 더 많이 주어지고 원래 중요했던 ‘정자 경주‘는 어이없는 발상으로 전락하게 된다.
포유류의 정자는 암컷의 개입 없이는 생물학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조차 힘들다는 것이 밝혀졌다. 실제로 정자는 수정능획득capacitation이라는 활성화 기간을 거치지 않으면 난자와 융합할 수 없다. 이 기간에 정자는 화학적으로 변형되는데 그 과정에 자궁의 분비물이 개입하고 있어 결국 여성의 통제하에 있는 셈이다. 그러나 아직 실제로 연구되지 않았으므로 더 자세한 사항을 알지 못한다. 안타깝게도 "50년 이상 인식된 과정임에도 수정능획득은 정의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 -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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