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하네스 벨트세르는 술에 취하면 우리 집 마루 위를 왔다 갔다 하면서 자기가 쓰고 있던 장편 소설에 관해 땀까지 흘리며 열변을 토했고, 비고 F. 는 그런 그를 여러 번 쫓아냈었다. "그 인간은 죽을 때까지 나불대기만 할 거야." 비고 F.는 그렇게 말한다. 그는 요하네스가 평생동안 써온 문장 가운데 괜찮은 건 딱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이런 문장이었다. ‘내게 소중한 것들은 불안과 장거리 여행이다.‘ - P34
그렇게 싸우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 오후, 에베가 평소 귀가하는 시간에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제서야 나는 내가 얼마나 그에게 의존하고 있는지를 깨닫는다. 나는 생산적인 일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로 마루를 왔다 갔다 한다. 에베는 종종 저녁에 외출하지만 항상 먼저 집에 왔다가 다시 나가는 사람이다. 시간이 늦어지자 나는 헬레에게 젖을 먹이고 옷을 입힌 다음 리세를 찾아간다. 막 직장에서 돌아온 리세는 올레도 집에 없다고, 아마 둘이 같이 어딘가 간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런 다음 그들은 아마도 다른 친구들을 만났을 테고 집에 오는 걸 잊어버렸을 것이다. 이런일이 처음은 아닐 것이다. "너무 틀에 박힌 삶을 살고있는 거 아니에요?" 리세가 미소를 짓는다. "어쩌면 당신은 항상 봉급 봉투를 든 채로 집에 바로 들어오고 술도 안 마시는 그런 남자랑 결혼해야 했는지도 모르겠네요." - P86
"에베가 목도리 두르는 걸 잊어버려도 난 알려 주지않아요. 에베한테 맛있는 요리를 해 주려고 일부러 노력을 한다거나, 그 비슷한 어떤 일도 안 해요.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나한테 관심이 있는 경우에만 그 사람들을 좋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절대 짝사랑으로 괴로워할 일은 없어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리세가 말한다. "하지만 에베는 당신한테 관심이 있는 걸요." 내가 물바드 씨와 방정식 이야기를 들려주자 리세는웃기 시작한다. "에베가 방정식을 풀 줄은 몰랐는데요. 재미있네." "아뇨, 그런 뜻이 아니고요. 난 글을 쓸 때는다른 어떤 사람에 대해서도 신경을 쓰지 않아요. 그럴 수가 없어요." 내가 말한다.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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