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참이나 울었다. 너무 서럽게 울어 갈비뼈가 으스러지며 열리는 것같았다. 마치 내 심장이 자그마한 빨간 새가 되어 새장을 벗어나 더 믿음직한 사람을 찾아 날아가 버리는 것만 같았다. 자기의 지난날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 자기가 누군인지 알고 있는 사람에게로.
얼마 뒤에 방문이 열리고 버니 아줌마와 엄마가 들어왔다.
아줌마가 나지막이 말했다.
"엄마가 차를 만들어 왔단다, 하이디, 네가 좋아하는 대로 만들었어. 일어나 앉으렴. 엄마가 만든 차를 받아야지, 그렇지? 엄마를 생각해서라도." - P59

"이제부터는 조심해라, 하이디."
아주머니가 기다란 초록색 외투를 입으며 말했다.
그 외투를 입고 르노 시 버스 터미널에 나타나서 내 옆에 앉아 주었을 때, 그때는 아주머니가 날 구해 준 것만 같았다. 하지만 야옹거리는 고양이들을 혀를 차서 달래며 버스를 내려가는 아주머니를 보고 있으려니 지금껏 이만큼이나 내동댕이쳐진 적도 없었단 생각이 자꾸만 밀려왔다. - P107

"아무 일도 없어요. 난 여기 왔어요, 버니 아줌마 리버티에 왔어요. 그런데 내가 생각했던 곳이 아니에요. 너무 달라요."
"어떻게 다르다는 거니?"
"무언가 시작되는 게 아니라 끝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무슨 뜻이니?"
"버스에서는 어딘가로 가는 것 같았는데, 막상 와서보니 어디에도 도착하지 않은 것 같아요. 내가 여기 있는 줄 아는 사람도 없고요." - P138

"그건 사실이 아니란다, 하이디, 내가 알고 있잖니."
아줌마가 말을 이었다.
"네가 어디 있는지 알게 되다니 하느님께 감사할 일이구나. 지금 네가 서있는 바로 그곳을 지도에서 찾아냈단다. 리버티, 내가 지금 널 보고 있단다. 사실은, 너에게 손을 흔들고 있단다. 내가 안 보이니? 분홍색 잠옷바람으로 이틀째 잠도 못 자고 걱정하고 있는 사람 말이야."
나는 조금 웃었다. 웃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아줌마와 다시 이야기를 하게 되다니………….
"옳지, 그래야 우리 하이디지." - P139

"아주머니?"
"왜 그러니, 하이디?"
"시트가 우리 집 거랑 다른 느낌이에요. 더 빳빳하고요."
"빨랫줄에 널어 말려서 그렇단다. 마당에서 말렸지."
"꼭.……… 하늘 냄새가 나는 것 같아요."
"그렇게 표현할 생각은 꿈에도 못해 보았구나."
아주머니가 속삭였다.
"잘 자거라, 하이디." - P18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